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살아남기 실사판, 외항사 트레이닝 받아본 후기

이거 떨어지면 짐 싸서 집에 가야 한다고요?

by 채딩턴


항공사 합격 후 입사를 기다리는 동안, 인터넷에서 외항사 트레이닝에 대한 후기를 찾아보곤 했었다.

공통적인 이야기는 힘들다, 빡세다,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다.. 등의 이야기였으니

대체 어느 정도길래 모두가 입을 모아 외쳐대는지 궁금했었다.


그리고 그 빡세다는 트레이닝을 직접 겪어보니,

내가 읽었던 그 모든 후기들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외항사 트레이닝이 악명 높은 이유로 우선, 두 달 훌쩍 넘게 이어지는 쉴 틈 없는 스케줄이 있다.

이건 마치 쉬는 시간 없는 고등학교 같달까.

1-2시간은 가볍게 넘기는 수업 시간에 10분 쉬는 시간을 줄까 말까 하고,

점심시간은 1시간인 것이 전 세계 상식인줄 알았건만 여기서는 30분 만에 북적이는 카페테리아에서 밥을 해치워야 한다.

또 독특한 억양의 영어로, 처음 들어보는 단어가 즐비한 항공 관련 강의를 들으니

듣는 것만으로 그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 집에 와서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파악해야 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그리고 매일 첫 한 시간은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무작위로 물어보는 리캡 시간을 가지니, 이 때가 모든 크루가 입을 모아 말하는 트레이닝 중 가장 살떨리는 시간이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인스트럭터에게 탈탈 털리지 않으려면 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해 갈 수밖에.

자유시간은 무슨 잠잘 시간도, 휴식 시간도 넉넉치 않은 이 스케줄이

누구보다 자유로운 생활을 하는 지금, 그때로 돌아가기 싫은 이유 1위를 당당히 차지한다.


또, 한국과는 다른 다양한 시험 형태가 사람의 혼을 쏙 빼놓는 데 한몫을 한다.

k-중고등학교를 다니며 마스터한 지필 시험만 본다면 내가 1등을 했겠건만, 여기엔

인스트럭터와 얼굴을 마주 보고 앉아 모든 질문에 줄줄 대답해야 하는 구술시험과

모든 친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실제 상황인 듯 소리치고 뛰어다니며 액팅을 해야 하는 프랙티컬까지 있다.

너무나 생소한 비행기와 항공 관련된 내용들을 글로 쓰고, 말로 뱉고, 몸으로 보여줘야 하며

당연히도 이 모든 건 영어로 이루어진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시험을 통과해 트레이니 딱지를 떼고 비행을 시작한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지금까지 배운 모든 걸 범위로 하는 랜덤 질문을 매 비행 전 브리핑마다 받으며,

잘 대답하지 못하면 그날의 비행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또 1년에 한 번, 약 일주일씩은 센터로 돌아가 세이프티와 서비스에 대한 내용을 복습하고 다시 시험을 쳐야 한다.

정말 끝없는 트레이닝의 세계이다.


실제로 이뤄지는 매일의 비행에선 서비스가 세이프티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소방서와 병원 같은 모든 인프라와 전문 인력을 땅에 남겨두고 우리는 하늘 위로 날아올라야 하니, 그곳에선 승무원이 승객들의 응급대원이자 소방관, 간호사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승무원 트레이닝의 70% 이상이 안전 관련 내용이고, 세이프티 관련해서는 일절의 예외 없이 단호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배우는 이유이다.


트레이닝에서 배운 온갖 비상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비행을 하면 할수록 그 상황들이 책 속에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느낀다.

혹시 모를 그 상황에서 어찌할 바 모르고 쩔쩔매는 승무원이 되고 싶지는 않기에, 오늘도 트레이닝 책을 들여다보며 브리핑 퀘스천을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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