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여름 여행 2일 차_2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친구 윤 씨와 아일랜드 워홀러 동생과 함께 프라하 성으로 향했다.
프라하 성은 언덕에 있어서 좀 걸어 올라가야 한다.
위 사진의 계단을 한참 땀 흘리며 올라가고 계단의 끝자락에 도착했을 때 대망의 2일 차 사고가 터진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이 동행하던 동생이 지갑을 소매치기 당한 것이다!
이 친구가 여행 마지막 날이어서 방심하고 지갑 든 가방을 옆으로 메고 다닌 게 도둑의 표적이 된 것이었다.
사실 유럽 여행지에서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털려보니 섬뜩했다. 세명에서 쪼르르 잘 걸어갔는데 쥐도 새도 모르게 어느새 털어갔다.
동생은 경찰에 급하게 신고 접수하고, 아일랜드행 비행기 시간 때문에 급하게 떠났다. 본인 친누나 결혼식 때 매형에게 선물 받은, 몇 번 안 쓴, 게다가 명품지갑이어서 더 속상해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경찰에 사고 접수를 한다고 잃어버린 지갑을 찾을 확률은 없지만 그래도 추후 여행자 보험 등으로 조금이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 신고는 하는 게 좋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여권이 털렸으면 당장 비행기 타고 갈 방법도 없는데, 여권은 도둑맞지 않아서 비행기를 타는데 문제가 있진 않았다. 여행 다닐 때 항상 가방은 앞쪽으로 메고 다녀야겠다.
첫 소매치기에 지갑과 멘탈이 털린 동생을 보내고 남은 우리는 프라하 여행을 이어갔다.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풍경은 구시가의 시계탑 꼭대기가 더 좋은 것 같았다.
프라하성 내부의 성 비투스 대성당을 볼 때 폭우가 쏟아졌다. 비에 옷도 젖고 날씨도 쌀쌀해져서 숙소에 돌아와 잠깐 휴식을 취하고 나가기로 했다.
휴식 후 유럽 3대 야경 중 하나라는 프라하의 야경을 보러 출발했다. (나머지 두 개는 파리와 부다페스트라고 한다) 사실 나는 1일 차 저녁에 윤 씨를 기다리며 한인민박에서 만난 사람들과 산책 겸 카메라 없이 야경을 보고 왔는데, 너무 괜찮아서 꼭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일단 저녁을 먹고 출발하였다.
꼴레뇨는 점심때 너무 맛없게 먹어서 싫었는데 종업원이 끝까지 추천해서, 얼마나 맛있나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켰고 정말 맛있었다. 이게 꼴레뇨구나 싶었다.
그리고 함께 마신 필스너 우르켈. 독일에서 살며 저가 마트에서 팔던 지지부진한 필스너들을 많이 먹어보길 정말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확연히 뛰어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밥을 다 먹고 다시 구시가 쪽으로 향했다. 구시가 쪽 야경을 보고 까를교를 보고 올 계획이었다.
매시각 정각이 되면 시계탑에서 12 사도의 인형이 나와 한 바퀴 돈다. 신기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밤에 보는 모습도 느낌이 있었다.
구시가 쪽을 한 바퀴 돌고 프라하 남쪽에 야경을 볼 수 있는 낮은 산으로 가기로 했다. 전날 가봤지만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대충 비슷한 방향으로 걸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비셰흐라드라는 지명이었고 그쪽에서 봤던 프라하 전경이 인상 깊었었다.
우리는 목적지도 모르고 가다 결국 길을 잘못 들었다. 가로등도 점점 없어지는데 사람도 없어지니 불안해서 중턱까지 갔다가 그냥 내려가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까를교와 프라하 성이 보였다.
여행을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한 날이었는데 많이 걷기도 했고 소매치기도 겪어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곤했다. 우린 이렇게 여행 2일 차에 전체 에너지의 90%를 소비하고 다음 여행지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