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실장의 다이어리
드디어, 사장님이 움직였다.
회사의 핵심 생산라인이라 할 수 있는 디자인 부서,
이번 주는 전원 강제휴가다.
지금은 “이번 주까지만”이라고 말했지만,
다음 주에 어떤 결정이 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장님의 메시지는 단호하면서도 모호했다.
사장님은 두 달 동안 어떤 직원도 정리하지 않을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두 달 후, 상황을 보겠다고 하셨다.
근데… 이게 정말 두 달 동안 유지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두 달 안에 누가 나갈지 보겠다는 건지,
다들 각자 해석 중이다.
신규 상품은 전부 내려갔고,
진행되던 프로젝트는 줄줄이 중단.
모두가 일시정지 상태에 놓인 사무실 안.
그런데 그 한가운데서—
두꺼운 다이어리를 손에 들고, 왔다 갔다 바쁘게 움직이는 한 사람, 실장님.
모두가 멈춰 있는데,
혼자만 연극이라도 하듯 분주한 모습.
뭘 저리 바쁘게 메모하고, 정리하고, 보고 있는 걸까.
뭐가 그렇게 바쁜 걸까.
그 누구보다도 손댈 일이 없어진 사람인데,
그 누구보다도 분주해 보인다.
역시, 누가 봐도 지금 이 회사에서 가장 안전해진 사람.
그 다이어리엔, 정말 중요한 회사 일정이 적혀 있을까.
아니면, ‘내가 바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스케줄만 가득한 걸까.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지금 이 회사엔 누가 필요한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