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여행 중, 아침 산책을 위해 일찍 눈을 뜬 나와 언니는 외투만 집어 든 채 게르 밖으로 몸을 움직였다.
밖에 나와 보니 방카르라는 몽골의 유목민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파수꾼 역할이자 충직한 동반자인 강아지가 우리 게르 곁에 머물고 있었다. 언니와 나는 현재 한국에서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고 있기에 몽골 여행 오기 전 유튜브 영상을 통해 방카르에 대한 이야기를 접한 상태였다. 우리는 몽골에서 방카르와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다. 투어 마지막 울란바토르로 돌아가는 날 아침이었기에 방카르와의 만남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우리의 눈앞에 나타난 방카르는 어젯밤 늑대와 싸움의 흔적인지 눈 아래 깊게 파인 상처가 있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상처가 꽤 깊어 아플 만도 한데 그 친구에게 다가가 머리를 살포시 쓰다듬어 주니 바로 팔에 얼굴을 기대고 몸을 비비기도 하며 처음 본 우리에게 따뜻하게 애정을 표현해 주었다. 그리고 방카르는 눈을 맞춰주며 나에게 진심을 말해주었다. 그런 방카르의 눈을 보니 어제 늑대와의 싸움이 얼마나 아프고 무서웠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이렇게 애교가 많고 사랑이 넘치는 강아지인데 자신의 주인을 지켜줄 때는 한없이 용맹해지고 강해지는 방카르가 대견스럽고 어른스러워 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방카르와 함께 아침 산책에 나섰다. 산책을 나서는 우리를 계속 쫓아오다 어느 순간 주인의 집을 향해 방카르는 길을 틀었다. 방카르가 멀리 자신의 게르로 길을 가는 중에도 산책을 가는 우리를 계속 지켜봐 주고 경호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본인의 집까지 뛰어가지 않고 천천히 걸어가며 옆으로 고개를 돌려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우리와 짧은 만남을 가졌던 방카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게르에서 떠나기 전 한번 더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다시 만남을 갖지 못했다.
언니와 방카르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 토로하고 있는 중 투어 기사님께서 방카르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방카르는 나중에 나이가 들어 몸이 많이 아프거나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 때 혼자 집에서 멀어져 산속으로 들어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이야기였다. 평생 집을 지키고 밤에는 집의 가축을 지키고 주인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인지 아니면 강한 자신의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인지 멀리 혼자 외롭고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을 방카르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져 마음이 아파왔다.
몽골 사람들은 방카르가 죽으면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환생한다고 믿는다. 그만큼 몽골 사람들은 방카르에 대해 애정이 깊고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서로 깊은 정을 나누는 사이인 것 같다. 그러기에 방카르 또한 있는 힘을 다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나 보다.
몽골에서는 '강아지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밤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방카르의 짖음 소리가 자신들을 지켜주는 소리라고 생각하기에 그 소리를 듣고 깊은 잠을 청한다고 한다. 그리고 아침이 오면 방카르에게 어젯밤 그들의 노고에 고마움을 전하고 고깃국물을 나누어 먹는 몽골사람들의 모습에 동물에 대해 존중하고 감사함을 표현할 수 있는 깊이가 다른 서로간의 교감이 느껴졌다.
방카르의 삶에 쓸쓸함과 고독함도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이념과 사상을 그대로 행할 수 있는 방카르의 삶이 어느 삶보다도 멋지고 가치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의 자유를 지켜주는 몽골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도 아름다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