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오프
무언가 꾸준하게 한다는 것은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생활의 달인’들이 어떻게 그런 능력들을 가지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좀 쉬울까요.
그저 꾸준히, 생활 속 루틴으로 열심히 한 것들만 남는다는 명제를 몸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죠.
‘루틴’이라는 단어는 간혹 따분하고 지루한 의미로 오해되기도 합니다.
혹자는 ‘습관’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습관과 루틴은 서로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요.
습관은 대체로 무의식적으로 형성되는 반면,
루틴은 내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행동을 의미합니다.
밥 먹고 식후땡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 한 잔을 하는 것. 또는 잠자기 전 목적 없이 스마트폰을 몇 분이고 보다가 잠드는 것 등이 습관에 해당하겠네요. 이런 습관은 종류에 따라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루틴은 대체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계획한 일련의 ‘의식적인’ 행동입니다.
어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일상 속에서 부단한 반복을 통해 실천하는 것.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기어코 자기 것으로 만들고 마는 집념까지. 루틴은 이처럼 쉬운 여정이 아닙니다. 하루아침에 완성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제 직장인의 ‘오프 라이프’도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직장인이 모두 그렇듯, 하루 중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운동을 꽤 좋아하는 저는 8년째 매일 아침 운동을 하고 출근하는 루틴을 이어가고 있는데요(철야로 인해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살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8년 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아침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오프 라이프’를 위한 루틴을 기획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 시간들을 의미 있게 보내야만 했습니다. 주중의 시간은 오랫동안 집중할만한 여유가 되지 않기 때문에 주로 그 시간들은 다양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루틴을 만들었는데요.
저는 출근 전 매일 아침 30분 정도 트렌드 리포트나 관심 있는 분야의 아티클을 읽고 수집합니다.
예전엔 북마크에 차곡차곡 저장해두었는데, 노션을 알고 난 이후부터는 노션 페이지에 바로 기록하고 있습니다.(세상 참 편해졌죠...?) 가볍게 읽으면서 필요한 것들은 레퍼런스로 모아놓고,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이 드는 것들은 따로 코멘트를 달아 둡니다.
점심 식사 후 30분가량은 아침에 수집했던 아티클 중 다시 읽어보고 싶었던 것들을 찬찬히 읽어보며, 기억에 오래 남기고 싶은 것들은 노트에 따로 메모합니다. 제 경험 상,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들은 손으로 써야만 그 효과가 있었거든요.
그리고 새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노트에 메모하고, 이것들을 어떻게 발전시키면 좋을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적어보곤 합니다.
퇴근 후엔 사실 몸과 마음이 모두 녹초가 되어 그저 누워있고만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하지만 ‘좋은 결과’를 위해 루틴을 실행하려고 노력하는데요. 저녁 시간엔 오전에 모았던 영감들을 한데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관심사를 좁히고 솎아내어 어떤 것들을 사이드잡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혹은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어떤 식으로 좀 더 확장시킬 수 있을지 정리해보는 거죠. 제 사이드잡의 메인인 캘리그래피 연습도 이 시간을 주로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잠자기 전 꼭, 매일 일기로 하루를 기록했습니다. 길지 않더라도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오늘 느낀 점은 무엇인지 혹은 잘못했던 일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내일의 다짐 정도를 짤막하게 남겼습니다.
내일도 이 ‘루틴’을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자기 선언 같은 행위라고나 할까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제 주위 사람들은 저에게 늘 ‘부지런하다’ 혹은 ‘독하다’고 말하곤 합니다. 부지런한 성격이니까 하는 거지~ 하고 말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사주를 보면 제 천성은 ‘게으르다’고 항상 나오니까요. ㅎㅎ
저는 밤엔 꼭 잠을 자야 하는 편이라, 어릴 때도 밤샘 벼락치기는 꿈도 못 꿨습니다. 잠을 못 자고 공부한다는 건 너무 큰 고통이었거든요. 그래서 매일 조금씩 공부를 나눠서 했고,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미리미리, 틈나는 대로’ 했었습니다. 어찌 보면 오히려 의도적으로 만든 이 ‘루틴’이 ‘습관’으로 제 생활에 자리 잡게 된 케이스라고나 할까요.
루틴을 행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사실, 그것을 하는 행위보다 ‘이렇게 한다고 뭔가 달라지겠어?’ 하는 의심과 막연함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 똑같은 것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하지만 루틴을 나름 오랫동안 해온 사람으로서 말씀드리자면, 반드시 '달라집니다'.
가끔 하루 이틀 정도는 이 루틴을 벗어나는 일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다시 돌아오는 거예요. 느린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멈출 것을 두려워하는 것, 바로 루틴의 핵심입니다.
저는, 당장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루틴으로 만드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건 그냥 단기 목표로 삼고 달성을 위한 계획을 따로 세우시는 편이 좋습니다. 사이드잡을 예로 들자면, ‘이번엔 프로젝트 10개를 달성할 거야’ 혹은 ‘구독자 또는 팔로워를 얼마까지 늘릴 거야’라는 목표를 세웠을 때 물론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했을 경우 다신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처음 오프 라이프를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서’, ‘내가 사이드잡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해서’ 또는 ‘이 분야를 알고 싶어서’ 등으로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꾸준히 하다 보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겠지 ㅡ 하는 마음으로 말이죠. 덧붙여 모든 루틴의 행위를 꼭 기록으로 남기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제 브런치도 언젠간 많은 분들에게 닿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ㅎㅎ)
이렇게 루틴을 행하다 보면 이 루틴도 ‘업그레이드’를 시킬 시점이 찾아옵니다
애플리케이션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가 있듯이 말이죠. 가볍게 시작한 루틴을 조금 더 깊게 파고들어 보는 것입니다. 이전 루틴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어떤 씨를 뿌릴지 찾아보는 단계였다면, 이젠 그 씨를 뿌리고 잘 키워낼 수 있는 루틴을 설계하는 거죠. 이렇게 조금씩 발전시키다 보면 어느새 달라진 여러분의 하루를 느낄 겁니다. 더불어 사이드잡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을 거예요.
매일매일 반복되는 삶, 어차피 반복되는 날들이라면
그래도 그 속에서 조금은 더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들로 채우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