마음 정리의 과정
가족들은 모두 출근하고 온전히 백수로서 시작하는 첫날. 8시 30분에 눈을 뜨니 여느 때처럼 J에게 카톡이 와있었다. 회사 잘 다녀와서 이따 만나자는 인사. 오늘 연차를 냈다고, 저녁에 집에 가있을 테니 얼른 오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래, 연차 낸 게 거짓말은 아니지.
마침 친구도 연차를 내서 오랜만에 둘이서 만났다. 이렇게 한가롭게 평일 낮에 만난 게 얼마 만인지. 두끼 떡볶이에 마라탕이 새로 나왔다고 해서 방문했다. 향신료가 너무 세지 않은 K마라탕 맛이다. 그런데 평일이라 그런지 청경채도 없고 버섯도 없고 재료가 너무 없다. 물어보기도 귀찮아서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하기로 한다.
몇 번이고 와보고 싶었던 카페. 드디어 와본다. 평일이라서 사람이 없다. 이 순간만큼은 행복함 100프로. 내 퇴사에 관해 친구와 대화하면서 마음이 계속 왔다 갔다 했다. 머리로는 결국 이게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으로는 갑작스러운 이 변화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실 계속 회사를 다녔더라도 그닥 행복하진 않았을 거다. 그냥 남들이 다니니까, 돈을 벌어야 하니까, 버티면서 매일 주말을 기다리는 일상의 반복이었겠지. 한참을 달리다가 다시 길 위에 멈추게 된 지금, 이제 난 어디로 가게 될까.
J의 집이자 이제 곧 우리의 집이 될 곳으로 들어가는 길. 오늘도 하늘이 참 푸르다. 문득 나무를 보니 군데군데 노랗고 붉은색이 보인다. 나는 계절 중 가을을 가장 좋아한다. 올해도 한여름부터 단풍놀이 갈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당연히 주말에 갈 생각이었는데... 평일 혼자 여행도 생각해 봐야겠다.
저녁으로 하트 뻥튀기 과자를 먹었다. 딱히 밥을 챙겨 먹기도 귀찮고, 시켜 먹기엔 양심이 너무 없다.
이럴 때 하필 제주도로 출장을 간 J는 오늘 말하지 못할까 봐 초조해져갈 즘 10시가 다 되어서야 들어왔다. 같이 드라마를 보다가 겨우 마음을 다잡고 티비를 껐다. "나 할 말이 있어."라고 던지기는 했는데 뭐라고 말을 시작해야 하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말하면서 계속 참았던 눈물이 결국 나와버렸다.
애초에 반응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잘했네, 어제 혼자 고생했겠네 하는 말에 서러움이 밀려왔다. 어쨌든 이미 벌어진 일이고, 가장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도 다 말하고 나니 속은 좀 시원하네. 여전히 열받았다가 슬펐다가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갈지만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