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여름 여행 5일 차
피렌체의 일정이 끝나고 아침에 일어나 볼로냐로 떠나는 날이었다.
전날 밤, 아니 당일 새벽에 밖에서 사람들이 엄청 싸워대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이 날의 일정은 볼로냐로 넘어가서 푸우욱 쉬다가 저녁에 시내 구경을 살짝 하고 오는 것이었다.
사실 일정에 볼로냐라는 장소를 넣은 이유 자체가 다음날 가는 산마리노 공화국을 가기 위해서였다.
산마리노 공화국에 가기 위해서는 어차피 지나가야 하는 도시였고, 일정 조율을 해보니 이곳에 숙박을 잡는 게 시간이나 비용에 더 유리해서 볼로냐에 숙소를 2박 잡게 되었다. 비록 2박이지만 관광은 이 날 저녁에 잠깐 돌아보는 게 전부였다.
여하튼 날씨도 좀 풀리고 볼로냐의 숙소도 좋아서 오래간만에 기분 좋게 쉴 수 있었다.
돌아가서,, 피렌체를 떠나기 전 아침,,
아침 식사로 카푸치노와 크로와상을 테이크 아웃해서 두오모 앞에 벤치에 앉아서 먹었다.
사람이 없어서 좋았다.
더워서 힘들었지만 아쉬워서 계속 돌아보게 되었던 두오모를 뒤로하고 기차역으로 갔다.
그렇게 피렌체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20분가량 가니 볼로냐에 금방 도착했다.
볼로냐의 첫인상은 한적했고, 사람 사는 동네 같았다.
호텔에 와서 에어컨 제일 빵빵하게 틀고 호텔 앞에 있던 마트에서 초밥세트와 컵라면을 사 와서 먹었다.
에어컨이라니 너무 행복했다. 초밥에 컵라면까지 먹으니 이제야 피가 도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한참을 기절했다가 오후에 일어나서 볼로냐 구경을 나섰다.
우선 숙소에서 관광지로 가는 길에 또 젤라토 맛집을 가서 젤라토를 먹기로 했다.
역시 젤라토 이 집도 굉장했다.
피스타치오는 특히 정말 맛있었다.
게다가 여기도 수박 그라니따를 팔기에 나중에 돌아가는 길에 또 들리기로 했다.
그렇게 만족스럽게 걷다 보니 저 멀리 볼로냐의 명물 두 개의 탑이 보였다.
두 개 중 하나가 훨씬 높다.
그리고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져있어서 위태로워 보였다.
쭉 돌아보고 마조레 광장으로 가니 영화 행사를 하고 있었다.
주말마다 옛날 영화를 무료로 상영해주는 행사였는데, 규모가 엄청 컸다.
어차피 해가 지고 상영을 하니 그 사이에 식사를 하고 구경을 하기로 했다.
볼로냐에서 꼭 먹고 싶었던 볼로네제 파스타!
맛집을 찾다가 제일 만만한 곳으로 들어갔다.
이태리에 왔으니 모레티!
라들러와 밀맥주를 한잔씩 하고 기다리니 대망의 볼로네제가 나왔다.
대망의 볼로네제 파스타였지만 너무나 평범해서 놀랐다.
마치,,
안동찜닭을 먹으러 안동까지 갔는데, 그냥 학교 앞에서 먹었던 봉추찜닭이랑 다를 바 없는 느낌(?)
그냥 집 앞 마트에서 산 다진 고기 볶아서 볼로네제 페이스트 넣고 조리하면 똑같은 맛일 것 같다.
결론은 그냥 우리가 평소에 먹는 볼로네제의 퀄리티가 굉장히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피자
저 위에 치즈가 좋은 치즈라서 가격도 비싼데, 난 아직 그 좋은 치즈를 느낄 미각이 안 되는 것 같다.
맛없었음.
그렇게 해가지고 마조레 광장으로 다시 가니 영화가 막 시작하고 있었다.
앞부분 조금만 봤는데 재밌었지만 피곤하기에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아까 계획했던 수박 그라니따를 먹으러 젤라토 집에 또 갔다.
역시 수박 그라니따. 여기도 너무 맛있었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레스토랑 상위권에 이 젤라토 집이 있는데, 충분히 인정할만했다.
그리고 볼로냐의 일정은 다음날의 빡빡한 일정 때문에 이렇게 간단히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