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황이라니,

by chaegamsung

무더운 2024년 여름날,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렸다. 늘 다니던 이비인후과가 아닌 새로운 곳을 가니 부비동염이란다…. 그래서 한동안 계속 치료를 하는데, 이상하게 두통이 너무 심했고 걷는 것도 힘들었다.

알고 보니 코로나도 함께 왔던 것.


두통과 어지럼증, 기운 없는 몸을 이끌고 며칠 만이라도 재택근무가 가능할지 팀장님께 요청했으나, 회사에서 거절했다고 속상해하셨다. 하지만 그냥, 너무 아팠던 나는 그동안 쌓아뒀던 불만을 울면서 팀장님에게 토로했다.


"제가 아픈데, 괜찮다고 했지만 정말 몸이 괜찮지 않아서 교육 듣는 게 힘들었습니다. 우선순위가 아닌 교육은 나중에 진행해도 되는 부분 아닐까요? 표정이 그렇게 안 좋은데 왜 팀장님만 모르실까요…. 아픈 와중에 다른 팀원들이랑 소통하지 않고 지낸다니요…. 몸이 아프니깐 그렇잖아요. 제가 정말 제정신이 아니라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데, 조금 융통성 있게 해 주시면 안 돼요?"


물론, 내가 직장 상사에게 '융통성'이란 단어를 내뱉은 것은 최대 실수인 것을 깨닫고 후회했다.

다음 날, 팀장은 돌연 태도를 바꿨다. 격양된 목소리로 손을 떨며 말했다.


"앞으로 너와 사적인 대화 안 할 테고, 업무 진척도로만 널 점검할 것이다.
더 이상 일을 주지도, 뺏지도 않을 것이다. 네가 알아서 하라."


당황한 나머지, 역시나 그날도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 날 토요일 아침 일찍 대치동 튜터 알바를 가야 하는데.. 몇 주간 잠을 계속 못 잤고, 오늘도 못 자고 있으니 점점 숨 가쁨이 밀려왔다. 떨리고 걱정되고 자꾸 내가 이러다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 이상하게 몰려왔다.



'나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


새벽 12시, 결국 집 근처 24시 응급실 병원 가서 수액을 맞았다. 수액 맞고 집 돌아오는 길에도 괜스레 눈물이 흘렀다. 잠시 눈을 붙이고 아침에 학원에 출근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혹시 부비동염 약의 부작용인가? 이비인후과에 전화해 보니, 특정 약이 그런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점심까지 먹어보고도 너무 힘들면 빼고 먹어보라고 했다.


하지만, 약을 먹기도 전에 불안감이 극심해졌다.


‘약을 먹으면 수업 시간에 내가 온전한 상태가 아닐 수도 있어.’

‘내가 이상한 행동을 할 수도 있어.’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없으면 어떡하지?’


결국, 다시 병원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의사의 답변이 예상 밖이었다.


"부비동염 약의 부작용으로 불면과 떨림이 나타나는 예도 있지만, 아직 약을 먹지도 않았는데 이런 증상이 오는 건 공황 증상이에요! 당장 정신과부터 다녀오세요!"라고 화를 냈다.


순간, 숨이 막혔다.

전화를 끊자마자 하염없이 눈물만 왈칵 쏟아졌다.


학원에 사정을 말하고 급히 짐을 챙겨 나왔으나, 떨리는 손과 숨이 극심하게 차올랐다.

울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너희 집으로 갈게"


그러나, 주말 토요일 오후 1시.

차가 너무 많이 막히는 대치동 학원가의 길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기에 계속 눈물이 쏟아졌다.


안 되겠다.


친구들 하는 말이 지금은 당장 정신과병원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해서
손을 벌벌 떨면서 급한 대로 영업 중인 정신과 병원으로 갔다.

택시 안에서도 엉엉 울면서, 친구랑 통화하면서도 그저 눈물이 계속 줄줄 났다.




그렇게 나에게 공황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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