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동안 모바일UX디자인을 하다가... 서비스디자인을 하겠다고 병원으로 이직하던 그당시를 회상해보면 나의 마음은 솔직히 기대반 두려움 반이었던것 같다. 가장 기대 되었던건... '드디어 모바일기기의 스크린 밖으로 나와서 진짜 세상에서의 서비스 경험을 디자인 할 수 있다는 것'이었던것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두려움 또한 같은 이유 때문에 컸던것도 사실이다.
모바일이라는 고객 접점의 디지털 경험을 디자인 하는것과, 실제 세상의 물리적 제약 조건에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 서비스를 주고받는 경험을 디자인 하는것은... 얼핏 보면 비슷해보일 수 있겠지만, 막상 하나하나 뜯어보면 이건 디자인이라는 단어만 똑같지...디자인 대상, 환경, 솔루션등...모든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상황이 될수도있었기 때문이다.
마음을 다독이며 '똑같은 경험디자인인데.. 뭐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어?'라고 자신감을 가지기도 했지만, 그당시 관련 자료를 아무리 찾아봐도... best practice 관련 자료는 그래도 많지만, 이를 실제로 실행하고 디자인하는 관점에서의 자료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기존에 사용하던 UX디자인 방법론으로 과연 내가 서비스디자인을 할 수 있는걸까?...할 수 있다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기존 UX디자인 경력에서 뭘 활용할 수 있고, 뭘 더 배워야 하는건지... 딱히 명확하게 개념을 못잡고 시작했던것 가다. 책에서 '츠타야서점' 같은 사례를 보면서.. '재밌겠다', '할만 하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서비스디자인과 디자인씽킹 방법론은 이름만 다르지 서로 비슷한 방법론처럼 느껴졌고, 기존에 하던 UX디자인 프로세스와도 크게 다른것 같지 않아서 햇갈렸던 상황이었던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UX디자이너의 관점에서 UX디자인과 디자인씽킹, 서비스디자인간의 관계와 차이점을 중심으로 그동안 실제로 병원 서비스디자인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개념을 정리해본 내용을 적어보려 한다. 이 내용은 포스팅 하나로 끝낼만한 분량과 내용은 아닌듯해서 아래와 같은 순서로 이야기를 풀어가려 한다
#1. 디자인씽킹 vs UX디자인
'디자인씽킹은 UX디자인 방법론을 일반화/간소화한 훈민정음 버전'
#2. 서비스디자인 vs UX디자인
'서비스를 디자인하기 위해 UX방법론을 업그레이드한 방법론'
#3. 병원 서비스디자인 by 디자인씽킹
'병원의 특수성을 고려한 서비스디자인'
오늘은 이중에서 첫번째 디자인씽킹과 UX디자인의 비슷한점, 차이점에 대해 얘기 하고자 한다.
#1
디자인씽킹 vs UX디자인
'디자인씽킹은 UX디자인 방법론을 일반화/간소화한 훈민정음 버전'
[디자인씽킹] 인기의이유
디자인씽킹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던 당시..(아마도 2013년도 즈음?).. 뭔가 신박한 방법론이라는 소문을 듣고 하나하나 뜯어봤을때... 꽤 실망스러웠다. 아무리봐도 그동안 해왔던 UX디자인 프로세스와 다른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건뭐야?... 'IDEO에서(글로벌 디자인 에이전시) 자기네가 뭔가 새로운 방법을 만든것처럼 브랜딩을 했구만...'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겨버렸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시간이 지나면서 디자인씽킹의 인기는 점점더 높아져갔고, 여기저기 서비스디자인 결과물에서 디자인씽킹 프로세스를 활용하는것을 보면서.. '도대체 UX디자인 방법론 짝퉁버전 같은 '디자인씽킹'이 마치 토요타의 Six Sigma의 위상처럼 인기가 많아지고 널리 사용되는걸까? 디자인씽킹의 기초개념은 이미 나온지 벌써 수십년이 되었는데... 왜 특히 최근들어(10여년?) 기업들이 디자인씽킹을 주목하게 된걸까?
(이부분은 짚고 넘어가면 이야기가 산으로 가버릴 수 있으니, 결론만 요약해서 얘기하자면...)
