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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 Jan 11. 2021

[더 크라운 (The Crown)] 왕관의 무게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더 크라운(The Crown)
2016년 11월부터 방영, 현재 시즌 4까지 완료,
시즌 6까지 예정




* 스포일러를 담지 않는 주관적인 넷플릭스 기록


평점   4.5 / 5.0

추천  영국 왕실에 관심 많은 사람, 유럽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 화려한 눈요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






나의 첫 해외여행 국가는 영국이었다. 11살에 한 달 정도 머물렀는데, 그 때 받았던 충격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우리나라가 정말 작은 나라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너무나 다른 생활 패턴과 문화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영국 방문 이후 나는 외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윌리엄과 해리 왕자에 대한 관심이 꽤 높았다. 아직도 왕과 왕비, 공주와 왕자가 있다니!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낸 나에게 '더크라운'은 영국 방문의 향수를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고증을 지켜보는 즐거운 재미를 가져다 주었다. 특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우들이 바뀌는데 이 부분은 처음에 몰입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고 우려했던 점이지만, 그것은 정말 기우에 불과했다. 오히려 배우가 바뀜으로 인해 극의 흐름에 활력을 가져다 주었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 또한 한 몫 했지만 말이다.



 더 크라운은 영국을 비롯한 영연방 왕국들의 국왕인 엘리자베스 2세의 일생을 그린 전기드라마다. 2016년 11월 4일 넷플릭스에서 방영을 시작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두 시즌 단위로 주연들이 바뀐다. 현재 시즌 6까지 예정되어 있으며 시즌 1~2에는 엘리자베스 여왕 역에 클레이 포이, 필립 공은 맷 스미스가 맡았다. 여왕의 중년기로 접어드는 시즌 3~4에서는 엘리자베스 여왕 역에 올리비아 콜먼, 필립 공 역은 토바이아스 멘지스가 열연했다.




줄거리


 조지 6세가 급작스럽게 서거하자 맏딸인 엘리자베스가 왕으로 즉위한다. 아직 군주의 자리는 멀었다고 생각했던 그녀, 25세라는 어린 나이에 왕으로 즉위하여 군주로서의 의무와 한 인간으로서 갈등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엘리자베스의 모습과 그녀를 둘러싼 왕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특히 그녀가 즉위하던 시기는 영국이 대영제국의 위상을 상실한 직후라 그녀가 군주로 자리매김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영국은 점점 영향력을 잃어가고 미국이 세계의 주도권을 잡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때였다. 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으로 국력을 크게 소모한 영국은 국내 경제 또한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었고 1952년에는 설상가상 사상 최대의 스모그까지 런던 시를 기습에 극심한 환경 위기까지 영국을 괴롭혔다. 이런 상황은 아직은 어리숙한 왕이 감당하기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녀는 특유의 인내와 군주로서의 책임감을 이해하며 점차 왕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흥미요소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였다는 것을 1화부터 알 수 있다. 그 시기의 의상, 배경을 실제와 거의 가깝게 구현하고 있으며 그런 것을 보는 눈요기 재미가 쏠쏠하다. 현대 영국 국왕은 정치에 개입할 수 없으며 대내외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은 금기시 되어 있다. 그렇게 실제 영국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한다.

 그런 부분들이 영국 왕실의 존속 이유를 끊임없이 위협하는데 그 안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고 의무를 부여해 나가는 왕족의 모습을 보면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엘리자베스 여왕 동생인 마거릿 공주나 왕실의 후계자라는 이유로 자신의 욕망이나 꿈 보다는 의무만을 좇아야 하는 찰스 왕세자의 모습을 보면 왕족의 삶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점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이 한 사람으로서, 한 군주로서 얼마나 대단한 인내를 갖고 있는지 또 한번 깨닫게 된다. 사족을 붙이자면 시즌 1에 나오는 마거릿 공주가 너무 매력적이라 눈을 뗄 수가 없다!

마거릿 공주 역을 맡은 바네사 커비


 그러나 이 드라마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그 점을 분명 유의하면서 시청해야 한다. 나 또한 드라마를 보면서 실제 인물에 대한 기록과 그 시절의 사건을 직접 찾아보고 비교해면서 보았다. 밖으로 드러난 왕족의 삶을 기반으로 지어낸 허구 이야기이다. 공개 연설이나 공식 석상에서의 모습은 그 때 입었던 옷, 배경, 했던 이야기들을 똑같이 재현했으나 그 외 가족 간의 이야기나 갈등, 심리묘사는 실제와 다를 수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요소나 인물들이 종종 나오기도 하여 이 드라마에 대한 찬반이 꽤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이애나 스펜서가 등장하는 시즌 4부터는 시즌 1~3과 달리 좀 더 현대적이다. 다이애나는 개인적으로 목소리도 정말 비슷한 것 같았다. 긴장감이나 텐션은 1~3 시즌 보다는 떨어지지만 찰스왕세자와 다이애나의 이야기만으로도 볼만하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개인의 욕망과 지위로서의 의무 사이에 끝없이 갈등하는 왕족의 모습을 보면서 결국 인간의 최고 욕망은 '자유'임을 깨닫게 된다. 그 입장이 아닌 내가 왕실의 삶을 산다는 상상을 해보면 왕족보단 내 자유의지가 더 반영되는 현재의 삶을 누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해리왕자가 청혼을 했다면? 음. 승낙했을지도 모른다. (아이러니)


 더 크라운을 보고 난 후, 다이애나 스펜서 다큐를 봤는데 찰스와 다이애나의 불화는 비단 찰스만의 문제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직접 보면 알 수 있다.

The Crown must win, must always win.

왕관이 이겨야 한다,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

엘리자베스 여왕 2세의 할머니이자 조지 5세의 왕비였던 메리 대왕대비가 엘리자베스에게 보낸 편지의 마지막 문구다. 얼핏 보면 늘 군주가 승리해야만 한다는 뜻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개인으로서의 엘리자베스와 군주로서의 엘리자베스가 항상 내적 갈등을 일으킬테지만 언제나 엘리자베스는 군주(왕관)로 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시즌 4에서 보면 다이애나가 엘리자베스에게 감정적 친밀감을 요구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그녀가 군주로서의 역할과 의무 그리고 그 삶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에 할 수 있던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이에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만 했던 엘리자베스는 늘 개인의 감정이나 욕망, 분노보다는 군주로서 그 모든 것을 절제하는 것이 익숙했다. 그렇게 수십년을 살아오며 그녀는 엘리자베스, 릴리벳이라는 개인보다 공적 의무를 우선하고 사적 감정을 배제하며 완벽한 군주로 성장해왔던 것이다.


필립 공은 올해 99세, 엘리자베스 여왕은 94세이다

너무 정정한 두 분의 모습을 보며 나도 열심히 건강 관리를 해야겠다는 갑분 결론에 이른다.


코로나 집콕 시대에, 더 크라운 시즌 1을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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