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의 탄생』을 읽고 진짜 나를 탐구하기 #1
이번 글을 시작으로 BIG 5 성격 이론 다섯 가지를 깊이 있게 다루고 각각의 성격에 따른 장단점, 그리고 성격 유형에 따른 대처 아이디어 등을 함께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많은 의견을 교환한다면 더욱 의미 있는 활동이 될 것 같아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MBTI가 어떻게 되세요?” “이렇게까지 얘기해야만 했냐? 너 T야?”
이제는 안 들어본 사람을 찾기 불가능할 정도로 자주 오가는 말들이다. 이처럼 MBTI 성격 모델은 ‘국민’을 붙이기에도 민망한 대표 성격 검사가 되었다. 나를 설명하기 위해, 또는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 거의 모든 사람들이 MBTI를 묻고 또 답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MBTI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데, 일단 성격의 원천이라 할 만한 두뇌에 대해 우주만큼이나 밝혀진 게 없는 상황에서 사람의 성격을 열여섯 가지로 나눈다는 영 마땅찮았고, 자신의 MBTI를 밝히는 순간 한 사람을 틀 안에 가두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쟤는 F라 계획성이 없어”라든지…).
하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얘기해봤자 “뭐 그런 것까지 따져?” 소리 들을까 봐 가만히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할 말이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했다. MBTI의 창시자인 캐서린 쿡 브릭스와 그녀의 딸 이자벨 브릭스 마이어스는 카를 융의 이론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단 카를 융의 이론이 현대 심리학에서는 거의 통용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한 심리학 전공자가 아닌 두 사람이 수천 명의 데이터를 분석해 만든 귀납적 결과물이 아니라, ‘인간은 이럴 것이다’라는 직관과 가정 위에 세워진 연역적 모델이라는 점이 가장 큰 약점이었다(더군다나 신뢰할 만한 MBTI 검사는 현재 유료로 진행되고 있으며, 인터넷에서 받을 수 있는 무료 검사는 신뢰도가 아예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다). 이외에도 MBTI가 과학이 아닌 이유는 정말 많은데, 자세한 이유가 궁금하신 분들은 이 기사(바로가기)를 참고해 보시길.
그래 MBTI가 과학이 아닌 건 잘 알겠는데, 그럼 성격은 우리가 관찰하고 짐작하는 수밖에 없는 걸까? 이런 의문이 생긴 독자가 있다면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겠다. 우리에겐 심리학에서 통용되는 유일한 과학적 성격 모델, BIG 5가 있으니까.
MBTI와는 별개로 심리학자들은 오랫동안 이런저런 토론을 이어왔는데, 그 토론의 결과가 성격 5요인 이론(Five-factor personality theory)이다. 흔히 ‘BIG 5’로 더욱 잘 알려진 이 이론은 사람의 성격을 ‘경험에 대한 개방성(Openness)’,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Extraversion)’, ‘우호성(Agreeableness)’, ‘신경성(Neuroticism)’ 등 다섯 가지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이를 앞 글자를 빌려 ‘OCEAN’이라고도 불린다. 1930년대에 처음 소개된 이후, 1980년대까지 누적 데이터가 쌓이고 나서야 대부분 성격 이론으로서 연구자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하니, MBTI와 비교할 때 성립 과정부터 차원 너머의 신뢰도를 확보했다고 해도 무방하겠다.
BIG 5를 심리학자들이 ‘유일하게 검증된 성격 이론’으로 인정하는 이유는 이 모델이 다수의 실험을 통해 일관적으로 재현되었을 뿐만 아니라, fMRI 등으로 관찰한 뇌의 특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가령 성실성은 전전두엽 피질의 크기와 비례했고, 신경성은 편도체의 과민성과, 우호성은 옥시토신 수용체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BIG 5 성격 요인은 우리 성격의 어떤 면을 설명해 줄까? 이와 관련해선 아래 표를 통해 간략하게나마 이해해볼 수 있겠다.
우리는 “어쩔 수밖에 없는 내 성격일까?”라며 질문을 품고 살아간다. MBTI 열풍은 아마도 이런 질문에 명쾌한 답을 주었기 때문은 아닐까? MBTI가 부정확하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이제 우리에게는 BIG 5가 있으니까!
다음 연재부터는 각각의 성격 요소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에 따른 세상살이를 고민해 보려고 한다. 그동안 타고난 어떤 성격 때문에 ‘젠장 왜 나만 이렇게 사는 거야?’ 싶어서 원망도 참 많았는데, 원망만 늘어놓는 인생은 얼마나 피곤하고 슬픈 인생인지!
아, 혹시 자신의 BIG 5 성격이 궁금한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보시길! 비싼 돈을 내야 응시할 수 있는 MBTI와 달리 BIG 5 테스트는 연구 데이터 수집을 위해 무료로 공개하고 있으니 열두 번 정도 받아보셔도 좋을 듯하다. 심지어 자가 설문 테스트도 신뢰도가 아주 높다고 하니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