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대가 늘어났네요"
눈이 자주 많이 내렸다. 덕분에 도로는 질퍽하고, 더럽고, 미끄러웠다. 이럴 때 꼭 하는 말이 있지. "조심해, 넘어지면 큰일 나. 뼈 부러지면 잘 안 붙을 나이야." 피식하면서도 무게감이 있는 말이다. 뼈가 안 붙는 다고 상상하면 괜히 무섭거든. 그래서 주머니에 넣은 손은 빼고, 눈길 위를 한 발 한 발 정성스럽게 내딛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넘어졌다.
팀원과 점심 약속을 잡고 나가던 중, 회사 정문 앞 단차 계단을 내딛다가 미끄러지며 엉덩방아를 땋. 주저저앉았다. 다행히 보기 흉한 상태는 아녔다. 앞으로도, 뒤로도 눕지 않고, 마치 어르신께 예의 바르게 절을 하듯 살포시 앉았다. 긴 플레어 스커트를 입고 있었던 덕분에 더 그렇게 보였고, 그래서 괜찮았다. 덜 창피해서.
그런데 날이 어둑어둑해 지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퇴근 시간이 되자 갑자기 불쑥 통증이 찾아왔다. "내 발목 주변에 얼음을 가져다 대고 문지르는 사람 누구야. 시큰해서 미치겠으니까 떼라고." 발을 동동 구르며 난리를 쳤다. 결국, 다음날 출근 전 정형외과를 찾았고, 예상대로 "인대가 늘어났습니다"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렇게 나는 '물리치료'라는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됐다. 요즘 6천 원의 행복을 누리는 중이다. 찜질+전기+레이저+수기치료를 받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