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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타누키 차차 Feb 19. 2018

1. 일신상의 이유

인생? 뭐 없겠지만 있을 수도 있으니까


 6년간의 사회생활 그리고 5번의 퇴사. 결과로만 보자면 나는 사회부적응자가 틀림없다. 하지만 나는 단언한다. 이 사회에는 나 같은 사람들 천지다. 이놈의 빌어먹을 회사가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류의 인간들.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대게 두 가지의 길이 존재하는데, 어차피 어딜 가나 마찬가지일 테니 버티자 파와, 더 나은 유토피아가 있을 거다를 외치며 때려치우는 파. 나는 후자였고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또다시 백수가 되어버렸다.


 글 쓰는 사람이 되는 게 꿈이라면 꿈이었다. 그럼에도 가난하고 싶지는 않았다. 글을 쓰는 직업 중에 그나마 돈이 되는 것이 당시 내가 알아낸 바로는 카피라이터(광고의 슬로건, 문장 등 광고문안을 만드는 사람)였고 나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가난하지 않아도 되었고 글도 쓸 수 있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왜였을까? 난 그 답을 서른이 넘은 지금에야 조금은 깨달을 수 있었다. 그건 어떤 회사를 가도 나는 보이지 않는 자본가의 경영 방식 혹은 뻔히 보이는 인간실격 상사의 오더를 따라야 하는 노동자 신세였기 때문이었다.

 

‘아직 진로를 결정하진 못했지만 여기는 아닌 게 확실해서요’


‘너님이 경영하는 방식을 보니 망할 게 뻔해서 먼저 도망칩니다’


‘옳지 않은 과정으로 번영하는 회사의 일원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부품을 찾는지 모르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다 이렇게 되었습니다.’


‘너님이 부인 놔두고 나랑 자자고 하는 말을
그렇게 품위 있게 돌려 말한다고 내가 그 의도를 모르는 게 아니어서요’


라고 쓰고 싶었다. 각 각의 퇴직서에. 그러나 모르는 게 아니지 않은가. 회사는 사실 내가 나가는 진짜 이유 따위는 별로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나가는 김에 회사의 문제가 있으면 알려줘라고 말하는 회사 간부들에게 진심을 말해본 적이 없다. 그냥 에둘러 그럴싸한 이유들을 댔다. 왜냐하면 어차피 그들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말하는 회사의 문제점을 진심으로 새겨듣거나 고치려 하는 의지가 1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지가 있는 회사였다면 나도 때려치우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도 크리에이티브란 1도 없는 가장 무신경하고 성의 없지만 정답이라고 여겨지는 이유를 적어 냈다.  


일신상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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