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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차비어 Jul 29. 2022

벨기에 안트베르펜_고난의 이동, 그러나 달달했던 도시

16년 가을 여행 4일 차

네덜란드의 일정이 끝나고 우리는 벨기에 안트베르펜으로 출발했다.

안트베르펜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50분 거리에 있는 대서양 근처의 항구도시이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곳 이기도 했다.


먼저 암스테르담에서 안트베르펜까지는 Flix Bus를 타고 갔는데, 이날 처음으로 버스 때문에 문제가 생겼었다.

계획 짤 때부터 이 쯤되면 피곤할 테니 푹 자고 천천히 갈 생각으로 12시 버스를 예약해뒀다. 하지만 마치 집 가까운 애가 지각을 하듯 여유롭게 준비하다가 늦어버렸다.

지하철이 정확히 12:01분에 역에 도착 예정이어서 매우 조마조마했는데 네덜란드 지하철은 정확했다. 12:01분 도착.

그래도 일말의 희망은 우리가 타는 정류장이 간이역이라는 사실이었다.

잘하면 탈 수도 있겠다 싶어서 도착하자마자 냅다 달렸다.

육상선수 출신 은지는 별 무리 없이 나와 비슷한 속도로 뛰었고, 우리는 멀리 Flix버스가 보여 다행이라며 버스로 뛰어갔다.

그러나 우리의 버스는 아니었다...


그 다른 버스 기사님께 물어보니 혹시 아직 도착을 안 한 것일 수도 있다고 하여 좀 기다려보라고 했다.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리다 어느덧 삼십 분이 흘렀는데, 안트베르펜으로 가는 다음 버스인 12시 30분 버스도 안 오는 것이었다.

12시 30분 버스가 30분 정시에 출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12시 버스도 정시에 출발한 게 아니었겠구나! 엄청 늦게 오네! 하고 착각을 하면서 기다렸다.


그렇게 땡볕에 얼마나 기다렸는지 어느덧 일사병 이틀 차 환자가 돼가고 있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또 삼십 분가량 흘렀을까,,

12시 30분 버스에 중국인 강성 아줌마가 너무 화나셔서 담당자를 어떻게 소환했고,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지셨다. 자초지종을 알고 보니 12시 30분 버스는 시스템상으로 아예 배차가 없었다고 했다.


결국엔 12시 버스는 12시 정각에 출발한 것이고 12시 반 버스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을 자각한 게 한시 반이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망했다고 괜히 기다렸다고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담당자가 12시 반 버스 승객들을 위해 배차를 하나 더하던지 다음 차를 태워주던지 방법을 마련해보겠다고 하길래 아쉬움에 슬쩍 가서 슬쩍 물어봤다.

"내가 12시 버스인데 어떻게 안 되냐 나도 같이 기다렸는데;;"

멘붕이 와있던 Flix 담당자는 왠지 모르겠는데 알겠다고 너도 타라고 했다.

그렇게 재수 좋게(?) 두 시간 반을 땡볕에서 대기하고 오후 2시 반에 가까스로 버스에 탈 수 있었다.

이 버스도 만차여서 결국 못 타고 그냥 대기만 하다 떠난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나마 우린 다행이었다.

담당자 옆에서 계속 사부작 거렸던 게 다행이었다.

그렇게 안트베르펜으로 출발하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버스를 타고 약 2시간 반 가량을 이동했다.

그래도 암스테르담에서 안트베르펜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다행이었다.

우리는 암스테르담 중앙역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두고 시내로 나갔다.

먼저 벨기에에 오자마자 와플을 먹을 생각이었기 때문에 중앙광장으로 가는 길에 있는 카페 맛집을 찾았다.

Desire De Lille라는 카페였고 우리는 아메리카노 한잔과 와플을 하나 시켰다.


평범한 커피를 시켰고 와플은 리에주 와플과 브뤼셀 와플 중에 브뤼셀 와플을 먹었다.

보통 우리가 먹는 와플이 리에주 스타일에 가까우면 브뤼셀 와플은 바삭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깜짝 놀랐다 처음 먹어본 와플이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벨기에에 있는 동안 와플을 많이 먹었다.


그렇게 잘 먹고 중앙광장을 가는 길에 멀리 안트베르펜 대성당이 보이는 작은 광장이 보였다.

페트로 파울로 루벤스라는 화가의 동상이 있는 광장이었다.

안트베르펜 자산가의 아들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그는 바로크의 대표적인 화가로 활동했다고 한다.

대성당 쪽으로 가면 브라보 동상이 있는 중앙광장이 나온다.

안트베르펜 대성당

브레멘, 네덜란드에서 볼 수 없었던 유럽풍의 성당이었다.

플란더스의 개에 네로와 파트라슈가 죽은 성당으로 나오는 곳이라고 한다.

내부 관람은 못했는데 내부에는 루벤스의 그림도 있다고 한다.


그 앞으로는 브라보 동상이 위치해 있다.

로마 병사였던 브라보가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하는 거인의 손을 잘라서 던지는 전설이 있는데 그 모습을 형상화한 분수이다.

거인의 잘린 손모가지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 그로테스크한 모습을 하고 있다.

 

브라보 동상 뒤쪽으로는 시청사 건물이 있는데 여러 나라들의 국기가 게양되어 있었다.

중간에 태극기가 펼쳐졌을 때 한 컷


건물 꼭대기마다 황금색 동상들이 있는데 우리는 돌아다니며 뜬금없이 황금이 있다고 뜬금 양식이라 부르고 다녔다. 건물 뒤쪽으로 어우러지는 대성당도 멋있었다.


뜬금 양식들의 건물과 해지는 안트베르펜의 모습


그렇게 광장과 건물들을 구경하며 허기졌지만 일몰시간이 아까워 근처에 흐르는 에스코 강으로 걸어갔다. 그쪽에 이쁜 다리가 하나 있는데 그쪽에서 보는 일몰이 멋졌다.

강을 건너는 다리는 아니었고 그냥 올라가서 강을 볼 수 있는 전망대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본 대성당에 비친 색이 너무 예뻤다.


한참을 구경하다 우리는 밥을 먹으러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지나가는 길에도 대성당이 너무 멋있어서 사진을 계속 찍게 되었다. 고진감래인가 오전에 너무 힘을 뺐지만 좀 서늘해진 기온과 도시의 아름다운 풍경에 모든 걸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찾아간 식당. 여기서 오래간만에 피자, 파스타에 맥주는 두벨과 크릭을 마셨다.

식사 중에 점점 해가져서 다 먹었을 때는 많이 어두워졌다.


풍경이 너무 좋아서 밥 먹는 중간중간에도 카메라를 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바로 옆에 있는 중앙광장으로 한 번 더 걸어 가봤다.


조명이 들어온 광장과 건물들의 모습도 일품이었다.

대성당과 브라보 동상이 함께 나오게 찍은 사진. 이 사진이 이번 여행에서 베스트 포토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우리는 또 매일 하는 의식같이 감자튀김을 사 먹으러 갔다.

안트베르펜에서 유명하다는 FRITUUR n'1

맛은 있는데 저기 주인아줌마가 불친절하다고 리뷰가 많길래 살짝 쫄았는데 우리한테는 친절하셨다.


그렇게 먹은 감자튀김

빠삭! 하고 맛있었다.

이곳을 돌아보며 분명 언젠가 꽃청춘 같은 프로그램에 방송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다음에 가는 브뤼셀이 물론 더 화려한 건 있지만 나에겐 안트베르펜이 더 정이 가고 이뻤던 도시였다.

꼭 다시 와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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