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저래 유난히 뜨거웠던 올 대선. 정치에 관심없던 사람들 마저 정치 이야기로 끌어들이게 만든 해가 아니였나 싶다. 어찌됐건 대선은 마무리가 되었고 새로운 정부가 앞으로 이끌게 된다. 이 시점에 잠시 눈을 돌려, 우리나라보다 민주주의 역사가 더 긴 나라들의 정치 속내는 어떤지 드라마로 한번 들여다보자. 우리가 생각해야 할, 우리가 알아야 할 그리고 우리가 편견을 갖지 말아야 할 ㅡ 정치 이야기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하우스 오브 카드를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아래 이 드라마도 꽤 흥미롭게 볼 것이라고 감히, 추천한다. (시즌 마지막 회까지 멈출 수 없는 재생...)
아메리칸 크라임 스토리 시즌 3인 '탄핵'은 빌 클린턴 성추문 사건으로 인한 탄핵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즌 1은 OJ 심슨, 시즌 2는 베르사체 살인 사건이 주제다) 빌 클린턴 대통령과 르윈스키의 성추문 사건은 전세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지만, 정확히 어떻게 사건이 시작되었고 어째서 클린턴은 탄핵되지 않았는가에 대해서 자세하게 아는 사람은 드물다.
드라마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부분까지 꽤 디테일하게 묘사되고 있어 그들의 심리상태와 그 당시 언론과 대중의 태도까지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다. 또한 등장인물과 거의 흡사한 배우들의 연기 때문에 더욱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다.
이 사단이 난 이유는 누구 때문이었을까? 누군가는 클린턴을 손가락질 할 것이고 누군가는 르윈스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릴 것이다. 혹은 이 모든 걸 터뜨린 린다에게 돌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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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Borgen인 '여총리 비르기트'는 덴마크 정치 이야기다. 원제 ‘Borgen’은 덴마크어로 ‘성(城)’을 뜻하며, 드라마의 주요 배경이자 의회 의사당으로 쓰이는 코펜하겐의 크리스티안스보르성을 가리킨다. 드라마는 매 회 다양한 인사들의 명언으로 시작한다. 특히 내 기억에 가장 남는 문구는 바로 링컨의 말인 '어떤 사람의 본성을 알고 싶다면 그에게 권력을 쥐여줘 보라'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덴마크 첫 여성 총리로 취임하게 된 온건당 대표 비르기트 뉘보르가 정치에 대한 이상과 녹록치 않은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며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덴마크는 다당제 국가로 단일 정당이 내각을 구성하는 것이 아닌, 복수의 정당이 연립 내각을 구성한다. 소수당이었던 온건당의 비르기트가 총리로 취임하고 내각을 구성하는 과정을 따라가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한 정치를 대하는 다른 정치인들과 대변인, 언론인들의 자세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조지 6세가 급작스럽게 서거하자 맏딸인 엘리자베스가 왕으로 즉위한다. 아직 군주의 자리는 멀었다고 생각했던 그녀, 25세라는 어린 나이에 왕으로 즉위하여 군주로서의 의무와 한 인간으로서 갈등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엘리자베스의 모습과 그녀를 둘러싼 왕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특히 그녀가 즉위하던 시기는 영국이 대영제국의 위상을 상실한 직후라 그녀가 군주로 자리매김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영국은 점점 영향력을 잃어가고 미국이 세계의 주도권을 잡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때였다. 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으로 국력을 크게 소모한 영국은 국내 경제 또한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었고 1952년에는 설상가상 사상 최대의 스모그까지 런던 시를 기습에 극심한 환경 위기까지 영국을 괴롭혔다. 이런 상황은 아직은 어리숙한 왕이 감당하기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녀는 특유의 인내와 군주로서의 책임감을 이해하며 점차 왕으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개인의 욕망과 지위로서의 의무 사이에 끝없이 갈등하는 왕족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결국 인간의 최고 욕망은 '자유'임을 깨달았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군주로서, 왕관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늘 개인의 감정이나 욕망 그리고 분노를 절제하며 살아왔다. 그렇게 개인보다 공적 의무를 우선하고 사적 감정을 배제하며 완벽한 군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크라운은 내용 뿐만 아니라 볼거리도 꽤 많은 드라마다. 의상과 그 시대를 재현한 다양한 장치와 요소들을 보다보면 금세 영국의 왕실 이야기에 푹 빠질 것이다. 크라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따로 포스팅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더보기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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