가장 큰 요인은 스티브잡스가 2006년 '스마트폰'을 소개한 이후 약 15년동안 모바일경제 시대로 세상이 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기업이 매력적인 마켓을 타게팅해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면, 이에 반응하는 고객들이 구매하는 형태로 거래가 이뤄졌다면, 요즘의 방식은...비록 지금은 시장이 매력적이지는 않더라도 니즈가 강력하다면 이를 기업이 만족시키고, 여기에 열광하는 팬덤으로 없던 마켓이 새롭게 창출되는... 창조경제의 시대이다.
그래서 이제 기업들은 (기존의 강력한 경쟁무기였던 가격, 상품성 이전에)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고객니즈 발굴' 역량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 방법으로서... 그때 마침 애플의 마우스를 처음 디자인한 글로벌 디자인회사 [IDEO]에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방법론, [디자인씽킹]'을 세상에 소개되면서부터 기업들은 디자인씽킹에 급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정리하면...
기업들이 디자인씽킹을 찾는 이유는 '고객니즈 발굴 방법'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디자인씽킹]의 아빠는 UX, 할아버지는 HCD
*UX(User Experience), HCD(Human Centered Design)
그럼 여기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 가보자. IDEO는 최초의 마우스를 디자인했던 디자인 회사이다. 그럼 IDEO가 제시한 '디자인씽킹'은 디자이너의 방법론 아닌가?'... 그렇다면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은 필요 없는것 아닌가?'라는 질문이다. 여기에 대해 UX디자이너 관점에서 설명해보려 한다.
디자이너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디자인 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 결과물의 좋고 나쁨의 기준도 사용자가 결정하고, 마음에드는 디자인을 선택하는것도 사용자의 몫이다. 결국 디자이너에게 '갑 of 갑'은 사용자인 것이다. 디자인된 제품이 그것이 무료든 유료든 이용가치가 없으면 결국 시장에서 외면받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시선은 내가 디자인한 제품을 이용할사용자에게 꽂혀있을 수 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용자의 경험을 디자인 하는 'UX디자인'은 이미 이름에서 알수있듯이 [User]가 디자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경험은 정해진 시공간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때 만들어진다. 그런데 그 경험의 좋고 나쁨은 사용자가 결정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좋다고 판단하는 기준을 파악하는것이 경험을 디자인 하기 이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하겠다.
그래서UX를디자인 하려면 사용자가 어떤 상황에서 무슨일을 할때 무슨 어려움을 겪는지를 이해한 다음, 그 문제 해결의 용도에 맞게, 그리고 사용자의 상황(신체,나이,환경,인지능력)사이즈,재질,스타일 뿐 아니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의 인지구조, 인지능력까지 고려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어찌 보면 UX디자인은 사용자니즈 발굴을 위한 방법론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UX디자인 Process
그럼 UX디자인은 어떤 과정을 통해 사용자의 니즈를 발굴하는지 알아보자. 이게 얼핏 보면 엄청 복잡해보이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의외로 쉽고 간단하다. 마치 아이를 위해 뜨개질을 하는 엄마의 마음처럼, 아이가 생활하며어떤 옷이 필요한지를 캐치해서 아이를 관찰해서 어울릴만한 사이즈와 컬러 스타일을 정하고(디자인하고) 뜨개질 해서, 맞는지 입혀보고 수정하는 일련의 과정과도 어찌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
■ 엄마의 뜨개질 방법
1. 아이 관찰하기
2. 뜨개질할 옷의 용도, (크기, 컬러,..)요구사항 정하기
3. 아이디어 스케치
4. 만들어보기 (뜨개질)
5. 아이에게 옷 입혀보고 수정하기
그런데 여기에 한가지 신기한 사실이 있다. 아이를 위해 옷을 만드는... 이 단순한 과정이 현재 Google에서 UX를 디자인할때 사용하는 프로세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세부적으로 파보면 엄청나게 많은 단계들과 방법론들이 있지만 일단 큰 틀에서 봤을때 기준이다.) 정말일까?.. 구글에서 발표한 UX디자인 프로세스를 살펴보자
엄마의 뜨개질 방법과 [Google]의 UX디자인 방법은 다르지 않다.
