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음 잡기

by chacha

나는 유산을 했다.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에 실패했을 때 느꼈던 슬픔은 이에 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도 가슴에 뭔가가 관통한 것 같은 허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또 이번 일로 많은 것을 배웠다고도 했다. 더 큰 고난을 겪은 우리는 한층 성장했고 서로를 완전히 의지하게 되었다.


나는 그런 그에게 고마웠다. 평일에 휴가를 써가며 나를 혼자 두지 않게 했다. 게다가 소파술에 대해서도 나보다 더 많이 찾아본 것처럼 수술 과정부터 그 이후에 몸조리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술술 말해주기까지 했다.


수술 당일이 되었다. 3주간 지옥의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올 타이밍이었다. 시간에 맞춰 싸이토텍이라는 작은 알약 두 개를 혀 밑에 넣어 녹였다. 자궁 수축을 일으키는 약이라 먹고 두 시간 뒤부터 하혈을 하기 시작했다.


병원에 도착했고 수술실에 누워 내 차례를 기다렸다. 수면마취 속에 수술을 끝냈고 나는 눈물을 흘리며 잠에서 깼다. 그 비몽사몽 한 와중에도 코를 훌쩍거리며 울었고 간호사님은 나를 보며 “00님 잘 되실 거예요.”라며 다독였다.


한참을 울고 나니 정신이 말끔하게 돌아왔다. 그때부터 배에 통증이 느껴졌다. 마치 극심한 생리 이틀차 같았다.


수액을 다 맞고 집에 갈 준비를 했다. 퉁퉁 부은 눈을 겨우 떠가며 나는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옆에 있던 여성분이 나를 보며 “자궁 수술은 처음이세요? “라며 물었다.

내가 ”네? “하며 못 알아듣자, 자기는 자궁 폴립으로 오늘 수술했다고 말했다. 그제야 이해한 나는 ”저는 유산해서 소파술을 했어요.“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그녀는 당황했는지 잘 추스르라고 하며 후다닥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그녀는 아마도 내가 자신과 같은 이유로 수술을 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녀를 보니 나도 가끔은 대기실에서 옆사람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던 때가 생각이 났다. 이 병원에는 모두 임신을 하기 위해 온 것이니 나와 생각이나 상황이 비슷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같은 배드에 누워있더라도 누구는 유산을, 누구는 폴립 제거를 위해 병원을 찾았을 것이다. 그래서 같은 병원, 같은 진료실을 다닌다고 해서 상황이나 마음이 다 같은 건 아니라는 걸 새삼 다시 깨달았다.


남편이 세 시간 동안 밖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부축을 받으며 집에 돌아갔다. 시계를 보니 벌써 4시가 되어갔고 늦은 식사를 하고 씻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 나는 샤워기 물을 맞으며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눈물도 나왔다. 그리고 이제 배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니 쓸쓸한 감정까지 들었다. 그러면서도 언제까지 슬퍼만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을 위해 나는 몸과 마음을 회복해야만 했다.


며칠이 지났다. 아직도 간헐적으로 통증이 있었지만 훨씬 편해졌다.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빨리 수술한 덕에 마음도 훨씬 편해졌다. 그리고 남편도 일상으로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우리 둘은 이제 슬퍼하지 않고 다가올 다음 기회를 준비하고 있다. 몇 주간 멈춰있던 시간이 이제야 천천히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따뜻한 봄이 왔으면 했다.

이전 13화짧았던 만남 그리고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