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수사
채다은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검사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을 때, 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사례에 대해 설명드리려고 합니다.
2019. 11. 9.자 KBS 시사기획 창에서도 자세히 다룬 바가 있는 주제인데요, 검사 처분을 받은 혹은 받을 사람이람이라면 대부분 궁금해할 주제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혐의없음/무혐의]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어도, [기소유예]라는 단어는 생소한 분들이 많이 계실텐데요.
아주 쉽게 설명하자면, [혐의없음]은 '무죄'라는 얘기고, [기소유예]는 '유죄는 맞는 거 같은데, 이번 한 번은 처벌하지 않고 선처해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모두 검사가 사건을 재판으로 넘기지 않고 종결하는 처분입니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불기소처분) ③불기소결정의 주문은 다음과 같이 한다.
1. 기소유예 : 피의사실이 인정되나 「형법」 제51조 각호의 사항을 참작하여 소추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
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다음 사항을 참작하여야 한다.
1.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 피해자에 대한 관계
3.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 범행 후의 정황
[혐의가 인정되는 사안]에서, 검사의 기소유예를 받는 것은 매우 큰 행운입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재판을 받거나 처벌을 받지도 않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혐의없음 처분을 받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결과를 얻은 것이니까요. 수사기관에서 조회를 하거나 하면 기록이 남지만 실제 처벌을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과는 아닙니다.
(물론 공무원이나 특별한 지위에 있는 경우 기소유예를 받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밑줄 친 바와 같이 혐의가 인정되는 사안의 경우 기소유예만큼 선처를 받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참고로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경험'이 많다거나 '기소유예' 받은 과거도, 새로운 사건으로 조사받게 되는 경우라면 사실상 수사기관은 전과와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않습니다. 어찌되었든 의심을 살만한 행동을 많이 하고 다니는 '품행이 방정하지 못한 사람'이라거나, 혹은 '그때는 운이 좋아 넘어간 사람'이라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어찌되었든 형사사건에는 얽히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 이런 경험들이 반복되면 전과가 생긴 여부를 떠나 자신에게 매우 불리합니다.)
그러나 피의자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혐의없음(무죄)을 주장하고 있는 사안]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만약 검사가 기소하여 사건이 재판절차로 넘어가게 된다면, 피고인은 법정에서 자신의 무죄를 주장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리고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가게 되면 이때 자신의 신문조서는 물론 사건과 관련된 수사기록들을 열람하거나 복사할 수 있습니다. 수사단계에서는 상대가 어떤 증거로 나에게 혐의가 있다고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데, 재판으로 사건이 넘어가면서 비로소 상대의 패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그러한 증거들에 대해 어떻게 반박하여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것인지 전략을 세울 수도 있고요.
그런데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게 되면 피의자가 제대로 다퉈보지도 못하고 사건이 '유죄인 거 같기는 한데 이번에는 선처해줄게'로 끝나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기소유예처분을 받으면 기소되는 것과 달리 수사기록/증거를 열람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무엇을 증거로 이러한 처분이 내려졌는지 확인할 수도 없고, 법정에서 제대로 싸워볼 수도 없는 것이지요.
이러한 경우 검찰에 처분을 다시 내려달라고 하거나, 법원에 형사재판을 열어달라고 요청하는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헌법재판소에 '검사의 잘못된 기소유예 처분으로 헌법상 보장된 나의 기본권이 침해되었으니 이를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헌법소원심판 청구 사유) ①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不行使)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에 청구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5절 헌법소원심판 참조
헌법소원을 청구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기소유예 처분이 있음을 안 날(통보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청구를 해야한다는 것과, 변호사를 선임하여 진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소유예에 대한 불복절차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고, 또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경우, 헌법소원이 인용되어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이 취소되어 해당 사건이 혐의없음으로 다시 마무리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전 헌법재판소 연구관님의 분석에 따르면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이 인용되는 확률은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까요.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 헌법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결정의 이유를 설시합니다.
"이 사건 기록을 자세히 살펴보아도, 피청구인이 위 사건에 관하여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였거나, 헌법의 해석, 법률의 적용 또는 증거판단을 함에 있어서 위 기소유예 처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이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하고, 달리 피청구인의 위 기소유예 처분이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정도로 자의적 처분이라고 볼 자료도 업으므로, 이로 말미암아 청구인이 주장하는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한편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지는 경우에는 주문이 다음과 같이 기재되지요.
"피청구인이 2018. ○○.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018형제◎◎◎◎호 사건에서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검사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지는 경우, 해당 사건은 검사가 다시 [혐의없음] 처분을 하면서 마무리됩니다. 잘못된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다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헌법소원이기에, 헌법소원을 청구하여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하시는 방법만이 억울함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고 카카오 채널을 통해 상담 예약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