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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bu Feb 23. 2024

런던에서 뮤지컬을!

초딩에게 박물관 가이드 투어는 필수입니다.

둘째 날 일정  

대영박물관 - 코베트 가든 - 차이나 타운 - 마틸다 뮤지컬


체크포인트

대영박물관 가이드 투어 예약 필수, 뮤지컬 사전 예약 필수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다. 어제 천근 짐이었던 캐리어를 숙소에 두고 옷도 런던 날씨에 맞게 반팔 반바지로 차려입었다. 한결 몸이 가볍다. 오전에는 박물관 투어, 오후는 시내 구경, 저녁에는 뮤지컬 관람이 오늘의 일정이다.  뮤지컬 관람하다가 피곤해서 졸지 않을까 살짝 걱정이었지만 런던은 볼거리가 많다. 일단 진행시켜!


 대영박물관 앞에서 아침을 먹을 생각으로 일단 집을 나섰다. 9시 좀 넘어서 도착해서인지 박물관 앞에 줄이 길지 않다. 건너편 익숙한 스타벅스가 보이길래 반가운 마음에 얼른 길을 건너 자리를 잡았다. 샌드위치 하나씩을 입에 물었다. 저런,, 아침을 먹고 나왔더니 금세 줄이 길어졌다. 대영박물관이 위치한 블럭의 끝까지 내려가서 줄을 섰다. 10시에 가이드를 만나야 하는데 그전에 들어갈 수 있을까 초조했다. 그러나 막상 10시 좀 전에 입장이 시작되자 줄은 금세 줄어들었다. 무사히 투어팀을 만나 박물관에 들어갔다.


 처음 여행계획 때부터 대영박물관과 내셔널 갤러리는 투어를 예약했다. 그 편이 아이들이 얻어가는 것이 더 많을거라 확신했다. 워낙에 방대한 양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을 테니 가이드의 도움을 받자. 누군가 그랬다. 엄마 설명은 안 듣지만 가이드 선생님 설명은 딴소리 못하고 잘 듣는다고. 가이드의 설명은 재미있었고 아이들은 집중하고 재미있어했다. 가족단위로 여행온 팀이 한 팀 더 있어서 조금 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해 주시는 것 같았다. 파라오 조각상들, 로제타 스톤, 아데네 신전 조각 등등 가이드님의 자세한 설명을 이어폰을 끼고 들으며 관람했다.  3시간 정도의 가이드투어는 매우 순조로웠다. 덕분에 나도 아이들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한국관을 마지막으로 관람이 끝났다. 진지한 가이드님의 태도와 마지막 멘트가 감동이었다. 박물관에 와서 과거를 보는 것이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라는 말. 타국에서 공부하는 저 젊은이가 어찌나 대견해 보이던지 잠시잠깐 코끝이 찡했다.


둘째가 가이드와 헤어지자마자 옆에서 쫑알거린다.

"엄마 이제는 기념품샵 가도 되지?"

"그래~ 너네 오늘 정말 열심히 듣고 보더라. 가자. 가서 사고 싶은 거 사자."


 인당 15파운드를 넘겨선 안된다는 룰을 정하고 각자 흩어져서 자잘한 기념품들을 구경했다. 커다란 비닐에 각자 산 기념품들을 넣고 기분 좋게 박물관을 나섰다. 투어를 하길 잘 했다. 돈을 쓰니 나도 편하고 너네도 좋구나. 시간은 이미 점심시간이었다. 자 런던의 한식당을 가볼까. 스웨덴에서부터 이미 정해놓은 메뉴를 먹으러 한식당으로 향했다. 1층은 한국 식품을 파는 마트이고 지하는 식당이었다. 가기 전부터 우리가 골라놓은 메뉴는 이랬다. 나는 순두부찌개, 첫째는 갈비탕, 둘째는 짜장면. 한식당은 갈비탕 순두부 짜장면이 다 있는 만능 음식점이다. 둘째는 한국 사람이 너무 반가운가 보다. 마트 사장님께도 우리 신상을 털더니 한식당 사장님에게도 자꾸 질문을 한다. 각자 시킨 음식이 나왔다. 갈비탕, 순두부, 짜장면을 두고 우린 고개도 들지 않고 먹었다. 정신없이 먹고 보니 첫째는 이마에 땀이 송글하고 둘째의 분홍색 티셔츠에는 짜장면 국물이 마구 튀어있었다. 순두부찌개 뚝배기는 바닥이 보인다. 오랜만에 밖에서 사먹는 한식에 우리는 마냥 흐뭇했다. 다 먹자마자 둘째가 빨리 1층으로 가자고 재촉한다. 각자 한국 과자를 하나씩 손에 들고 셋이서 나눠먹으며 코베트 가든으로 향했다.


