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드 Apr 24. 2023

상상속의 [외래진료실] UX시나리오

3차병원 외래대기실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평소에 보지 못한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된다. 휠체어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 입원실에서 외래진료 받으려고 링거를 꼽은채 내려온 사람, 언성 높이며 화내는 사람, 그들을 안정시키는 간호사, 부축받으며 걸어가는 사람, 진료받고 침울한 표정으로 울면서 나오는 사람, 진료실 복도에서 멍하니 또는 긴장하며 기다리는 사람 그리고 수술복을 입은채로 가운만 걸치고 헐레벌떡 외래진료실로 들어가는 의사...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제일 먼저 드는생각은 '아프지 말자...' 그리고 두번째는 '3차병원 외래는 많은 환자를 진료 한다는것이 가장 다른 점이구나...'라는 생각이었다. 이 많은 사람들을 정확하게 진료하기위한 외래진료실...이곳에는 어떤 환경, 어떤 서비스경험이 필요할까?... 에 대해 UX관점에서 고민해본 5가지를 적어본다.




-------


1. 외래진료실 방문자 선별

 외래진료환자는 입원환자와 다르게 통원치료를 해야한다. 이 과정에 생각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3차병원은 예약 한번 잡으면 적어도 1~2개월 뒤에 잡히니 한번 놓치면 큰일이다. 그래서 해당일에 병원에 오기위해 하루 스케쥴을 모두 비우고, 지방에서 새벽같이 기차를 타고 서울로 상경해서 병원까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온다. 안그래도 몸 상태가 안좋은 외래 환자가 보호자와 함께 서울까지 왕복하려면 그 시간과 비용이 외래진료 비용을 어느새 훌쩍 넘겨버린다. 그래도 이렇게 어렵게 진료실에서 진료받는다면 하루가 보상받는 느낌이 들겠지만,  '3개월 약 더 드시고 경과를 지켜보시죠!'라는 단순한 한마디를 듣고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되면, 환자 입장에서는 하루가 그냥 날라가 버리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이런 외래진료의 경험은 5년 전에도,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크게 달라진것이 없다. Big5병원 기준으로 하루에 외래환자가 1만명 이상 방문을 한다. 아침 9시 진료를 위해 외래진료실 앞에서 8시부터 줄서서 기다리는 환자들을 보면 이게 맞나... 안그래도 아파서 힘든 환자들을... 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이들을 배려할 방법은 없는걸까?



솔루션 제안 #1) 거점 병원간 비대면 외래진료 서비스

 여기에서 근본적인 질문이 한가지 생긴다. '모든 환자가 반드시 의사 앞에 앉아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걸까?'... 만약, 재진 환자중 처방한 약의 임상효과를 판단중인 환자의 경우는 굳이 서울까지 올라올 필요 없이 Big5병원과 협약한 지방거점 병원으로 찾아가서, 의사간 비대면 진료를 통해 외래진료를 볼 수 있도록 한다면 어떨까?

  지방병원은 Big5병원과의 협약을 통해 진료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고, 환자수도 늘고,  2중수가를 통해 병원 수익도 늘고, 병원 인지도 향상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Big5병원 입장에서는 서울로 몰리는 환자를 분산시켜서 병원내 환자 과밀 현상을 줄일 수 있고, 외부병원의 의료인프라를 활용 할 수 있으며, Big5 브랜드 사용료를 얻거나, 해외환자 외래진료 형태의 수익모델로 확장할 수도 있기 때문에... 환자,병원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방향이라 생각된다. 물론, 병원 내에서도 이미 이런 모델을 검토중이라고 들었고, 결국은 병원수익, 국가정책에 막혀서 진행이 쉽지 않은것은 알고있다... 하지만... 맞는 방향이라면...꼭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2. 재진간호사의 재배치

