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고래 Oct 28. 2020

[브레이킹 배드] 죽음이 바꿔놓는 것들에 대하여

죽음이 바꿔놓는 것들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
브라이언 크랜스턴, 아론 폴 주연
시즌 1~5회 종영



* 스포일러를 담지 않는 주관적인 넷플릭스 기록


평점   4.8 / 5.0

추천  마약, 스릴러, 범죄 수사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 오자크가 재밌었다면 이건 더욱 추천한다.

 

미드 좀 본다는 사람이라면 브레이킹 배드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나도 소문은 익히 들었으나 아끼고 아끼다 최근에서야 시즌을 모두 끝냈다. 후 - 브레이킹 배드는 천재 화학자이자 대기업 그레이매터의 공동창립자였던 월터 화이트가 폐암 3기를 진단받고 가족들에게 많은 돈을 남겨주기 위해 마약(메탐페타민) 제조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08년 1월에 첫 방영하여 2013년 시즌 5로 종영했다.  제목 Breaking Bad는 미국 남서부 지역 은어로 '막나가다, 반항하다' 이런 뜻이라고 한다. 브레이킹 배드는 나의 넷플릭스 시청 기록 중 가장 최단시간을 기록한 미드다.  총 11일 걸렸다. 이번에도 열일 제쳐놓고 운동과 회사 외에는 브레이킹 배드에 올인했다(심지어 저녁 요리로 찌개를 끓이는 틈새도 놓치지 않고 시청했다.) 주인공 월터 화이트 역에는 배우 브라이언 크랜스턴, 제시 핑크맨 역에는 배우 아론 폴이 열연했다.





줄거리


한 때 노벨화학상 연구에 큰 공헌을 하고, 시가 총액이 수십조에 이르는 화학기술기업 그레이매터의 공동창립자였던 월터 화이트. 그러나 지금은 뉴멕시코 앨버커키에서 고등학교 화학교사로 근무한다. 학생들에게 큰소리도 잘 못내는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이다. 화학교사 월급으로는 주택 대출과 뇌성마비 큰아들의 치료비 그리고 곧 태어날 둘째딸의 육아비까지 모두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라, 그는 방과 후 세차장에서 카운터를 보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풍족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삶을 꾸려가는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50세 생일에 폐암 3기 진단을 받게 된다.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월터 화이트. 자신의 아내와 뇌성마비인 큰 아들 그리고 곧 태어날 둘째딸까지 자신이 죽고 난 후 남겨질 가족에게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그는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 화학기술을 이용해 메탐페타민(마약)을 제조하기로 결심한다. 처음엔 가족에게 필요한 돈을 마련할 때까지만 하려고 했던 그. 그러나 점점 가족과 별개로 자신의 욕망을 위해 일하기 시작한다.




뻔한 인과응보 스토리, 하지만 뻔하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월터 화이트

연출/각본/제작을 맡은 빈스 길리건은 한 인터뷰에서 브레이킹 배드는 '인과응보'를 담고 있다고 했다. 마약과 도덕이라는 뻔한 인과관계를 다루고 있지만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결코 뻔하지 않다. 소심했던 월터 화이트는 순도 99% 마약을 제조하면서 업계 최고로 대우받게 되면서 월터 스스로도 내면적인 변화가 생긴다. 그 과정을 보는 것이 꽤 흥미롭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주변부 삶을 살았던 그가 마약제조에 핵심인물로 부상하게 되면서 권력과 돈을 조금씩 맛보게 되고 점점 이 일을 처음 시작했던 의도와 상관없이 마약 사업을 직접 이끌어나가려고 한다. 그만!  이 인간아 욕심 그만 부리란 말이야! 박수 칠 때 떠나! 하는 말이 나올법하지만, 왠지 월터에겐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가 왜 그렇게 그 일에 매달리고 집착하는지 드라마를 보면 어느정도 공감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이해가 된다는 의미이다.


 단지 더 많은 '돈'이 그를 움직이게 한 동력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돈에 대한 욕망보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욕망의 더욱 컸던 그. 인간이 욕망으로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가를 처절하게 보여준다.



스카일러 화이트

월터 화이트의 부인. 회계사였으나 결혼 후 집안일과 육아에만 전념하고 있다. 가끔 이베이 같은 사이트에서 물건을 팔며 용돈벌이를 한다.  개인적으로 브레이킹 배드의 모든 등장인물 중 이해가 되면서 이해되지 않는 캐릭터였다.

