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가리비였다. 별을 보러 산속 펜션에는 그날따라 안개가 자욱했고, 별을 포기한 우리 가족은 예약한 숯불 주변에 편한 마음으로 앉았다. 수산물 시장에서 데려온 가리비를 숯불에 얹었다. 가져오는 동안 차가워졌던 가리비 살이 열기를 만나 통통하게 따뜻한 물이 올랐다. 커다란 가리비 살을 한입에 넣었다. 입 안이 가리비로 가득 찼고, 바다의 고기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식감이 훌륭했다. 가리비를 끝낸 후, 고기가 그 뒤를 이었다. 숯불로 구운 고기는 너무나도 잘 아는 맛이니 간단하게 묘사하겠다. 어머니께서 정육점에 친히 바비큐용으로 두툼하게 잘라달라고 부탁한 고기는 화르륵 강하게 올라오는 숯불에도 지지 않고 본연의 맛을 드러냈다. 하지만 숯불의 운명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저녁 식사를 거의 끝낸 후,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인절미를 구워보자.” 모두가 말렸다. 본인은 동생과 함께 인절미를 구우면 어떻게 될 것인가 토론하기 바빴고, 아버지께서는 그 사이에서 눈치를 보셨던 것 같다. 가래떡은 프라이팬에 흔히 굽는다고 하지만, 인절미를, 그것도 철판에? 인절미를 구우면 철판에 붙을 것이라는 의견과 십자 형태로 교차되는 얇은 철판 틈 사이로 고양이가 철봉에 걸려 흘러내리듯이 주르륵 흐를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 순간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호기심이 반대 의사를 이겼고, 인절미 하나를 희생시켜 보기로 결정했다. 인절미 하나를 철판 위에 올렸다. 그리고 모두가 가만히 이를 지켜보았다. 하지만 변화를 빠르게 보여주는 친구는 아니었다. 가족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인절미를 한 번씩 뒤집어주었다. 그 결과, 타지도, 철판에 붙지도, 철판 사이로 빠져 내리지도 않았다. 이 공을 잔잔해진 숯불과 콩가루에게 돌립니다. 맛은 겉에 묻은 콩가루가 적당히 구워져 고소함이 더해졌고, 그 안에 떡은 굽기 전 찹쌀이 덜 들어가 별로라는 혹평을 받았는데 숯불의 열기를 입어 적당히 따뜻하고 쫀득해졌다. 모두가 “이 조합 찬성이오!”를 외쳐서 2개를 더 구웠다. 이번에는 자신감을 가지고 계속 구우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였는데, 인절미가 터졌다. 폭탄처럼 터진 것은 아니고, 치즈 스틱 한 부분에 구멍을 뚫은 것처럼 작은 구멍 사이로 떡이 흘러나왔다. 신기한 광경이었다. 숯불 실험이 시작되었다. 어디까지 구울 수 있는가. 주변을 살펴보았다. 맛살과 옥수수와 감자칩을 같이 구웠다. 맛살은 아버지가, 옥수수는 어머니가, 감자칩은 나와 동생이 올렸다. 아버지는 구운 맛살을 드시고는, ‘게와 다를 바가 없이 잘 만들었다.’는 평을 남기셨고, 어머니는 옥수수를 드시고는, ‘옥수수 안에 수분이 다 빠져나와서 괜히 구웠다.’는 평을 남기셨다. 감자칩은 굽는 과정이 신기했는데, 과자 안에 있던 기름기가 빠져나와 과자 주변을 반들반들하게 만들었다. 살짝 그 기름이 끓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바라보다가, 점점 색이 진해지는 것 같아 얼른 건져 한 입 먹었다. 이거다. 지금까지 먹었던 감자칩은 뭔가 부족했다는 걸 알았다. 감자칩에 조금 남아있던 수분과 유분이 빠져나와 아주 얇고, 툭하면 부서지는 바삭함이 완성되었다. 한 번 씹으니 감자칩이 파사삭 바스러졌다. 이미 감자칩을 다 먹고 남은 작은 두 조각을 얹어본 것이었는데, 감자칩이 더 없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숯불은 알았을까? 자신의 능력이 이렇게나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숯불에 무엇까지 올려보았는가. 고기만 올려보았다면, 이제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아도 좋겠다. 인절미와 감자칩부터 얹어보기를 추천한다. 물론 찹쌀이 비중이 큰 인절미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무엇이 되었든, 숯불과의 새로운 꿀조합 음식이 있다는 소문이 들려올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