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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의제강간 검사만 항소한 사건, 항소심 집행유예

by 채다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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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피고인의 아버지가 저희 사무실로 전화상담을 요청하셨습니다.


피고인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법정구속이 되지 않았다면, 판사가 "항소심에서 합의해서 집행유예 받으세요"라고 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면 됩니다.


그런데 피고인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이 되지 않았는데, 항소를 하지 않았다고요?!?


이건 그냥 "저를 잡아가세요. 구속되고 싶어요."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지요. 그래서 저도 상당히 놀란 사건입니다.



아들이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는데, 항소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까지 아들이 이 사건을 숨겨서 이런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는데,


검사의 항소이유서가 집으로 송달되는 바람에


아들이 미성년자의제강간으로 재판을 받은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통상 검사만 항소를 하는 경우에는 1심보다 더 높은 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피고인이 항소를 하면서 '피해자와 합의할테니 제발 항소심에서는 집행유예로 선처해주세요'라고 해야 하는 사건인데, 검사만 항소를 해버렸다니... 가족들로서는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수밖에 없겠지요.

피고인의 부친은 저에게 "이런 경우에도 항소심에서 피해자랑 합의하면 집행유예가 가능한가요..?"라고 질문하였습니다.


사실 이런 사건에서 항소심에서 피해자와 합의를 한다면 집행유예가 나오는 게 당연한 것이기는 한데, 저도 지금까지 변호사를 하면서 이런 사건에서 피고인이 항소를 하지 않고 검사만 항소를 한 사건은 처음이라 답변을 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피고인이 상소한 사건이나 피고인을 위하여 상소한 사건에 대해 상소심은 원심판결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의 내용이지요.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상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민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검사만 상소한 사건에는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상소심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검사의 상소이유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직권으로 심판하여 오히려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는 가벼운 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2008도1092 판결 참조).


그렇기 때문에 변호인이유서에 관련 내용을 추가로 적어, 피고인에게 집행을 유예하는 판결을 선고해달라고 읍소하였지요.



항소법원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유에 관하여는 항소이유서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에도 직권으로 심판할 수 있고, 이는 법령적용이나 법령해석의 착오 여부는 물론이고 사실오인, 양형부당도 포함되며(90도1021 판결 등 참조), 검사만 항소한 사건에서도 검사의 항소이유뿐만 아니라 제1심 판결의 전반적 당부가 항소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는 것이어서 피고인을 위한 재판을 할 수 있다(2020도1255 판결 등 참조).



항소심 판결 이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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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성인인 피고인이 만 12세인 여자친구를 만나 성관계를 하였다는 것이 범죄 내용이었습니다.


성인인 피고인이 만 13세 미만인 피해자와 교제를 하며 성관계를 하였다면 아무리 피해자가 동의를 하였다고 해도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벌금형이 없고, 오로지 징역형만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합의하지 않으면 실형, 합의가 된다면 집행유예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황이었지요.


다행히 이 사건은 항소심에서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피고인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하지 않았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었지요.


피고인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피해자와 합의할 엄두를 내지 못하였고, 항소를 하지 않아 스스로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항소심에서 변호인을 선임하고 변호인을 통해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할 수 있었지요.


그와 더불어 양형에 관한 주장과 정리를 잘 제출한 덕분에 기적적으로 집행유예를 받아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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