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채캘리 /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삶 속에서 잠시 숨 고르기
글귀/ 임지은, 부록
캘리 에세이/ 채채캘리
직장인의 하루 일과 중 유일하게 허용된 법정휴게시간은 점심시간 1시간이다.
점심을 먹는데 보통 1시간이면 된다는 계산은 언제부터 생겨났는지 모르겠지만,
공강이라는 특별한 시간이 있는 대학생활을 제외하고는
늘 점심시간은 1시간 안팎이었던 것 같다.
회사에서 느껴지는 점심시간 1시간은 굉장히 짧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이동하여 주문하고
음식을 빠르게 먹고 난 후 들어오는 길에 입가심으로 커피 한 잔 사면 딱 끝난다.
그래서 늘 약간 소화가 덜 된 상태로 다시 사무실 의자에 앉아 일을 한다.
미세먼지 없는 깨끗하고 맑은 날이라면
커피 한 잔 들고 여유롭게 산책이라도 하고 싶은데 시간이 넉넉치 않아,
딱 30분만 점심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이 산책의 힘은 실로 놀랍다.
나는 머릿 속이 복잡하거나,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 산책을 즐긴다.
그저 풍경을 보고 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 뿐인데,
꽤 마음이 가벼워지고 머릿 속도 한결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아무리 설명을 하려 해도 설명이 안되는 일이라던가,
어떤 단어들을 조합해도 까닭을 찾아낼 수 없는 경우에는 그냥 무작정 걷기 시작한다.
그러다보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수습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던 것들이
조금씩 명확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골똘이 그 문제에 파고들기보다,
그냥 그 문제를 던져버리고 밖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더 깊숙히
그 문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린 그걸 알면서도 자꾸 그 문제에 집착하게 된다.
바로 잡고 싶고, 해결하고 싶어 동동거리며 당장 눈앞에 답을 찾길 원한다.
그럴 때에는 좀 더 그 문제를 멀리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단 좀 내려놓고, 놓아두고ㅡ 그저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그것이 내 감정과 얽혀 어떻게 변형되어가는지,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더 명확한 그림을 볼 수 있다.
이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산책이다.
하루 10분만이라도 짬을 내서 우리 걸어보자.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회사 생활 속에서
습관적으로 이렇게 '생각 멀리 던지기' 연습을 하다보면
명료하게 사고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에라이 모르겠다, 하고 던져버릴 수도...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