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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다은 변호사 Feb 22. 2024

아동학대 증거로 부모가 아동의 가방에 넣어둔 녹음기

의 녹취록 사용 가능한가?




초등학교 담임교사인 피고인이 피해아동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공부시간에 책 넘기는 것도 안 배웠어. 학습 훈련이 전혀 안 되어 있어."라는 등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은 발언을 총 14회에 걸쳐 하였고, 이러한 발언으로 피해아동의 정신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하였다는, 아동학대처벌법위반(아동복지시설종사자등의아동학대가중처벌)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 약칭: 아동학대처벌법 )

제1조(목적) 이 법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및 그 절차에 관한 특례와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절차 및 아동학대행위자에 대한 보호처분을 규정함으로써 아동을 보호하여 아동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7조(아동복지시설의 종사자 등에 대한 가중처벌) 제10조 제2항 각 호에 따른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보호하는 아동에 대하여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때에는 그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제10조(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와 절차)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시ㆍ도, 시ㆍ군ㆍ구 또는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하여야 한다. 

20. 「초ㆍ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의 장과 그 종사자



이 사건의 쟁점은 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라 법리에 관한 것인데요.

피고인이 위와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다만 위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는 증거를 취득하는 과정에 불법이 개입되었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경우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에 의해 해당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타인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이 통신비밀법인데요.


이 사안의 경우 통신비밀법 제14조가 문제되었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타인의 대화비밀 침해금지) ①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

②제4조의 규정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녹음 또는 청취에 관하여 이를 적용한다.

제4조(불법검열에 의한 우편물의 내용과 불법감청에 의한 전기통신내용의 증거사용 금지) 제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불법검열에 의하여 취득한 우편물이나 그 내용 및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 ①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면 안 된다는 규정인데요.


이에 관하여 항소심은 ①해당 발언이 공개되지 아니한 대화로 볼 수 없고, ②피해아동의 부모와 피해아동은 밀접한 인적 관련이 있기 때문에 타인이라고 보지 않을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결국 해당 녹취록은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요.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①학생이 30명인 다수라고 하여 수업에서의 발언을 공개된 것으로 볼 수 없고, ②아무리 피해아동이 어리고, 그 부모가 피해아동의 친권자라는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이상 타인의 대화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결국 해당 녹취록은 증거로 사용될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인에게는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는 입장이죠.


제가 직접 대법원 2024. 1. 11. 선고 2020도1538호 사건 판례를 읽고 표로 정리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와 관련한 하급심 재판이 진행중이고, 위와 같은 대법원의 입장이 계속 고수가 될지, 아니면 바뀌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과 항소심의 판결 내용은 상당히 의미가 있고 고민해볼만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많은 관심을 얻고 있는 유명인 자녀의 아동학대 사건 1심에서는 녹취록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논거로 형법상 정당행위를 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위 대법원 내용이 당분간 바뀔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타인간의 녹음을 정당행위 등으로 증거로 인정하게 되는 경우 사실상 위 통신비밀보호법 규정이 사문화 되는 것과 다름없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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