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춤 도전기
나에게 춤이란? 아이돌들이 추는 것. 가끔 좋아하는 아이돌의 춤을 따라 추려 노력했지만 2% 정도만 비슷한 느낌으로 가능했던 것. 학교 축제에서 댄스 동아리원들이 각을 맞춰 멋있게 추었던 것. 가끔 노래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흥이 올라 손가락 끝으로 소심하게 추었던 것. 한마디로 지금까지 나와 큰 관련이 없었던 종목이다. 그나마 대학교 입학할 때,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때는 있었던, 신입생 환영회에서 신입생들이 춤을 준비해야 했다. 팀별로 시대별 음악을 준비했는데, 우리 팀은 2000년대를 뽑아서 소녀시대의 ‘Gee’와 동방신기의 ‘풍선’을 열심히 췄던 기억이 난다. 아마 이때가 인생을 통틀어 가장 춤을 추는 능력이 간절했을 때가 아니었나 싶다. 다행히 두 안무 모두 포인트 안무가 확실해서 그나마 우리 팀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고 넘어갔던 것 같다.
요즘 아이돌의 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2000년대를 뽑았던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이돌뿐만 아니라 댄서의 춤을 재조명했던 ‘스트릿 우먼 파이터’ 프로그램이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댄서들에게, 춤에 열광했다.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내 동생이 있었다. 첫 화를 보고, 연이어 나온 시리즈를 보더니, 언제부터인가 춤을 춰야만 할 것 같은 ‘쿵치빡치’스러운 노래를 자주 듣고 몸을 꾸물꾸물하는 것이다. 물론 그 전부터 이 아이는 아이돌 춤을 조금씩 따라 추는 것을 즐겼지만 최근에는 그 정도를 넘어섰다. 갑자기 댄스 학원을 등록할 거라더니, 정말 등록했고 나보고 첫날 수업에 같이 가보자고 제안했다. 마침 최근에 좋아하게 된 그룹이 춤을 잘 추는 그룹이라 춤에 관심이 있는 상태였어서 나름 흔쾌히 수락했다.
처음으로 배워본 춤 수업 제목은 ‘힙합의 기초’였다. 그래도 K-POP보다는 쉬울 것 같아서 편안한 마음으로 신청했는데, 과연 그랬을 테지만 춤을 한 번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는 나에게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선생님께서 직접 힙합의 기초적인 동작만 합쳐 만들어오신 30초 정도의 안무였는데, 볼 때는 어렵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첫 동작은 쉽게 따라할 수 있었는데 두 번째 동작이 고비였다. 발로 차고 엉덩이는 뒤쪽으로 넣고 손을 펼쳤다가 팔짱을 끼고 한 걸음, 두 걸음 걷는 동작이었다. 힙합의 ‘힙’한 느낌을 주는 동작이었는데, 천천히 할 때는 따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노래를 1.0배로 재생시키니 팔과 다리가 제멋대로 꼬여버렸다. 선생님께서 “시작은 왼쪽!”이라고 크게 외치며 시작하셨는데 당당하게 오른쪽부터 시작하고 되돌리지 못해 동작 전체를 사람들과 반대로 하지를 않나, 정말 인상적인 실패 경험이었다. 뇌의 처리 속도를 몸이 따라가지 못한 건지, 몸의 반응 속도를 뇌가 따라가지 못한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엉망진창이었다는 말이다. 여러 번 반복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동생이 그 부분을 잘 춰서 잠깐 쉬는 시간에 물어봤는데, 지금까지 그 부분은 미스테리다. 그래도 나머지 부분들은 얼레벌레 따라 추었고, 30초만큼의 동작을 모두 배운 후 처음부터 끝까지 출 수 있었을 때(미스테리 제외) 정말 뿌듯했다. 더하여 다행이었던 점은 모두 초보였다는 것이다. 나만 어려워해서 집중 지도를 받았으면 조금 부끄러웠을 것 같은데,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피시고 선생님께서 차근차근 다시 알려주셔서 조금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느리게 몇 번 반복하고, 조금 더 빨리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몸에 익어서 대부분의 동작을 따라 출 수 있게 되었다.
생각보다 매력적인 취미이자 운동(?)이었다. 50분 동안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는 게 정말 운동이 많이 된다고 느꼈다. 약간 쌀쌀한 날씨에 바람막이를 입고 갔는데, 반팔이 아니면 안 될 정도로 덥고 땀도 많이 났다. 새삼 이런 걸 몇 시간씩 연습하시는 분들의 체력이 엄청나다는 것과 살이 붙을 틈이 없겠다는 것을 느꼈다. 잠깐동안 ‘춤으로 다이어트를 해볼까?’라는 생각도 했다. 춤 말고도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아 춤은 잠깐 뒤로 미뤄두기로 했지만, 좋아하는 그룹의 안무 레슨이 곧 있다고 하여 그날만 원데이 클래스로 참여할 예정이다. 노래를 좋아하거나, 춤을 좋아하거나, 아이돌을 좋아하거나, 댄서를 좋아하거나, 흥이 많거나, 재미있게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춤의 장르도 다양하여 자신의 스타일로 골라서 배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절도 있는 춤부터 유연하게 흐르는 춤까지 배우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춤 선생님께서 잘 알려주시리라 믿는다. 그리고 춤을 출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던 것은 반복 연습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반복하는 것을 지루하다고 느끼고 재미없다고 느끼는 편인데, 춤은 반복만이 살길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뇌가 아니라 몸이 익혀야 노래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물론 반복이 지루할 틈도 없었다. 끊임없이 실패를 경험할 때는 어떻게든 성공시켜야겠다는 생각뿐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끈기가 필요한 사람에게도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