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와 하노이 3박 5일 _ 10
롯데마트 코스는 신의 한 수였다. 일단 호안끼엠 호수에서 9번 버스를 타고 20~30분을 가야 했는데 현지 버스를 타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우선 버스 내에서 차장 같은 사람이 돈을 받고 티켓을 끊어주는 게 색달랐다. 우리가 탄 버스에서는 어린 남학생 같은 친구가 돈을 받았다. 엄마 아빠는 자연스레 어린 시절 우리나라에서 버스 타던 풍경을 떠올리셨다. 그리고 우리나라 못지않게 젊은 사람들이 어른들에게 자리 양보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자리를 양보하는 그 모습에서 이 나라의 문화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버스 옆자리에 앉은 남학생들에게 말을 걸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었다. 별다른 대화는 아니었고, 우리 내릴 곳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는데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굉장히 적극적으로 알려주었다. 그 친구들 덕에 기분 좋은 여행이 됐다. 고마웠다.
첫날 걸어서만 이동하다가 현지 버스를 탔더니 색다른 여행이 됐다. 기동력을 바탕으로 구시가지를 벗어나니 하노이에도 빌딩들이 들어선 현대식 도시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버스 한 번 안 타봤으면 정말 큰 일 날 뻔했다.
부모님은 마트도 무척 좋아하셨다. 사실 우리나라의 백화점과 다를 바 없었지만, 그래도 마트에서 그 나라만의 식료품들을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 여행 내내 아무것도 사지 않을 것만 같던 엄마가 이곳에서 카트를 가득 채우셨다. 쌀국수 라면, 커피, 향신료 등등. 마트 한쪽에는 작은 식당 같은 코너도 있었는데, 싼 가격으로 고기반찬과 쌀국수와 두리안 등을 잔뜩 먹을 수 있다며 화색이 돈 아빠는 여기서 점심을 먹자고 하셨다. 9층에 제대로 된 식당이 더 많았지만 우린 아빠가 원하는 대로 했다.
오전을 마트에서 만족스럽게 보낸 뒤 오후에는 호치민 무덤으로 갔다. 커피숍에서 쉬다가 늦게 출발해서 기념관 내부는 구경하지 못했지만 예상보다 널따란 땅에 엄청 커다란 묘지 건물이 떡하니 있는 모습에 부모님은 구경할 맛이 났던 것 같다. 사진도 찍고 광장도 한참을 걷고는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구시가지로 돌아왔다.
마지막 날이라 아쉬운 마음에 저녁도 두 번이나 먹었다. 자작자작한 국물에 비벼먹는 쌀국수도 먹고, 유명 요리연구가가 극찬했다는 쌀국수 집에서 마지막으로 진한 국물도 음미했다. 둘 다 안 먹고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 부모님 모두 좋아하셨다. 특히나 아빠는 현지 사람들처럼 길에서 조그만 목욕탕 의자에 앉아 식사를 한 번 하고 싶으셨는데 마지막 그 쌀국수집이 딱 그런 곳이었기에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실 수 있었다.
어렵게 찾아 들어간 전망 좋은 카페에서 호안끼엠 호수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으로 마지막을 달랬다. 입구를 옷가게와 같이 사용하는 곳이어서 정말 희한하다며 들어갔는데 좁디좁은 계단을 몇 층이나 올라 옥상에서 호수 주변을 바라보니 찾아올 만하다 싶었다. 엄마 아빠가 오늘 하루 다 너무 좋았다고 하시는 얘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