 진료실 앞에보면 작은 교탁처럼 생긴 작은 책상하나가 놓여있다. 그리고 그곳에 간호사가 하루종일 무언가 바쁘게 일하며 앉아있다. 이분들이 이곳에서 하는 주요 임무는 크게보면 '다음환자를 진료실앞에 대기 시키기', 그리고 '진료가 끝난 환자의 다음 일정 잡아주기' 이렇게 두가지이다. 많은 환자를 빠르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착착착 진료하기 위해 필요한 Role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Role이 필요하다는건 알겠다. 하지만 환자를 케어해야하는 '간호사'라는 전문인력이 '진료보조'라는 목적으로 이런 단순업무에.. 그것도 진료실1~1개마다 1명씩 배치되는것이 맞는건가?...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솔루션 제안 #1) 원격 환자호출 시스템

음식점을 가보면 휴대폰번호를 적으면 카톡으로 대기순번을 알려주는 시스템이 있다. 이걸 외래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지금은 외래 진료를 받으려면 그날 진료과에 가서 외래접수부터 해야한다. 그 환자가 병원에 도착했는지를 병원에게 알리고, 진료전 사전준비를 위해서이다. 이 체크인 과정은 환자가 앱을 켜고 위치인증/본인인증을 하면 얼마든지 자동화 할 수 있다. 그리고 진료대기 20분 전에 환자를 진료실 앞으로 오도록 자동 호출하고, 만약 오지 않으면 패널티로 순번을 뒤로 30분 미루고, 다음 환자를 받으면 환자는 알아서 진료실 앞에 대기하면 어떨까? 앱 사용이 어려운 노인 환자는 병원 게이트에서 목걸이 형태의 호출기를 달아주면 된다. 이것만 해결되도 재진간호사 업무의 절반은 사라진다. 그리고 외래는 매~~~~우 여유롭고 조용한 공간으로 탈바꿈 할 수 있다.

  (이 아이디어는 이미 여러 병원에서 생각해봤을 것이다. 본인도 병원도입을 시도해보려 했으나 병원내부 시스템 연동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이런 시나리오는 기존 시스템을 이걸위해 바꾸는 식으로 접근하기는 어렵다. 원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거나, 새병원을 신축할때 시도하는것을 추천한다.)



솔루션 제안 #2) 모바일 예약

 진료를 마치고 다음 외래 일정을 예약할때, 외래일정 뿐 아니라  다른 외래, 수술, 당일치료, 검사등을 함께 잡아야해서 꽤 복잡한 조율의 과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럴때 간호사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 시시각각 변화는 검사실/수술실등의 상황을 파악하기위해 간호사가 여기저기 전화나 메신저로 알아보고 조율하고.. 하면서 일정을 잡는...신경써야 할 일들이 많은 작업이다. 환자가 호텔 예약하듯 원하는 날짜를 잡을수가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사람이 이 작업을 하다보니... 환자가 그냥 귀가하는 경우도 있고, 또는 환자가 이해를 못하거나, 원하는 일정을 잡아달라고 간호사와 실갱이 하느라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질문 두가지... '모든 사람에게 이런 과정이 필요할까?' 그리고 '꼭 검사실/수술실등의 상황을 이렇게 전화로 사람이 파악을 해야할까?' 라는 질문이다.

 실시간 모바일 예약이 어려운 이유는 병원 인프라의 디지털화와 정보투명성과 연관되어있다고 생각한다. 서비스 관점에서 보면 도미노피자, 스타벅스등에서 실시간 예약이 가능한 이유는 그만큼 인프라가 디지털화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병원 전체 인프라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투명하게 정보가 공유 된다면, AI를 통해 환자에게 가장 최적의 예약방법이 무엇인지를 추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의 인프라 여유상황을 예측해서 MRI같은 병원인프라 가동률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을것이다.

