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와 하노이 3박 5일 _ 05
일요일에 호안끼엠 호수 주변은 주말 분위기가 가득하다. 교통을 통제하고 오롯이 사람들만 다닐 수 있는 거리가 된다. 관광객들도 많지만 나들이 나온 현지 가족들이 더 눈에 많이 띄는 날이다. 이런 풍경을 여유 있게 걷는 건 여행의 시작으로 더없이 좋았다. 요일이 맞아떨어진 게 감사했다.
밤늦게 도착했으니 10시나 되어서 나가면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빠는 이미 새벽부터 일어나 호텔 앞 구경도 하고 오신 뒤였다. 그것도 한국 시간에 맞춰서. 베트남이 한국보다 2시간이 늦다고 자기 전에 그렇게 확인을 했건만 굳이 한국 시간에 맞춰 꼭두새벽부터 깨우기 시작하셨다. 혼자 일어나 계셨으니 심심하셨던게지. 호텔에서 1등으로 조식을 먹고 나갈 채비를 했다. 나도 더 이상 툴툴대진 않았다. 여행하는 동안 아빠와 엄마가 만족스러우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베트남스럽게 오토바이들이 바글바글하는 길을 몇 발짝 떼지도 않았는데 아빠가 멈춰 섰다. 건물들 사이로 보이는 커다란 나무가 참 희한하고 멋지다면서. 그렇게 베트남의 특징 중 하나는 범상치 않은 나무가 되어버렸다. 그 길을 벗어나 호안끼엠 호수를 한 바퀴 다 돌면서도 가장 인상적인 건 나무들이었다. 7월에 아내랑 걸을 때는 한두 번 슬쩍 언급하고 말았던 것 같은데 부모님께는 강렬한 임팩트였나보다. 새삼 다시 각성되는 순간. 나이대가 다른 분들과 하는 여행은 같은 장소라도 다른 여행이 된다.
좋아하시는 나무들 아래서 사진도 찍고, 시원한 연유 커피도 마시고, 성요셉 성당에서 미사 드리는 것도 보고, 몇 블록 떨어진 곳으로 점심도 먹으러 갔다. 이 모든 일정을 걸어 다녔다. 다행히 아빠가 컨디션이 괜찮으시긴 했는데 그래도 내심 미안했다. 좀 더 편하게 다니면 좋았을 텐데. 지난번 아내랑 왔을 때 택시 기사에게 옴팡 뒤집어쓴 기억 때문에 쉽사리 택시에 손이 안 갔다. 결국 마지막 날 택시에 도전해봤는데 호수 근처에서 관광객에게 호객행위하는 택시만 주의하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