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죽기 위해 산다

by Lagom




우리는 모두 죽는다. 어쩌면 모두 '죽기 위해' 이렇게 치열하게 삶을 살며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릴 때 나는 죽음을 꽤 두려워했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비행기를 타다가 추락하면 어쩌지, 등산길을 올랐다가 길이라도 잃어버리면? 지하철을 기다리는 플랫폼에서 누군가 나를 밀어 선로로 떨어져버리면? 과도로 과일을 깎다가 실수로 떨어뜨려 내 발등을 찍기라도 한다면? 이런 오만가지 상상력에 사로잡혀 나는 매 순간 정신을 바짝 차리며 움직였다.

이런 생각으로 인해 생긴 습관 중 하나는 늘 짝이 맞고 깨끗한 속옷을 챙겨 입는 것이다. 그 이유인즉슨 혹시 모를 사고로 인해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내 옷을 벗겨야 하는 순간, 낡은 속옷을 입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습관은 늘 메모를 한다는 것이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여, 나의 여러가지 것들을 한 권의 노트에 적어둔다.

marek-piwnicki-6Y6MnPz8q7M-unsplash.jpg

이런 나에게 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미리 걱정하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죽음'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지지 않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나는 단호하게 '아니오'하고 말할 수 있다. 죽음을 피하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는 나를 더욱 행동력 있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죽음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삶을 의미없게 만들진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은 '죽음' 이 있기에 더욱 '생'에 집착한다. 죽음을 사랑할 수록 삶의 원동력은 커져 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생이 그러하듯, 우리는 살아가며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한다. 그 때마다 우리는 선택을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만약에 '죽음'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선택을 신중하게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죽음에 대한 자각은 삶의 의지를 타오르게 만드는 것이다. 시시각각 소멸을 향해 나아간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이 순간을 허투로 쓸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그렇다고 해서 너무 죽음에 집착하라는 것은 아니다. 뭐든지 과유불급이니까 말이다. 나는 다만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으면 한다.


나는 우리 모두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고유한 그 의무를 죽는 그 순간까지 성실하게, 명랑하게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그대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