 디지털전환의 중요성은 지금은 이미 상식이 되어버린 상황이라서 더이상의 언급이 무의미한듯 하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것은 이런 디지털화가 기반이 되어야 실시간 모바일 예약이 가능하고, 그로인한 간호사의 업무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솔루션 제안 #3) 별도 Q&A Desk 운영

3차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노인/중증질환 환자처럼 컨디션이 안좋은 분들이 많다. 특히 인지력이 낮아진 상태에서 정상적으로 접수하고 예약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즉, 위에서 얘기한 자동화 시스템으로는 커버가 어려운 분들이 분명 있다는 얘기다. 이런분들을 위한 별도의 스페셜 창구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모든 사람을 재진데스크 간호사가 일일히 대응할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용이 가능한 환자는 빠르고 편리하게 모바일로 업무를 처리하도록 하고, 그렇지 못한 분들은 별도의 배려된 장소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접수하고 예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빠르고 편리함'과 '쉽고 안정됨' 두가지 가치를 환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병원도 환자도 모두 해피한 서비스의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3. 외래환자용 정보도구

 외래진료를 받는 환자는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는)궁금한 점들, 필요한 정보들이 생각보다 많다.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서면서 '이 진료실이 내가 들어갈 진료실이 맞지?'라는 생각을 하며 들어가고, 의사가 '요즘 어떠세요?'라는 질문을 받을때 '내가 최근에 진료 받은게 언제였지?'가 궁금해지고, 진료중 의사가 말로 설명하다가 '무슨 얘기지?'라고 이해 못할때 의사가 검사결과나 이미지를 본인 PC모니터를 돌리면서 설명해줄때, 환자는 의자를 고쳐앉거나 고개를 내밀면서 최대한 자세히 보려고 노력한다.

 진료하는 과정을 자세히 보면 마치 컨설팅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화를 나누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이해를 돕기위해 Presentation을 하고, 환자는 그 정보들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그런데 진료실에는 이런 컨설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솔루션이 딱히 없는것 같다.



솔루션 제안 #1) 환자용 모니터

만약 진료책상 위헤 환자용 디스플레이를 설치한다면 어떨까? 이게 생각보다 이점이 상당이 많다. 우선 환자가 들어올때 '김ㅇ영님(35세, 여) 진료 입니다'라고 정보를 제공한다면, 환자는 병원이 더 신경써주는 경험을 하게되고, (어차피 의사의 환자ID 확인 과정이 있으니)환자 본인이 직접 ID를 확인해서 더 정확한 환자 ID 확인이 가능하다.

 그리고 진료중 의사가 본인 PC화면을 보여줄 필요가 없어진다. 아무래도 PC모니터는 의사 개인의 화면이므로 이걸 서로 공유하는건 환자나 의사나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환자는 환자에게 맞게 해석된, 필요한, 보기쉽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가 필요할 뿐 의사의 복잡한 EMR이나 PACS화면이 필요한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의사의 데스크탑에서 클릭 몇번으로 마치 파워포인트로 Presentation하듯 환자에게 화면으로 설명 할 수 있다면 환자교육의 효과도 높아질 수 있다.






4. 외래환자용 디지털 노트

 외래 환자들이 진료실에 들어오기 직전에 부랴부랴 준비하는것이 있다. 휴대폰에서 녹음기를 켜는일, 그리고 노트와 펜을 준비하는 일이다. 그리고 진료하면서 얘기한 내용들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위해 열심히 기록한다. 그런데 문제는 의사들은 누가 녹음을 하고 있는지를 모른다는 사실이다. 의사 입장에서는 꽤 기분 나쁜 상황일 수 있지만... 녹음을 하려고 작정한 환자를 막기는 쉽지 않다. 단 환자가 왜 기록하려 하는지를 파악해서 기록할 필요가 없도록 만든다면 그 빈도는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환자들은 왜 녹음 하려 할까?...'나중에 기억하기위해', '가족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등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주된 이유는 '나중에 기억하기위해'라고 생각 한다. 그럼 더 쉬운 '리마인드' 방법을 제공하면 환자도 녹음할 생각을 하지 않을수도 있지 않을까?



