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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드 Oct 20. 2022

Thinking과 Making의 갭

병원에서 그동안 진행했던 서비스디자인 과제들을 잘 살펴보면 한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과제의 종류와 범위가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즉, 과제의 Scope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환자를 교육시키는 교육솔루션 디자인부터, 진료공간 소음대책, 진료실 리모델링, 감염예방 자동화 등등.. 해결해야할 문제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위한 솔루션의 종류도 마찬가지다. 영상, 인쇄물, 인테리어, 가구, 앱, IT인프라... 등등...정말 세상의 모든것을 디자인 할것처럼... 다양하다.


그래서 매번... 하루는 시각디자인, 그 다음날은 영상디자인, 그 다음날은 UX디자인... 물론 전부 직접 디자인 하는것은 아니지만(외주 활용) 결국 디자인 컨셉제안과 Quality Control을 해야하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종류의 디자인을 경험하게 된다...그러다보면...과거를 잠시 잊고 살다가 '아..맞다.. 내가 모바일기기 UX를 디자인하던 사람이었지?' 라고.. 농담삼아 얘기하곤 했다. 그만큼 병원 서비스디자인의 디자인 영역이 버라이어티 했다는 얘기다.


솔직히 처음에는 '이게 가능할까?..' 싶었다. 이전에 모바일 UX를 디자일 할때는 디자인센터에서 아무리 세상에 없던 신개념 제품의 UX를 개발 한다고 해도...휴대폰,카메라,웨어러블처럼... Mobile Device라는 범주, IT라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가끔 로봇이나 스마트미러처럼 벗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서 새로운 과제를 한다고 해도 기존의 어느정도 정형화된 프로세스와 방법론을 활용해서 빠르게 업무를 추진해 갈 수 있었다. 또한 아무리 빠르게 디자인 컨셉을 만든다고 해도... 하나의 새로운 제품의 UX를 개발하기 까지는 디자이너 뿐 아니라 개발, 상품기획, 제품디자이너와 함께 협업하면서 수십번의 프로토타입, 유저리서치, 유저테스트 과정을 거쳐 수개월에서 길게는 몇년동안 상품성 있는 제품을 만들어낸다. 즉,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서 수많은 리소스가 투입된는 얘기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이렇게 디자인을 Well making 할 수 있는 환경이 안된다. 다시말하면... 디자인 잡지에서... 뉴스에서 보는 Ideo와 디자인카운슬의 멋진 서비스디자인 사례와 결과물들처럼... 디자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가... 병원 내에서는 정말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병원의 시간,예산,인력이라는 리소스 제약 때문에... 병원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중에...  해결 할 수 있는 과제의 갯수도 제약이 있을 뿐 아니라... 상품성 있는... 즉 가격, 유용성, 내구성, 심미성 있는 디자인을 뽑아내기는 더더욱 쉽지 않은것이 현실이다.




A.C.Camargo Cancer Center와 워너브라더스의 협업으로 디자인한 어린이 암환자용 IV케이스 (출처:https://www.dandad.org/awards/pr




이 문제는 병원혁신부서의 UX디자이너로서 정말 큰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왜일까?.... 처음부터 병원은 UX디자이너를 고용할때... 특정 제품이나 솔루션을 디자인하라고 고용한것이 아니다. 병원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고용했다. 그럼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풀어야할 문제를 잘 정의했다고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것은 아니다. 그 문제는 풀 수 있는 최선의 솔루션이 있어야... 바로 그 솔루션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솔루션은 자동으로 생길까?... 당연히 일정수준의 Quality가 있어야 해결되는데... 병원에서는 현장에 적용해서 사용할만큼 내구성이나 디자인, 사용성 등등 Quality가 검증된 솔루션을만들어 내기가 쉽지 않다는데 가장 큰 어려움이 있다.


UX디자이너는 모든것을 디자인 할 수 있는 만능이 아니다. 가구를 디자인 해야하면 가구디자이너와 가구 설계자, 인테리어 설계자가 함께 협업해야 하고, 앱을 디자인 한다면 개발자, 개발PM, QA인력등과 협업을 해야 앱을 개발 할 수 있다. 그리고 혹여나... 정말 능력 좋은 UX디자이너가 스스로 디자인어워드를 받을만한 좋은 디자인 결과물을 뽑았다고 하더라도... 그건 그냥 디자인이다. 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는 상품화 디자인 과정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개발 과정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헬스케어 서비스디자인으로 유명한 IDEO...방법론 뿐 아니라 디자인 Quality로 유명하다 (출처:https://www.ideou.com/products/human-center



한번 생각해보자... Ideo, 디자인카운슬, 엔진.. 등 글로벌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발표하는 병원서비스디자인 사례들이 왜 유명할까?...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를 발견해서?...병원 전반적으로 엄청한 임팩트가 있어서?... 라기 보다는 결과물의 퀄리티가 좋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솔루션이 그럴듯하고, 사용하고 싶게끔 완성도 있게 결과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서비스디자인은 디자인씽킹을 통한 문제 정의가 전부가 아니다. 그리고 문제해결을 위한 시도가 전부인것도 아니다. 문제를 겪고있는 사용자가 쓸 수 있는 솔루션이 나왔을때... 즉 문제와 솔루션의 적합성이 맞았을때 비로소 그 서비스디자인은 의미 있어지는 것이다. 만약 솔루션이 몇번 썼는데... 부서지거나.. 너무 비싸서 확장을 못하거나.. 사용법이 너무 복잡해서 아는 사람만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솔루션이 상품성이 없으면 그냥 아이디어에 그칠 확률이 높아진다.


많은 서비스디자인 사례들이 여기에 막혀서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많다. 결국 포스터 몇장 붙이고 끝나거나, 멋지게 결과물을 만들지만 유지,보수가 안되어 몇번 이용되다가 버려지거나... 결국 많은 돈과 시간과 리소스를 투입해서 결과물을 만들었지만 확산되지 못하고 상품성이 없어서(현장에 적용하기에는 여러가지 넘어야할 산들이 많지만 거기까지 도달할 수 없어서) 흐지부지 사라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서 서비스디자인 사례들이... 언론이나 세미나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흐지부지 사라지는 이유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리해보자... 지금까지 [상품성]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는데, 병원도 당연히 이런 결과물을 개발하고 적용하고 싶겠지만 왜 그러지 못하는걸까?... 문제는 이런 상품성을 만들어내려면... 결국 돈,시간,전문인력... 리소스가 필요하다는데 있다. 하지만 병원은 이런 상품을 개발하는곳이 아니다...그리고 돈도 없다...필요하긴 한데... 만들수도... 그렇다고 (기존에 없던 솔루션들이 대부분이라서)구이 할 수도 없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ㅠ


병원에 근무하면서 그동안 이 주제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이를 해결 하기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봤다. 그 경험들을 종합해서 결론만 우선 얘기해보자면 세가지 방향성이 있었던것 같다.

 

1. 병원이 자체적으로 투자하고 개발해서 자체적으로 소화하거나... (or Hopefully 판매?)

2. 파트너를 참여시켜서 함께 사업모델을 개발하거나 (Open Innovation)

3. 국가에서 지원하는 연구과제를 통해 개발하거나...


이 하나하나가 큰 주제들이라서 이 글에서 모두 소화하기는 어렵고, 앞으로 차츰 소개하고자 한다.



To be continu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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