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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 Sep 06. 2020

변덕스런 직장 상사 대하는 방법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



또라이는 어디에나 있다

 


 스무살 때부터 했던 다양한 아르바이트, 인턴 그리고 직장생활 7년차 경험까지 합치면 제가 만난 상사는 열 손가락도 모자랍니다. 제가 만났던 상사 중 가장 최악으로 기억되는 상사는 인턴 시절이었는데요. 그 상사를 겪고 나니 정신적으로 꽤 강해졌습니다. 


 그 사람은 자기 기분 내키는대로 행동하는 분이었는데 기분이 좋지 않을 땐 제가 하지도 않은 일로 저를 구박하기 일쑤였고, '미친년, 이년, 저년' 등등 온간 년들은 다 소집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셨어요. 가끔 기분 좋은 날이 있기라도 하면 정시 퇴근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이제 그만 일찍 퇴근해' 라는 말을 선심쓰듯이 하기도 했죠. 혹독한 인턴 6개월 후, 저는 그 회사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포기했습니다. 앞으로 오래동안 일할 직장에서 그 사람과 계속 마주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죠. 저는 그 사람만 없는 다른 회사라면 어디든 괜찮을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왠걸, 다른 회사에도 그런 사람은 있었습니다. 분명 어젠 이렇게 지시해놓고 그 다음날 왜 이렇게 했냐는 사람도 있었죠.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는 달라! 하며 말입니다.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한 학교 선배는 '어쩔 수 없어, 그건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야' 는 말을 했었는데요. 그녀는 모든걸 초월한 듯이 보였습니다. 매사 부들부들했던 저와 다른 모습이었죠. 어떻게 그녀는 그런 마인드를 장착할 수 있었을까요? 



  입사 3년 차에 접어들자 저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회 초년생일떄 저는 게임 캐릭터로 따지면 무기나 장비 아이템이 전혀 없는 헐벗은 존재나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연차가 쌓이면서 저를 보호해 줄 무기나 장비같은 마인드를 하나씩 장착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템 강화 단계를 높이듯, 많은 상사들을 만나고 나름의 데이터들을 쌓으며 마인드도 점차 강화해 나갔습니다. 깨지기도 하고 자조하는 날들도 많았지만 그런 경험이 쌓이자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저런 상황에서는 저렇게' 해야 한다는 나름의 공식이 생겼습니다. 좋게 말하면 관대해진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상하 위계생활에 익숙해진 것이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내 자신 뿐


 들쑥날쑥하는 상사의 변덕으로부터 탈출하는 비법은 회사를 그만두는 것도, 그 사람에게 대항하는 것도 아니닙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내 자신 뿐이에요. 상대방을 바꿀 수도 없고, 그 사람의 기분에 내가 일일이 맞출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 변덕에 휘둘리지 않도록 스스로를 컨트롤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쯤에서 '에이 그게 무슨 비법이야 말은 쉽지'하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요. 맞습니다. 말은 쉽지만 행동은 어렵죠.  하지만 분명 하다보면 내 몸에 면역체계가 생겨 납니다


 감성적인 태도보다는 이성적인 태도로 상사가 전하는 메시지에 집중하고, 상사의 변덕은 언제든 발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달관한 태도로 받아들여 봅시다. 열심히 한 일의 방향이 바뀌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시다. 일의 방향은 언제든지 상사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몫을 해내면 됩니다. 그리하면 나로 인해 일의 방향이 수정될 가능성은 줄어 들겠죠. 


 변덕스러운 상사를 곰곰이 관찰하면 이렇게 하면 이 상사는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구나, 혹은 저렇게 하면 이 상사는 저런 식으로 반응하겠다, 하는 예측 데이터가 쌓이기도 합니다. 직장 상사는 평생 얼굴을 마주해야 하는 가족이 아닙니다. 천년만년 내가 그 상사 밑에서 일할 것도 아니고, 천년만년 내가 이 회사에 있을 것도 아닌데 조금 더 대범하게 생각해 봅시다. 이 회사에 이 상사만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상사가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실제로 제가 견딜 수 없었던 상사가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사람이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럭키!'한 일이 있었습니다. 사람 일은 정말 모르는 것이죠. 


 그러니 작고 사소한 일에 휘둘리거나 흔들리지 맙시다 우리. 어차피 해야할 직장생활이라면 상사의 변덕에 항체를 만들어내고 나만의 면역체계를 구축해 나가는데 집중하면 어떨까요. 어느 날 대수롭지 않은 듯 평온하게 상사를 대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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