솔루션 제안 #1) 의료용 Chat GPT

요즘 Chat GPT가 사람의 말귀를 알아들을 수 있다는 이유로 인기가 상당하다. Chat GPT가 잘할 수 있는것중 하나가 '요약'이다. 실제 회의록을 요약하거나 줄거리를 요약하라고 시키면 Chat GPT는 정말 간결하게 회의록을 작성해준다. 만약 진료 대화내용을 내용 그 자체를 Scripting하지 않고, 회의록처럼 자동으로 깔끔하게 요약해서 환자에게 제공한다면, 환자는 기록할 이유가 없어지고, 언제든 잊지 않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서 진료중 의사의 말을 이해 못하고 놓쳐도 불안하지 않을 수 있고, 이런 정보를 제공하는 병원에 대한 신뢰도도 동반상승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5. 의사용 업무지원 Tool

 현재 외래진료는 의사 혼자서 진료실 안에서 환자를 진료하도록 되어있다. 즉 진료를 보는 의사 한명의 경험과 실력에 따라 진료 정확도 달라진다는 얘기다. 만약, 의사 한명에게 의존하기보다 다른 진료과 의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진료한다면? AI의 데이터 분석/예측정보를 활용한 종합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면, 진료결과가 더욱 정확해지지 않을까?

 협업을 통한 의료질 향상을 위한 시도들은 오래동안 있어왔다. 암환자 한명을 위해 방사선과,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통합진료하는 암통합진료 서비스도 이미 국내에 있고, CDSS(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이라는 AI진료 시스템을 통해 예상되는 증상의 원인과 처방을 AI가 추천해주고 의사는 이를 선택하는 형태로 진료하는 개념이 등장한지는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문제는 시간과 비용이다. CDSS는 도입비용이 어마무시하게 비싸기도 하고 활용도가 적어서 아직 의료현장에 적극 도입하기는 이른 상황이고, 통합진료서비스는 여러명의 의사가 참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비용일수밖에 없고, 그만큼 수가를 책정하기도 어려워서 초반에는 여러 병원에서 도입을 시도하다가 현재는 명목만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즉, 업무효율 향상을 위해 이것저것 해보고 싶어도 결국 돈/시간이라는 제약때문에 쉽지 않다는 얘기다. 좀더 실용적이고 바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협업시스템은 없을까?



솔루션 제안 #1) EMR기반 화상진료 시스템

 최근 코로나 기간에 재택근무가 활성화 되면서 Slack/Notion/Figma처럼 업무효율을 2~3배는 올려주는 협업툴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다. 덕분에 요즘 IT업계에서는 #실시간 공유/피드백/협업이 이미 일상화 되어있다. 즉, 모든 사람이 하나의 디자인결과물을 보면서 커멘트를 달고, 그걸보고 디자이너는 실시간으로 반영하고, 또 다른 디자이너는 그 결과물을 활용해서 옆에 또다른 버전의 Variation을 작업하는.... 전에는 상상도 못할 속도로 협업이 가능하다.

 이런 시스템을 병원에 적용할수는 없을까? 예를들어 내과 의사가 외래 진료중 피부과 의사의 소견이 필요할때, 지금 외래가 없는 의사에게 참여요청을 톡을 보내고, 참여를 누르면 실시간으로 외래 세션에 참여할 수 있어서, EMR을 같이 업데이트 하는 화상 협업진료가 가능하겠다. 또는 희귀병 환자를 외래진료하는 세션에 수십명의 의사들을 invite해서 해당 환자에 대해 논의하는 컨퍼런스 형태의 외래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수가와 의료법등... 고려해야할 사항들이 많을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마찬가지로 맞는 방향이라면 병원내에서 투자 차원에서 시도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요즘 뉴스위크 글로벌 Top5 병원에 국내 병원들이 등재되는 기쁜소식을 접하게된다. 국내 의료 수준이 세계적 수준임을 해외에서도 인정하고 있는것이다. 글로벌 최고 병원이 되려면 의료수준 뿐 아니라, 의료서비스 수준도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수가/정책등 많은 난관이 있어서 쉽지 않은것은 100% 공감하지만, 그래도 글로벌 의료서비스를 이끄는 병원이 국내에서 꼭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커버사진: UnsplashZan

작가의 이전글 Thinking과 Making의 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