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나에게 늘 슈퍼맨 같은 존재였다
그녀는 야무지고 똑똑했으며 언제나 트렌드를 앞서갔다.
책을 좋아하는 그녀 옆에서 나와 내 동생은 자연스레 함께 늘 책을 읽곤 했다. 공부보다는 예의와 생활 습관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우리를 가르쳤던 엄마. 그녀는 엄마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타지에서 일하시는 아빠의 빈자리까지 늘 메꾸셨다.
뭐든지 척척 알아서 하시고 빠릿빠릿했던 엄마의 모습 때문일까.
나는 그녀도 '늙는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는 시간만큼 그녀의 시간도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다. 생기 넘치던 얼굴엔 주름이 늘어갔고 무언가를 깜빡깜빡하는 일도 잦아졌다.
최근 몇 년 간 무릎과 갑상선 수술을 연달아하신 후엔 더욱 힘들어했는데, 몸이 아픈 것보다 자신이 이렇게 '늙어버렸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집에 내려간 적이 있었다.
그런 나에게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이 스마트폰을 들이밀었다. 스마트폰이 요즘 부쩍 많이 느려졌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스마트폰을 열어 사용하지 않는 어플은 삭제하고, 사진첩을 정리해 용량을 확보해주었다. 그리곤 '클라우드'에 대해 알려드렸다. 이해가 잘 되지 않으셨는지 엄마는 내게 몇 번이고 되물었다.
만약 내가 훨씬 더 어렸더라면, 여러 번 묻는 엄마에게 나는 이내 화를 내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왜 자꾸 물어보냐고. 왜 이해가 안되는 거냐고 하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엄마가 물어볼 때마다 처음 이야기하는 것처럼 말하고 다시 말했다. 그리고 또 안되면 다시 나에게 물어보시라고 당부했다.
늘 나보다 아는 것이 더 많고 똑똑했던 그녀였는데 이젠 내가 그녀와 반대의 위치가 되었다.
내가 어릴 때 끊임없이 질문을 하거나 잘 모르는 일이 있더라도 엄마는 한 번도 화를 내신 적이 없다.
그때마다 내가 이해될 때까지 반복해서 이야기해주셨다. 그걸 생각하면 엄마가 요즘 트렌드를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한다고 해서 내가 그녀에게 화를 낼 이유는 하나도 없다.
스마트폰 설정이 끝나자 엄마는 당근 마켓에 팔고 싶은 게 있는데 이건 어떻게 하냐고 물으셨다.
나는 엄마에게 팔 물건의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올리는 것까지 알려드렸다. 질문거리가 아직도 많은 표정이었지만 엄마는 대충 알겠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아마도 엄마는 며칠 후에 다시 내게 물으실 테다. 그럼 그때 다시 상냥하게 알려드려야지.
그렇게 몇 시간을 엄마와 거실에 붙어 앉아 스마트폰과 씨름하고 나니 배가 고팠다.
'엄마, 우리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맛있는 거 먹고 예쁜 카페도 놀러 가자'
그 말에 엄마는 소녀처럼 즐거워했다. 얼마 만에 딸이랑 하는 데이트냐며 말이다. 맛있는 밥을 먹고 감성 가득한 카페에 들어서자 엄마는 연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셨다. 분명 배가 부르다고 하셔 놓곤 크로플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맛있게 드시던 엄마. 그런 엄마를 보며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엄마도 소녀였고, 여자였다는 사실을
몇 번이고 무너지고 싶었을 엄마의 힘든 시절에, 내가 엄마의 삶의 의미였다는 사실도 말이다.
너무 늦기 전에 내가 깨달았다는 사실이 새삼 감사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우리에게 남아있는지 모르지만 주어진 시간엔 언제나 그녀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
사랑하는 엄마,
당신이 있어 나는 늘 행복합니다.
*글/캘리그래피 와이(채채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