Google UX Design Process <출처 : Google, https://designsprintkit.withgoogle.com/methodology/overview>
: 사용자(Persona), 문제(User Problem), 문제원인(Root Cuase), 고객가치(User Value)를 정의한다.
3. 아이디어 확정 (Sketch & Decide)
: 고객가치 제공을 위한 아이디어를 도출한다.
4. 디자인 (Prototype)
: 스토리보드, 세부디자인, 프로토타입 제작
5. 사용자 테스트 (Validate)
: 프로토타입을 유저에게 유저에게 사용해보도록 하고 모니터링하고 결과를 기반으로 업데이트 한다.
둘을 비교해보면?... 설명하는 단어만 다를 뿐 거의 동일해 보인다. 이유가 뭘까?.. 결국 둘 다 User가 시작이자 중심이기 때문이다. 'User에게 물어보고, 관찰하고, 이를 기반으로 User를 위해 만들어보고, User에게 검사받아서 수정'하는 이 단순한 과정의 중심에는 항상 User, User, User가 있다.
아마도 누군가 에게는 '에이~이게 무슨 방법론이야.. 너무 당연한 얘기잖아~!'라고 생각될 만큼 원칙적이고 일반적인 얘기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기업들은 이 쉬운걸 몰랐을까?... 아니다. 왠만한 기업은 이미 UX디자인 부서가 있고, 없다면 UX전문 업체를 활용하기도 해왔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제품/서비스 디자인 단계에서는 실제 사용자가 중심일지 모르겠지만... 사업/제품 단계에서 의사결정 단계에서는 사용자 보다는 제품을 구입할 Customer가 중심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될때 UX는 제품을 많이 팔기위해 필요한 4P중에서(Price, Place, Product, Promotion) Product의 상품성을 만족시키는... One of them 아이템이 되어버린다. (*실제로 기업 내에서 UX부서가 실제로 마케팅이나 개발 부서 밑에 있는 경우도 많다.)
이전에는 이게 너무 당연한 논리였다. 일단 뭐가 됬든 잘 팔려야 이윤이 남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저~~~위에서 내려주시는... 의사결정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의 UX를 아무리 좋게 만들어봐야... 특히 요즘처럼 초 세분화된 유저의 니즈나 가치관에 안맞으면 안팔리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마치 금맥을 찾는것처럼... 유저의 니즈를 알아내고 그 니즈에 맞는 솔루션 제품을 만들어야 이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즉, 이제는 디자인에 한정되었던 User중심의 UX의 방법론이 이제는 의사결정 단계에서도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 [스탠포드 D.School] Design thiking Process
하지만 UX방법론은 애초에 시작이 디자이너들이 활용하던 방법론이기 때문에 None-Design 직군들이 사용하기는 쉽지 않은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1. 기존 UX방법론에서 'Design 산출물' 과정을 빼고
2. 'User Centered'관련한 내용만 핵심적으로 추출하고
3. 용어를 비 디자인 직군도 이해하기 쉽게 변경하고
4. 더 많은 산업영역에서 User중심으로 의사결정하는데 활용할 수 있도록 일반화
한것이 바로 디자인씽킹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래 스탠포드 D.School에서(디자인씽킹 Top 교육기관) 얘기하는 Design thinking process를 살펴보자.
Design Thinking Process <출처: 스탠포드대학>
실제로 이런 차이점들이 느껴지는지 천천히 살펴보자.
이전 UX디자인 방법론이 사용자의 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하는 방법론이었다면, 이제는 여기에서 디자인 관련된 내용은 덜어내고 일단 먼저 사용자의 문제를 찾고, 사용자에게 검증받으며 해결법을 찾아내는 '사용자 중심 해결법'의 핵심만 추출했다. 즉, 문제 해결방법이 더이상 UX, 서비스, 제품에 얽매이지 않게 되면서...사용자의 문제를 누구나(어떤 직군, 어떤 환경에서든)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UX방법론이 업데이트 된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디자인씽킹을 활용해서 병원 외부사용자, 내부사용자의 니즈에 기반해서 서비스도 디자인하고, UX도 디자인하고, 고질적인 문제들도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정리해보자. '디자인씽킹'은 UX디자인의 '사용자 중심 문제해결'방법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한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치 훈민정음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