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와 하노이 3박 5일 _ 09
개인적으로 셋째 날이 위기였다. 하노이 여행에서 호안끼엠 호수, 동쑤언시장, 주말 야시장을 비롯해 몇몇 주요 스팟도 찍고 온 데다 하롱베이까지 갔다 온 다음에는 딱히 할 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 터였다. 혼자 간 여행이면 그저 골목길이나 사부작사부작 걸어댕기면서 시간 보내도 충분했지만 어르신들은 그런 여행을 원치 않으셨다. 맛집만 찾아가는 것도 절대적 니즈가 아니었다. 맛난 곳은 그저 끼니때 당연히 가야 하는 곳일 뿐이었다. 외국까지 왔으니 뭔가를, 하여튼 뭔가를 봐야 했다. 수상인형극은 빼고. 그건 또 전혀 취미가 없으시다고.
여행을 떠나기 전, 원하는 것을 여쭤봤을 때는 분명 설렁설렁한 그림을 대답하셨었다. 호치민 무덤 같은 곳 봐서 뭐하냐며 하롱베이 같이 풍경 멋진 곳 좀 보고 맛있는 것 좀 먹으면 된다고 하셨었다. 이 말에 속으면 안 되는 거였다. 될 수 있는 한,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많은 관광지를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였다. 어르신들의 해외여행은 중요한 볼거리를 충분히 눈에 새길 수 있도록 하는 게 키포인트였던 거다. 순간 패키지여행의 구성에 새삼 납득이 갔다. 역시 괜히 돈 받고 프로그램을 짜는 게 아니었다.
둘째 날 밤, 한국에 있는 아내를 괴롭히며 소스들을 얻기 시작했다. 베트남에 와서 그 흔한 커피와 쌀국수 라면도 못 산 부모님을 위해 제대로 된 마트도 찾아봤다. 아내는 롯데마트까지 버스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여행의 색다른 묘미를 맛볼 수 있는 결정적 발견! 거기에 하노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쌀국수집과 호안끼엠 호수 전경이 보이는 보물 같은 카페를 찾아갈 수 있는 길도 알려주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자정 가까운 시간이었기에 하루 종일을 보내야 하는 스케줄이었는데 아내 덕에 알찬 계획이 세워졌다.
마지막 날이니 천천히 일어나 체크아웃 시간 즈음 일정을 시작한다면 이렇게까지 고민이 안되었겠지만 부지런하신 아버님 덕에 그럴 수는 없었다. 우린 3일 연짱 순위권 내에서 조식을 클리어하며 하루하루 꽉 찬 일정을 소화했고, 마지막 날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