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겐 모두 'To do list'가 하나씩은 있을겁니다. 저 또한 매주, 매일 해야 할 일들을 노트에 정리하고 체크합니다. 해야 하는 일들을 잊지 않고 제 때 처리하기 위해서 작성하는 것이죠.
하나씩 일을 마무리하고 체크를 할 때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To do list를 모두 클리어했음에도 무언가 찝찝한 날이 있었는데요. 분명 해야 할 일들을 모두 완료했는데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던 것이죠.
그 날의 할일은 회사에서는 프로젝트 기획서 완료와 레퍼런스 조사였고 퇴근 후에는 캘리그라피 작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획서를 쓰다가 동료가 커피타임을 하자고 하여 몇 번 다녀오기도 했고, 레퍼런스를 조사하기 위해 인터넷 자료를 찾다가 중간 중간 웹서핑으로 빠져버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날 할당량은 모두 완료했지만 집중도가 떨어졌기에 다음날 기획서를 다시 체크했을 땐 오류가 몇 군데 보이더군요.
그리고 퇴근 후 작업을 하기 위해 책상에 앉았을 때는 음악을 틀기 위해 유투브를 켰다가 어제 이슈가 된 예능을 연달아 이어 보고 말았는데요. 이후에 캘리그라피 작업을 하긴 했지만 실제 작업 시간은 한시간반 남짓이었고 제가 책상에 앉아 있던 시간은 그 두배에 달했습니다.
분명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모두 완료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온전한 열정과 집중을 쏟아는가는 부가적인 문제입니다. 만약 오늘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레퍼런스 조사할 땐 뉴스 기사 보지 않기' 나 '유투브는 10분 이상 보지 않기'로 구체적으로 제가 적었다면 이 날 낭비한 시간은 훨씬 더 적었을 것입니다. 레퍼런스를 다 찾고 남은 시간엔 찾은 레퍼런스를 다시 들여다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더 찾아낼 수 있었을 테고, 캘리그라피 작업을 마무리하고 남은 시간엔 다음 캘리그라피 작업을 위한 아이디어를 정리할 수도 있었을테니까요.
이처럼 여러분이 하지 않기로 정한 Not To Do List는 해야 할 일 목록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특정한 행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여러분은 더 중요한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자유가 주어지면 오히려 많아진 선택지에 우왕좌왕하곤 합니다. 마감이 없거나 근무 환경에 제약이 없는 경우 이런 상황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언제까지 끝내야 하는 데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선택하게 됩니다.
만약 당신이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운동을 해야지!' 하고 결심했다고 해봅시다. 하지만 오늘 언제, 몇시까지 운동을 마쳐야 할지 제약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쉬면서 비교적 쉬운 일들을 먼저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본다거나 유투브나 SNS를 보는 것처럼요.
'5키로 달리기를 하고 오기 전까진 티비 틀지 않기' 등 구체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제약했다면 여러분은 해야 할 일을 먼저 빠르게 마무리하고 '다이어트'라는 목표에 한발짝 더 다가갈 수 있습니다.
'Not To Do List'에는 꼭 게임이나 티비, SNS등 소모적인 행동만 추가되는 것은 아닌데요. 책읽기, 그림 그리기 등 다른 좋은 취미도 '다이어트'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선 잠시 제약해야 하는 취미가 될 수 있어요. 책읽기, 그림 그리기는 물론 긍정적인 활동이지만 여러분이 정한 목표달성에는 거리가 있는 활동이니까요.
오늘도 무심코 SNS나 유투브를 먼저 들여다보고 있진 않나요?
알고리즘이 이끄는대로 떠다니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진 않나요?
오늘부터는 해야 할 일 옆에 하지 말아야 할 일도 함께 적어보세요.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눈뜨자마자 휴대폰 보지 않기, 걸으면서 SNS 보지 않기, 저녁 8시 전까진 티비 보지 않기 등 소소한 생활 습관부터 써나가보세요. Not To Do List를 완료할 땐 To Do List를 마무리 했을 때보다 더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습관을 오래 지속한다면 여러분은 자신이 정한 목표에 좀 더 빨리, 효율적으로 도달 할 수 있을거에요.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