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에 대해서-
대한민국 사람, 아니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한번씩은 꼭 들어봤을 이야기입니다. 제가 어릴 때에는 이 질문이 정말 이상하게 느껴졌는데요. 아직 내가 해본 일이 하나도 없는데,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딱! 집어서 말할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 진로를 탐색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일들을 경험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보면 저랑 맞는 부분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일단 저는 대학 진학 후 틈나는대로 여기 저기 관심있는 분야는 모두 들여다보았습니다. 이를 좋게 말하면 적극적인 것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될 게 뻔했죠. 사실 저는 오랫동안 음악을 했고 제 진로도 그 쪽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집안 상황이 변했고, 더는 음악을 하기 어려웠죠. 그래서 저는 또 다른 제 길을 찾아야만 헀습니다.
백화점 매장의 디스플레이가 멋져 보이던 시기에는 VMD가 하고 싶었고, 코엑스나 킨텍스 전시박람회를 보면 이런 전시를 만드는 전시기획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미술관을 좋아하던 때는 큐레이터가 되고 싶었고, 운동에 빠져있던 시기엔 나이키 같은 스포츠 회사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고 싶었다죠. 정말 경계없이 넘나드는, 그야말로 무경계 취준생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것 저것 경험을 많이 할수록 뭐든 중간 이상은 했기에 오히려 더 혼란스럽기만 했습니다. 이것도 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고, 저것도 하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저만의 적성 같은게 뭔지 도저히 알기가 더 힘들었습니다.
불꺼진 자취방에 혼자 앉아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저는 제가 앞으로 살고 싶은 삶의 방식과 방향에 대해 좀 더 집중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애쓰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기웃거리던 분야를 줄여나갔고 제가 원하는 삶의 방식에 가까운 것들로 주위를 채워나갔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깨달은 점은, 우리는 스스로에게 어떤 일을 하면서 살고 싶냐는 물음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싶냐는 물음을 던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찾다보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조금씩 윤곽이 잡히거든요.
원서만 100개 가까이 쓰며 '자소서의 달인'이 되어가던 그 시절, 저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인생을 마감하게 될까봐 전전긍긍했었습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건,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과 다름 없는 말이기도 하죠.
제가 취직하던 시절에도 취업 참 어렵고 복잡하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더욱 어려워졌죠. 그리고 왜 취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 같습니다. 지금은 꼭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기 때문이죠. 유투버들이 얼마를 번다더라, 블로그 마켓 하는 사람이 억대로 돈을 번다더라 하는걸 듣고 보면 제 직장인 라이프가 하찮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삶이 꼭 정답은 아니니까, 타인과 비교하며 부러워할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에 따라, 내가 움직이고 싶은 박자에 따라 살면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뿐해지죠. 흔들흔들 흘러가다보면 그 다음 일은 또 그 때 알게 될테니까요. 그래서 인생이 더 재밌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