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와 하노이 3박5일 _ 04
천천히 커피도 한 잔 마시고 비행기에 탔다. 제일 뒷자리였다. 여느 저가 항공기처럼 크지 않은 비행기였고 만석이었다. 자리가 다 정리될 때까지 주의를 기울이게 된 건 꽤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출발 시간이 지연될 만큼. 한국 관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단체 손님들이 좌석 위 짐 넣을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양껏 갖고 탔다. 가이드가 수하물로 맡기면 출국할 때 공항에서 늦게 나간다고 안내라도 한 게 아닐까, 라는 상상 등을 한참 하고 나서야 비행기는 떠날 수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하노이에 착륙한 뒤 컨베이어벨트에는 우리 가족 짐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비행기가 착륙한 뒤에도 자리에서 나갈 때까지 한참이 걸렸다. 사람들이 짐을 챙겨 나가는 걸 다 기다리는 동안 뒤에 있던 승무원들에게 돌아가는 비행기에서의 기내식 메뉴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이건 아빠가 알아낸 정보였다. 같이 여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아빠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잘 나누셨다. 심지어 외국인과도. 영어 단어 몇 개로도 말을 건네는 데 전혀 어려워하지 않으셨다. 하롱베이 투어에서 포르투갈 남정네에게 말을 걸고 얘기를 나눈 것도 아빠였으니까.
그렇게 알아낸 4일 뒤의 기내식 메뉴를 아빠는 굉장히 중요한 정보인 것 마냥 엄마에게 자랑스럽게 알려주셨고, 이런 저런 도착한 소감을 나누며 우릴 태우러 온 기사를 만났다. 한 밤 중에 도착한 것이라서 이렇게 호텔에서 픽업을 나온 게 엄마 아빠에게도 안심이었다. 다음 날과는 확연히 다를 어둡고 조용한 길을 달려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방이 생각보다 좁은 것 같았지만 두 분은 그저 좋기만 하다고 하셨다. 그제야 마음이 좀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