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고래 Jan 27. 2021

[3%] 유토피아는 존재할 수 있는가

유토피아는 없다, 원래부터 없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2016년부터 방영,
현재 시즌 4로 완결
비앙카 콤파라투,바네자 올리베이라,호도우푸 발렌치 外 출연


평점   4.3 / 5.0

추천  유토피아가 있을 수 있을까? SF드라마나 인류의 미래, 인간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추천.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근미래 SF 드라마로 브라질에서 제작되었다. 현재 시즌 4까지 제작, 완결되었다. 과거의 어떤 사건으로 인해 나라는 외해와 내해로 분리되며, 선택받은 3%만이 외해에서 발전된 과학기술의 혜택을 누리며 산다. 나머지 97%는 황폐화된 내륙에서 삶을 근근히 이어가며 선택받지 못한 3%는 자신의 자식들이 3%에 속하길 희망하며 살아간다. 내륙에서 거주 중인 사람들은 20세가 되면 신분, 성별, 장애와 상관없이 모두 3%에 속할 자질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테스트를 받게 된다. 태어나 딱 1번의 기회만 주어지며 이를 드라마에서는 프로세스(Process, 절차)로 부른다. 면접을 시작으로 단계별로 합격자를 선발하며 체력, 지능 뿐만 아니라 리더쉽, 카리스마, 순발력, 창의력, 팀워크 등 다양한 자격을 테스트받게 된다. 시험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3% 안에 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선택받은 최종 합격자들은 외해로 건너가 발전된 과학, 의료기술 깨끗한 식수와 음식을 먹으며 생활하며 외해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일을 하게 된다. 드라마 3%는 이런 과정을 다루며 시스템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의 충돌과 그들의 저항 과정을 이야기한다.

 유토피아는 존재하는가? 나는 이런 질문엔 늘 '아니오' 였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있는 한, 인간으로 구성된 유토피아는 있을 수 없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모호하고 다의적인 존재이며 선과 악을 명확하게 분리할 수 없는 존재이다. 양가성(사랑과 증오, 복종과 반항, 쾌락과 고통, 금기와 욕망 등 서로 대립적인 감정 상태가 공존하는 심리적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은 인간의 본질이다. 따라서 이런 양가성을 무시한 채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사회적 유토피아의 결말은 역사적으로 늘 고통이 뒤따랐다. 완전무결하고 모두가 공정하길 원하는 유토피아는 '인간'이 존재하는 언제나 '인간의 욕망'과 쉽사리 결합될 수 밖에 없다.


 드라마 3%는 '인류는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하는 문제보다 '인류가 어떤 식으로 자신들의 미래를 존속하길 원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언뜻 보기엔 부유한 3%와 가난한 97%의 대립구조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단순히 부의 불균형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지 않다.

 먼저 외해에 있는 사람들은 내륙에 있는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세금을 거두는 등의 행위로 삶을 이어가지 않는다. 매년  절차를 통해 내륙의 인재를 외해로 선발하는 것 이외에는 그 어떤 관계도 없다. 외해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자신들의 미래를 존속하기 위해 내륙의 인적자원만 사용한다. 내륙의 사람들에게 외해는 신적인 존재인 것이다. 반면에 소수만 선발되어 안락한 삶을 누리는 시스템에 반항하는 사람들에겐 '무너뜨려야만' 하는 사회 시스템이다.

 시즌 1은 외해와 내륙의 시스템과 사회 전반에 대한 차이점을 묘사하며 시즌을 거듭할 수록 외해의 존재 이유와 등장인물들의 윤리적 고민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개성있고 입체적으로 그려지는데, 시즌이 진행될수록 선과 악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인간의 양가성이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줄거리


 과거 어떤 사건으로 황폐해진 내륙과 반대로 소수의 사람들이 만든 외해는 발전된 의료기술과 과학기술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곳이다. 내륙 사람들이 무작정 외해로 옮겨갈 수는 없으며 20살에 딱 1번 치룰 수 있는 절차 시험을 통해 이주할 수 있다. 왜 외해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살지 않고 내륙에서 선발하는지는 시즌을 보다보면 알 수 있다.

 극도로 빈곤한 삶을 살며 외해를 우상하는 내륙 사람들도 있지만 이런 시스템에 저항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이 외해의 절차 시스템을 없애기 위한 여러가지 시도를 다루고 있다. 이후엔 외해와는 다른 모습을 지향하며 (공정하고 평등하길 바라는) 자신들만의 시스템을 구축하지만 '인간의 양가성'에 의해 완전무결한 유토피아는 없다는 것을 시즌 후반에 확인할 수 있다.



흥미요소


 근미래적인 특이한 배경과 설정들이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이다. 옷이라던지, 뭔가 지금과 비슷하지만 다른 듯한 집과 요리 그리고 진보한 기술 등이 꽤 재미있다. 절차를 치루는 과정이 흡사 우리 사회 수능이나 수행평가, 압박 면접 같은 것들과 비슷해보였다. 역시 인간을 테스트하는 방식은 지금이나 미래나 크게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딱 하나로 정리되지 않고, 굉장히 입체적인 점도 시즌을 이어가게 만드는 요소다.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닌 인간 스스로의 고뇌와 철학적, 윤리적 고민을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 다소 무거운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지만 전개속도는 굉장히 빨라 지루하지 않다. 이른바 '대의'로 불리는 미셸리, 주아나 등으로 구성된 내륙 사람들은 외해와 내륙의 중간격인 '조가비'를 만들게 되는데 이 지점이 또 꽤 흥미롭다. 내륙 사람들도 외해처럼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외해와 달리 '절차'없이 누구나 환영받을 수 있는 곳이다.

 조가비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외해와 내륙의 대립이 시작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대립이 '외해'와 '내륙'의 대립이라기보다, 미셸리와 미셸리의 오빠 안드레의 개인적인 대립으로 느껴졌다. 각자 자기가 옳다고 믿는 이념과 신념을 관철시키기 위한 싸움으로 보였다. 결국 그 이념으로 인해 망가지는 것들이 생겨난다. 이렇게 이념이 무섭다.


 외해가 어째서 내륙에서 인적자원을 선발해가는지에 대한 해답이 시즌 중후반쯤 나온다. 공정한 기회분배로 볼 수도 있지만 결국 어떻게 존속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외해는 그런 방식으로 찾은 것 같다. 자세한 내용은 직접 확인하시면 좋을 것 같다. 나는 그 방법이 개인적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복잡한 인간의 양가성에 하나의 욕망을 덜어줬다고나 할까. 기술 발전으로 인한 윤리적 공백을 나름의 방식으로 메우려 한 것이다. 사실 초반 흥미로웠던 부분들은 시즌을 거듭하면서 조금 지루하거나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들이 있다.  고구마 백만개 먹은 것 같은 답답이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결론도 개인적으로는 꽤 찜찜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더 나은 삶과 평등한 삶을 안위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러한 시스템이 인간의 본질인 양가성을 무시한 채 기획된다면 역사적으로 수없이 목도한 사회적 유토피아의 말로를 또 겪을 수 밖에 없다.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을 지지했던 이들이 되려 욕망과 파괴를 자행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보았다.

 단순히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에 대한 '아직 실현되지 않은 것'의 이상을 꿈꾸기 보다, 어떤 식으로 우리의 미래가 존속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본다면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가지 이념과 사회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앞으로 우리 후손들을 생각한다면 이런 책임과 의무를 무시할 수 없을테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더 크라운 (The Crown)] 왕관의 무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