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유명한 영화대사가 있죠.
그리 큰 월급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 것엔 책임이 따르는 곳, 바로 회사입니다.
다양한 복지 혜택이 주어질 수록 그 책임 또한 조금씩 커져가는 곳이죠.
벌써 직장 생활 8년차, 어느 조직에서든 일을 시작할 때 저는 이런 생각을 꼭 염두합니다.
‘1인분 이상을 해낼 것’
여기서 1인분이란 한 명이 수행할 수 있는 일의 물리적인 양만 뜻하진 않습니다. 이 사람이 이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인가? 에 더 가깝습니다. 물리적인 양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꼭 제가 아닌 그 누가 와도 가능한 부분이거든요. 이처럼 1인분의 몫만큼 일을 해낸다는 것은 쉽고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이 조직에 의미있고 필요한 존재인지를 끊임없이 증명해야만 하니까요.
저는 대학 졸업 후 취직 했을 때 이제 인생 폈구나! 했습니다.(고3때는 대학 입학 후엔 인생 다 끝났다고 생각했죠...) 더 이상 취업을 위한 영어공부, 자격증 공부 그 외 다양한 스펙을 쌓고 군계일학이 되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었죠. 직장문은 또 다른 전쟁터로 향하는 길을 활짝 열어주는 곳이었으니까요.
내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선 예고없이 날아오는 총탄을 요리조리 피할 수 있는 스킬을 쌓아야 하고, 생존하기 위해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 것들이 더 많은 곳이었습니다.
저는 7년 전, 잘 다니던 정규직 직장을 그만두고 ‘게임 만들고 싶다!’는 열정만으로 계약직으로 덜컥 들어갔었습니다. 게임학과를 졸업한 것도 아니었고 이전 회사 또한 게임과 상관없는 곳이었던지라, 회사에 입사한 저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저 친구가 잘 할 수 있을까?’에 가까웠죠.
저는 그 조직에서 제 ‘존재의 이유’를 끊임없이 펼쳐내야만 했습니다. 퇴근 후 라이프를 즐길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 당시 제 삶은 ‘직장에서 자리잡기’라는 과정을 겪어내는 시기였으니까요. 저는 직장생활이 우리 인생의 목표는 아니지만 분명 인생의 과정 중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우리가 생각하는 삶의 목표가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요?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과정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내가 직업으로 삼는 일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데, 열정없이 일한다면 그것만큼 시간 낭비인 일이 없을 겁니다. 제 경험 상 회사에 머무는 시간동안은 몸과 마음을 풍덩 담아야만 무언가라도 얻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 과정들을 겪은 결과, 저는 1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사내에서도 흔한 케이스가 아니었는데요. 치열하게 제 자신을 증명해내는 적극적인 시간을 보낸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한숨 좀 쉬겠구나-하고 생각이 들었냐구요? 사실 그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죠. 이쯤되면 인생은 끝이 없구나- 하는걸 깨닫게 됩니다. 이젠 정규직으로서 제 몫을 해내야만 했습니다. 기대치와 기준치가 훨씬 높아진 것이죠. 그렇게 저는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회사 안에서 그리고 제가 몸담고 있는 이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여전히 고군분투 중입니다.
인생을 통틀어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내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곳이 바로 직장입니다. 좋은 일도 있겠지만 안좋은 일도 많이 일어나는 곳이죠.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이 평생 내 인연이 될리도 없고 모든 순간은 지나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내가 쌓아올리는 내 커리어는 영원합니다.
상사에게 깨지거나, 진급에 누락되거나, 동료들과 틀어지거나 혹은 프로젝트에서 실패를 맛보는 일이 생기더라도 또 새로운 기회는 찾아옵니다. 말씀드렸듯이 직장 생활은 우리 인생의 결과가 아닌, 인생에 걸쳐 있는 다양한 일들 중 하나의 과정이니까요.
우리는 진화하는 직장인
간혹 하기 싫은 일을 견뎌내고 매일 아침 같은 시간 일어나 반복되는 출퇴근을 해내는 직장인은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퇴근 후 또 다른 자아를 찾기 위해 시간을 쪼개 쓰는 직장인들은 세상 그 어떤 능력자보다 더 많은 내공이 쌓여있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에서 1인분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은, 직장 외에서도 1인분 이상을 해낼 수 있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상이 어떤 것이 되었든 그것을 ‘해내기 위한 힘’은 그 결이 비슷하니까요.
이렇게 우리는 ‘진화하는 직장인’이 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