 날도 좋고 배고부르고 우리는 어슬렁 거리며 코베트 가든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기타 치며 공연하는 아저씨도 보고 테라스 음식점에서 스트라이프 원피스를 입고 오페라를 열창하는 언니도 봤다.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니 광장에서 개그맨인듯한 아저씨가 공연을 하고 있다. 관객 중에 아이 하나를 조수로 삼고 재주를 부리는 아저씨의 공연은 재미있었고 금세 사람들이 한가득 모여들었다. 30분은 했나 보다. 신나게 웃고 아저씨가 앞에 둔 모자에 아이들이 동전을 넣고선 코베트 가든을 떠났다. 아이들은 잘 걸었고 가는 중간중간 아기자기한가게도 구경했다. 조금 이르지만 가는 길에 있는 차이나 타운에서 저녁을 해결하고선 지나오던 길에 둘째가 점찍어 놓은 버블티 가게에서 버블티를 한잔씩 사서 공연을 보러 갔다.


 런던에서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뮤지컬로 뭐가 좋을지 알아보다 추천받은 뮤지컬이 마틸다였다. 여행 오오기 전에 줄거리도 알겸 영화를 먼저 봤다. 다행히 아이들이 재미있어해서 두 번 정도 봤더니 각자 좋아하는 노래도 생겨서 차에서 자주 듣곤 했다. 뮤지컬로 볼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되었다. 단지 아이들이 낮에 이미 많이 걸었고 배까지 부른 상태라 혹여나 졸리지 않을까가 걱정이었다. 공연장에는 학교에서 단체로 뮤지컬 보러 온 아이들로 북적였다. 영국 아이들 사이에 껴서 공연을 기다렸다. 여기저기 선생님들이 영국 아이들을 조용히 시켰다. 어딜 가나 어린이들은 분주하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고 당찬 마틸다가 노래를 시작했다. 라이브로 이 정도라니 깜짝 놀랄 만큼 노래를 잘했다. 주인공뿐만 아니라 합창도 완성도가 너무 높았다. 졸릴 세가 없었다. 셋 다 눈을 반짝 거리며 뮤지컬을 봤다. 대사가 빠르고 영국 엑센트도 강해서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내용을 이미 아는 터라 우리가 즐겨 듣던 노래들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행복했다. 런던에서 뮤지컬 볼 수 있으면 매일 보라던 조언이 생각났다. 공연이 끝나고 아이 둘이 영화와 뮤지컬에서 뭐가 달랐는지 서로 찾아낸 걸 신나게 떠든다. 뮤지컬까지 함께 볼 수 있다니 너네 꽤 괜찮은 친구들이구나.


 가이드 투어도 잘 따라다니고 시내 구경도 걸으며 이동했는데 힘들다 하지 않고 잘 따라다녀준 아이들이 기특했다. 더군다나 저녁 공연까지 졸지 않고 눈을 반짝거리면 보는 모습을 보니 여행메이트로 꽤나 훌륭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함께 보고 느끼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셋이서도 충분히 재미있게 여행할 수 있겠다. 그렇게 순탄한 둘째 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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