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사분을 만나기 전에는
굉장히 들뜬 마음이었고, 몸 컨디션도 괜찮다고 믿었기 때문에
한 달 만에 만난 정신과 담당 선생님께 당당히 말씀드렸다.
"저 요즘 정말 괜찮아요. 약은 언제부터 줄일 수 있을까요?"
"음... 취업하면 그때부터 줄이는 건 어떨까요?"
"그럼, 취업하면 또 다른 변수가 생겨서 못줄이지 않을까요..?"
"하하 그럴 수도 있죠..?.. 음.. 사실 올 겨울부터 안정기가 들어오긴 했었는데,.. 줄이고 싶으세요?"
"어느덧 약을 먹은 지도 이제 곧 1년이 돼 가고.. 언제까지 먹어야 하나 의문점도 들고, 지금 정말 괜찮다고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요. 그러면 100mg을 50mg으로 바꿔보죠"
라고 이렇게, 들뜬 마음으로 정량을 줄인 상태로 약 처방을 받아 왔었다.
그런데, 약을 줄이자마자 역시나 성격만큼이나 몸도 예민한 편인지라,
그날 저녁부터 바로 금단 현상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버텨보자... 해보고 너무 힘들면 병원 가보지 뭐..'
저녁에 고작 1알 먹는 약인데도, 이렇게 효과가 크구나. 무섭기도 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약이 다시 흡수되는 시간 반감기가 있어서 그런 지 적응이 또 되었다.
'오 괜찮네?'라고 간과했던 순간
매일 밤마다 몸이 힘들었다.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이 괴로움과 신체적 고통..
'약 줄이는 것도 못 버티면 평생 못줄일 수 있어.. 1-2주 지나면 또 적응될 수 있으니깐 좀만 버텨보자'
이런 과정에, 작년에 나에게 공황 시발점이 되었던 부비동염이 다시금 도지기 시작했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면역력이 낮아졌는지, 그간 해외 비행기를 자주 탄 탓인지는 몰라도..
며칠은 몸살이 너무 심하게 와서 꿈쩍도 못하기도 했고, 결국 반사체로 수액을 연달아 맞기도 했다.
후두염까지 도져서 목소리도 안 나오고 매일 밤마다 괴로움도 도지고..
와중에, 취업 준비를 다시금 해야 하는 데. 공부해야 하는 데..
불안함은 미친 듯이 올라오는 데, 몸은 따라오질 못하니 너무 답답하고 괴로웠다.
통장 잔고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고, 백수 생활도 점점 3개월을 지나가고 주변 사람들은 결국 다 재취업 이직에 성공한 소식들을 들으니 더 초조하게 되었다.
그러다 갑자기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는데,
삶이 너무 괴롭다는 생각 밖에 머릿속에 들지 않았다.
결국 그동안 참았던 눈물샘이 터져버려서 한 시간 동안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이 괴로운 삶. 대체 언제까지 반복해야 해..? 이 짓거리를 얼마나 반복해야 할까...
결국, 삶은 죽으려고 사는 것 같은데. 굳이 살아야 할까...
나도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욕조에 물 받아놓고 그냥 죽는 게 나을 것 같아.'
.
.
.
정말 처음으로 무언가 행동을 임하고자 한 순간은 처음이었는데,
갑자기 '욕조에 물 받아놓고 내가 참는 게 너무 괴롭고 무서운데 어떡하지...'
그냥. 이 괴로운 삶을 계속 살아가는 것도 무서운데
죽는 과정을 내가 버티는 것도 너무 괴롭고 무서워..
정말 어떤 선택을 해도 다 무서워 어떻게
결국, 겁쟁이인 나는 아무런 선택도 하지 못하고 감정을 추스르며 가까운 지인에게 정말 손가락으로 참고 참다가 내가 너무 미칠 것 같아서 카톡을 보냈다.
'인생이 왜 이렇게 동아줄 같아 너무 괴로워
나 너무 사는 게 무서워 근데 죽는 게 더 무서워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