 의견을 잘 내지 않고 고분고분한 월터 대신, 그녀는 집안과 관련한 대부분의 결정을 스스로 내린다. 소심한 남편 대신 내가 이런건 해야해, 하고 생각하는 듯 했다.  특히 폐암에 걸린 월터가 왜 그토록 치료 받고 싶어하지 않는지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려 하기보다 '왜 가족을 위해서 치료받지 않는거야'하고 몰아세우는 부분에서 나는 이미 질렸다. 그녀의 행동은 월터를 위해서라고 포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자신을 위해 하는 행동이였기 때문이다.  

 스카일러는 월터의 자존심을 알고 싶어하지도 않았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도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한 남자로서 분명 인정받고 싶은 부분이 있었을텐데 말이다. 어찌보면 아이 대하듯이 월터를 다루는 그녀의 행동이 월터가 마약제조를 하며 해방감과 카타르시스를 더욱 느끼게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담대하고 똑똑한 여성처럼 보이길 원하지만 실제로 닥쳐오는 모든 난관을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월터가 마약 제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가 취하는 행동들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녀를 더욱 비호감으로 만든다. 선도 악도 아닌 애매한 이중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는 그녀. 아마 이 이중성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를 싫어하는 것 아닐까 싶다. 특히나 월터에 대한 반항심으로 불륜을 하며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태도는 그녀도 도덕적인 인간은 아님을 보여준다.



행크 슈레이더

 쾌활하고 유쾌한 행크는 스카일러 동생 마리의 남편이자 행크의 동서이다. 마약단속국(DEA) 요원인 그는 뛰어난 추리력과 감각 그리고 직관을 바탕으로 메탐페타민을 추적한다. 월터와는 내외향적으로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다. 월터는 겉은 소심하고 조용하나 속은 욕망과 야망, 승부욕, 자존심으로 가득차 있다. 반면 행크는 마초적이고 상남자처럼 보이지만 속은 여린 부분을 극 중에서 보여준다.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인기가 많은 캐릭터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행크라는 캐릭터가 드라마 중 가장 이중적이지 않은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소신, 선의를 지키기 위해 일관된 선택과 행동을 보여준다.



제시 핑크맨

 월터의 고등학교 제자이자 마약제조 동업자인 제시 핑크맨. 어릴적부터 마약과 여러 문제로 집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전형적인 문제아 캐릭터이다. 그러나 나는 극 중에서 가장 '순수함'을 갖고 있는 캐릭터로 보였다. 충동적이고 때론 멍청하고 바보같은 선택들을 하지만 그의 어린 시절과 성장배경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제시는 '아이'와 '사랑'이 아킬레스 건이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이 있어서 그럴수도 있고 본인이 방황할때 자신을 다른 곳으로 이끌어 줄 어른이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 때문에 유독 아이에게 집착하는 걸 수도 있다. 늘 혼자였던 외로움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알 길이 없었기에 그는 자꾸만 삐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시즌 중후반쯤 제시가 월터에게 고카트를 하러 가자거나, 맥주를 한 잔 하자거나 여러 활동을 제안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상하게 나는 그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사람'이 그리웠던 제시. 월터를 미워하지만 곁에 남은 사람이 월터 뿐이었기에 그에 대한 감정은 점점 애증으로 변해간다.




서로의 위치를 극대화시키는 연출


 브레이킹 배드는 빛이나 사람의 위치, 소품등으로 각 등장인물이 현재 처한 상황이나 심정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가족과 멀어진 월터가 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라던가, 스카일러와 대치하는 상황 그리고 마약 조직에 쫓겨 극한의 상황에 몰렸을 때 등등 화면 연출은 진부한 스토리가 진부하지 않도록 하는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월터 화이트 역을 맡은 브라이언 크랜스턴의 표정 연기는 단연 압도적이다. 세상 착하고 소심한 고등학교 교사로 지내던 시절의 눈빛에서 마약왕으로 변해가는 모습의 눈빛이 얼마나 다른지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우리는 모두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사랑받길 원하고, 누군가에게 존재의 의미를 증명하길 원하는 욕망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이 드라마는 그 욕망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특히 죽음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더욱 강인해질 수 있는지, 오히려 살아있을 때보다 얼마나 더 생에 집착하게 되는지 알 수 있다. 월터가 이기적이라고 생각이 드는가? 인간은 모두 이기적이다. 우리 중 그 누구도 그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너무 유명한 드라마라 이미 본 사람들도 많겠지만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꼭 보길 추천한다. 단, 아무래도 자극적인 소재다보니 잔인한 장면이 있을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홈랜드(HomeLand)] 생존과 이념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