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여름 여행 5일 차
잘츠 부르크를 별일 없이 알차게 보내고 다음날 우리는 할슈타트로 향했다.
할슈타트는 오스트리아에 있는 할슈타트 호수(Hallstaetter See)에 있는 시골마을이다.
호숫가에 있는 마을 풍경이 예뻐서 유명해진 동네이고,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가고 싶은 여행지이기도 했다. 보통 잘츠부르크에서 빈으로 이동 사이에 잠깐 시간 내서 당일치기로 여행하는 사람도 많지만, 새벽에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보는 게 또 일품이라고 해서 우리는 이곳에서 일박을 하기로 했다.
이동은 오스트리아 열차를 타고 아트낭이라는 곳에서 환승을 해야 했다.
할슈타트 근처로 오니 차창밖으로 보이는 산들이 다 높고 웅장했다.
할슈타트 기차역에 도착했다. 기차역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고, 시내로 가기 위해서 배를 타고 가야 한다.
기차 시간과 연계가 잘되어 있어서 배편은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
배를 타고 호수 반대편으로 보이는 할슈타트 마을로 출발했다.
TV에서나 보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선착장 가까이 오니 산과 호수 마을 건물들의 조화가 한 폭의 그림이어서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데 정신이 없어 보였다. 선착장에 내려 마을을 한 바퀴 쓱 둘러보고 숙소에 체크인을 하러 갔다.
선착장 근처에 교회를 지나 숙소로 향했다.
우리는 호수를 끼고 쭉 걸어가면 나오는 곳에 숙소를 잡았다. 진짜 핫한 숙소들은 방에서 호수가 바로 보이는 할슈타트 민박집들이라고 하는데, 적어도 한 달 전에는 예약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는 출발 1주일 전에 예약한 것치고 정말 접근성 좋은 곳에 예약했다.
이런 곳에서 한 삼일만 요양하면 정신건강에 매우 이로울 것 같다.
우선 숙소에 짐을 풀고 우리는 밥을 먹으러 갔다.
할슈타트는 레스토랑이 많이 없어서 중앙광장에 보이는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식사를 했다.
평범한 피자, 파스타에 할슈타트에만 있는 맥주를 마셨다.
밥을 다 먹고 반대편 포토존으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인터넷에 보니 다들 이쪽 방향에서 마을을 찍은 사진이 많길래 가서 찍어보니 당연히도 인터넷이 떠도는 사진과 똑같이 나왔다. 교회 첨탑이 이뻤다.
마을에 심취해서 천천히 즐기며 걷고 있는데 눈앞에서 웬 알파카가 풀을 뜯고 있었다. 게다가 옛날 푸들처럼 이쁘게 이발한 알파카였다. 알파카를 본 적이 없어서 너무 신기하고 귀여웠다. 가까이서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멀리서 풀을 뜯고 있었다.
알파카 구경도 실컷 하고 숙소 쪽으로 또 산책을 했다.
물이 너무 맑아서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마을이 넓지 않아서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금방 걸어올 수 있었고 반대편에는 꽤 괜찮아 보이는 공원이 있었다. 우리는 공원에서 맥주 한잔하며 쉬었다.
맥주 한잔하며 쉬다가 어디선가 걸어온 백조 가족과 만나게 되었는데, 직접 보는 게 처음이기도 했고 게다가 우리 바로 코앞까지 와서 우리에게 시비를 걸어서 너무 신기했다.
사진에서도 자세히 보면 백조 발 색깔이 달랐는데 암컷, 수컷 색깔이 다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둘 중 한 마리가 엄청 경계심이 강했다. 가만히 있는 우리에게 걸어와선 계속 날개를 펼치며 쪼으려 했다. 물론 위협은 전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뽀송한 새끼가 너무 귀여웠다.
백조는 울 때 "쑤ㅖ~~~~~~~~~~~~~~~" 하고 운다.
괜히 건드리면 어디 다칠까 봐 일정 거리를 두고 피해 줬다.
백조랑 놀다 보니 해가 졌다. 해 질 녘에 보는 호수의 모습에 마음이 가라앉고 기분 좋은 고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저녁시간이 되었지만 할슈타트는 시골이라 그런지 해가 지니 가게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특별히 먹고 싶은 것도 없어서 선착장 근처에 열려있던 케밥집에서 케밥 하나 사 먹고 새벽 물안개를 보기 위해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