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후, 가까운 지인들이 하나같이 나에게 말했다.
'그냥 쉬면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걸 했을 때 행복한지 천천히 생각해 봐'
'제주도 한 달 살기도 좋을 텐데, 하고 싶은 거 없어? 악기도 좋고'
나와 같은 길을 한 발씩 먼저 걸어간 지인들은 나에게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해주었다.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딱히 없었던
그런 나에겐 그들의 목소리엔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행복'이란 단어에 집중해 보았다.
난 뭘 했을 때 행복했지? 아니 생각해 보니, 나는 행복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실 오글거려….
사람들이 '아- 행복하다'라고 말했을 때도, '진짜…? 으레 하는 말 아니고…?'하고 혼자서 속삭인 적이 많다.
그냥. 이유는 사실 잘 모르겠는데, 오글거려. 그래서 내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도 낯간지럽고, 정말 진짜 그 말 자체의 정의도 모르겠고. 내가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는지는 더더욱 모르겠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고
객관적인 수치와 지표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개인마다 저마다 느끼는 정도도 다른데 잘 모르겠다.
또 누군가는
'너 안의 어린아이 와도 같은 그 안에 너에게 집중해 봐.
그럼,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야. 대단히 거창한 것도 아니야.'
'아니, 나 자신도 잘 모르겠는데
대체 내 안의 어린아이와 같은 나는 또 누구야…?'
이런 혼란스러운 생각들 속에서도,
나는 무언가 찾아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니 기필코 나도 내 안의 진실한 나를 알고 싶어졌다.
그 뒤로, 나를 찾는 과정을 지속했고 지금도 사실 현재 진행 중이다.
'어려우면 카테고리별로 메모장에 적어 봐'
그래서 천천히 하나하나 메모장에 적어도 보았다.
- 나는 산미가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막상 고소한 걸 먹으니 너무 좋았네?
- 사람들이 다들 싫다고 하는 연예인. 몰랐는데 나는 그 연예인 방송을 계속 보고 있었네
- 나는 무조건 오일 파스타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크림 파스타 갑자기 먹으니 왜 맛있지?
- 나는 핑크색 안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알게 모르게 핑크 꽃 좋아하네…?
사실 물론, 이것도 어느 순간 의무감처럼 강박감을 가지고 적게 돼서 그 언제부턴가 작성도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 대신, 마치 '유미의 세포들' 속 세포들이 된 것처럼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 '나는 지금, 이 음악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은가?' → Yes
- '나는 요가를 하면 기분이 편안해지는가?' → Yes
- '유행하는 곳이지만, 시끄러워도 좋아하는가?' → No
-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가?' → Yes
이렇게 내 안의 나에게 매일 순간순간 질문을 한다.
물론 때론 인생의 일대기로의 선택에 선 순간들에 대해선 곧바로 선택 내리는 부분이 어렵지만 말이다.
그냥 오늘 하루 유달리 친구와 대화가 잘 돼서 즐겁네?
오늘 유달리 이 음식이 참 맛있네? 이렇게 하루하루 나의 소소한 일상에서 작은 즐거움을 찾으면 그게 바로 행복과 다름없다고, 담당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그저 오늘 하루하루, 나의 감정에 귀 기울이고 느껴보면서 불안한 요소는 멀리 떨쳐내는 선택도 하고
내가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좋은 음식과 카페 한 잔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게 행복인 거겠지?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알면 행복한 것이고, 큰 것을 얻어도 만족할 줄 모르면 불행해지는 것이다"라는 말처럼, 불행만 느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확신했다.
나도 행복을 조금 더 느껴보고 싶다.
당장 미래의 장밋빛깔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순수하게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