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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다은 변호사 Apr 19. 2022

형사고소 신중하게 결정, 진행, 생각해야 합니다

성범죄





A가 헤어진 남자친구로부터 지속적으로 데이트폭력을 당하고 또 강간 등 성범죄를 당하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B는 자신이 만취한 상태에서 상대가 자신을 강간했다고 준강간 혐의로 상대를 고소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고소를 당한 사람과 함께 있었던 사람까지 같이 수사가 진행되며 사건이 생각보다 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B는 고소한 지 3년이 지나 사건을 잊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이 고소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경찰로부터 무고 등 혐의로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A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물었고, 얼마나 A가 많은 고통을 받았었는지 공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A에게 어렵게 꺼낸 말은 상당히 의외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해 준 말은 ‘꼭 고소를 해야겠는가. 웬만하면 고소하지 말고 잊어버리는 게 어떻겠느냐.’라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A 입장에서는 상당히 오해할 수도 있는 말이었으나, 진심을 담아 꺼낸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변호사가 사건을 맡기겠다고 제 발로 사무실에 찾아온 의뢰인에게 ‘어서 계약하시죠. 제가 열심히 싸워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게 쉽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라는 말은 영업에 도움이 전혀 안 되는, 무익한 말일 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A를 친한 동생이 찾아와 고민 상담하는 것처럼 이해하였고, 진심을 담아 해 준 말이었습니다.





나쁜 일은 빨리 덮고 잊어버리는 것도 좋은 해결책 중에 하나입니다. 지금 이 사람을 고소하면 당신이 느끼는 고통의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지요.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었으나, 안 보면 그만인 남일 뿐입니다. 그냥 빨리 다른 사람을 만나 치유받을 수 있다면 그것도 당신을 위한 일 중에 하나일 수 있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고소를 하면 상대방은 당신의 인생에 앞으로 수년간 잊히지 않고 살아 숨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기억 속에서 잊혀야 할 그에 대한 기억을 수사기관에서, 그리고 법정에서 계속 꺼내 생생하게 확인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생각보다 더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 하나만 생각하고 걱정한다면, 그 사람을 벌하는데 시간을 쓰기보다는 우리 빨리 잊어버리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임을 안내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때 A가 고소한 사건은 4년째 계속 진행 중입니다. A는 몇 차례인가 경찰과 검찰 수사를 받았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반나절 동안 증인신문에 임하였습니다. 당시 A는 법정에서 나와 가족들을 안고 엉엉 울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고도 무려 2년여가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계속 고통스러운 기억을 복기해야 하는 작업이 계속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소는 신중해야 합니다. 고소를 한 일로 당신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해자에게 평생 성범죄자의 낙인을 안겨 줄 수 있는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에 고소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일반론도 물론 맞지만, 피해자 본인을 위해 고소에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은 잘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성범죄 피해자에게 무조건 고소를 하도록 종용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피해자가 형사 사건 진행 과정에서 계속적으로 스트레스와 고통을 받는 경우 진행 도중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고소를 했더니 상대방이 경찰 조사를 받기도 전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는 소식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고소는 무겁고 힘든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소를 할지 여부에 대해서 신중해야 하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하는 것입니다. 동화책처럼 권선징악이 짠, 하고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따라서 냉정하게 판단하고 고려해야 하는 내용이 분명히 있는 것입니다.





이런 내용을 책 서두에 쓰는 것은 고소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고소를 하기 전에 이러한 점을 반드시 알아 두어야 아래와 같은 한탄의 말을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소를 한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어요. 고소를 할까 고민이 되어 변호사 사무실을 몇 군데나 찾아가 봤는데 이런 얘기를 해 주는 변호사는 아무도 없었어요. 다들 자기 사무실에서 진행하자며 수임계약서를 들이밀 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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