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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많아도 너무 많은

by 채채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게 크듯 내 딸도 꿈이 몇 번이나 바뀌고 새로운 꿈들을 꾸었다.

어느 날은 기상캐스터, 또 어느 날은 유튜버, 한때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 했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돈 많은 백수 같은 허무맹랑한 꿈은 꾸지 않았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남들에게 말할 수 있는 직업 정도는 가지고 있었으면 하는 게 엄마의 바람이었다.


기상캐스터들 흉내를 내며 풍속이니 기온 차니 하는 단어 뜻도 모른 채 읊어대던 내 딸은 급기야 핸드폰 영상으로 오늘의 날씨를 매일 찍기 시작했다. 얼마나 능청스럽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비가 내린다고 호들갑인지 엄마인 내가 봐도 정말 그럴 듯 해 진짜 아나운서 준비를 시켜야 하나 했다.

앞서 얘기했듯 나는 도치맘이었으니.

자식 가진 부모들은 다 그렇지 않은가.

내 새끼가 뭘 하면 다 잘해 보이고 천재성이 돋보이는 듯한 효과가 유독 내게는 쎄-게 발현했다.


유튜버를 꿈꾸며 매일매일 영상을 올리는 딸아이 앞에서는 발소리도 맘대로 내면 안 됐었다. 굳이 6인용 큰 식탁을 차지하고 앉아 그날 자기가 정해놓은 미션을 하던 아이.

뒤에서 뒷짐 지고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솔직히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다 시켜주고 싶은 게 부모맘 아니겠는가.

편집은커녕 그냥 찍은 영상을 그대로 업로드하는 것뿐이지만 내 딸은 엄청난 사명감으로 미션을 수행했다. 그것도 매일 다른 내용으로 말이다. 그 당시 가장 유행하던 슬라임이나 가루쿡을 가지고 영상을 찍었는데 의외로 가족들 이외에 조회수가 있어 웃기고도 놀라웠다.


그 이후로도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겠다며 출장 가는 나에게 어느 유튜브가 썼더라 하는 화장품을 면세점에서 사다 달라고 하기도 하고 학교 특기인 양궁을 배울 때는 양궁 선수가 되겠다고 매일같이 운동장을 뛰는 날도 있었다. 발 시리다고 태권도는 못하겠다는 아이가 자발적으로 뭔가 하겠다고 할 때는 무조건 호응해줘야 한다. 그땐 그런 마음이었다. 뭘 할지 모르겠지만 뭐라도 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했다.

학교에서 학습장애로 마음고생 하는 아이가 다른 데서라도 스트레스를 풀었으면 했다.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진 말았으면 했다. 여느 아이들처럼 그냥 해맑고 즐겁게 때론 시험 스트레스도 겪으며 평범하게 자랐으면 했다. 친구들과 수다 떨며 떡볶이집을 가고 코인노래방이니 스티커사진이니 남들 하는 건 다 했으면 싶었다.


내 딸의 꿈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친구들과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일본어 마스터를 한 후 일본 미용업계 짱 먹고 싶다고 하더니 지금은 또 일단은 한국 먼저 제패해야겠다고 한다. 어느새 아이가 이리 커 구체적인 꿈을 꾸게 되었는지 대견하고도 조금 웃기기도 하다. 이러다 전 세계 미용인 중에 짱 먹겠다고 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미용을 하게 된 계기는 엄마인 나의 영향도 조금은 있지 싶어 처음엔 무턱대고 반대했지만 지금은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뭐, 또 언제 바뀔지 알 수 없지만 아낌없는 응원과 전폭적인 지지는 늘 부모의 몫이 아니던가.


자꾸만 바뀌는 꿈이라도, 희망이라도 상관없다.

그저 내 딸이 건강하게, 평범하게 늘 그렇듯 발랄하게 살면 좋겠다.

이다음에 내가 없더라도 꿈을 간직하며 쫓으며 살면 좋겠다.

그 꿈으로 인해 힘든 날이 올지라도 행복한 날이 더 많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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