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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된 회사에 남은 직원들의 마음

워크숍을 의뢰해온 고객사는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 M&A가 진행된 다국적 기업이었다.
M&A를 한 모회사에서 파견되어 온 CEO는 직원들이 변화된 환경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 할 수 있도록 '변화관리' 워크숍을 요청하셨다.


워크숍 준비를 위해서 인터뷰가 시작되었는데, 일부 참석자들이 방어적 태도를 보였다. 상대적으로큰 회사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복잡해지는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불만과 더불어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렇게 스트레스가 심한 참석자들이 변화를 주도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돕는 드라마 같은 일이 하루 워크숍에서 가능할까?


풍경이 멋지기로 유명한 한 연수원에서 진행된 워크숍은 변화에 대한 개인적 일상경험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금연, 결혼, 운동시작과 같은 스스로의 의지로 성취한 변화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했던 개인사들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 M&A된 이후 우리는 변화의 어느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사티어 변화 모델의 개념을 소개 한뒤,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몇몇 직원들은 아직도 '저항기'에 있다고 하고, 대부분은 직원들은 '혼돈기' 상태에 있다고 한 반면, 신임 CEO는 이미 변화에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리더들은 직원들보다 변화관리 상태를 더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참 흥미로운 현상이다.


서로의 다른 생각을 경청하고, 각 단계에 유효한 변화관리 전략을 이해하는 세션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팀원들이 사티어 변화 모델에서 '혼돈기' 단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 만으로도 참석자들의 분위기는 한결 편안해 졌다.

 

외부요인으로 변화가 시작되었을 때, 사람들은 변화에 수반되는 일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사용하는 시스템도 문화도 모두 다른 두 회사가 합병이 되어서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되어야 할 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두번째 단계에서는 현재 진행중이거나 계획중인 부서별 Integration 관련 업무를 모두 공유했다.  한쪽 벽면이 꽉 찰 정도로 많은 정보들이 공유되었는데, 전사적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 변경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유관 부서의 질의응답이 자연스럽게 진행되었다. 모든 시스템을 새롭게 바꿔야 하는 동료의 업무과중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소문으로만 떠돌던 사무실 이전 일정에 대해 CEO께서 명확하게 이야기를 할 때는 걱정스러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알아야 할 것은 알아야 하는 것이다.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발견한 것은 직원들이 의외로 M&A하는 상대회사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이었다. 모회사 HR에서 여러 번 소개 세션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알려고 하는 마음이 없으니 한쪽 귀로 흘려 들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준비된 Cross-Learning 세션. 상대회사에서의 좋은 점을 찾아 본 뒤, 우리가 M&A된 이후에도 계속 기여 할 우리만의 장점과 매력을 탐색하는 시간이다. 만약 상대 회사의 팀들과 함께 섞여 참여했다면 훨씬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쏟아졌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드는 세션이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클로징에서 기대이상 이었다는 소감과 함께 “이제 우리가 우리 회사의 이름을 걸고 다시 모이는 워크숍은 이번이 마지막이겠네요”라는 한 참석자의 이야기에 두서너 명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하나의 끝맺음이자 새로운 시작을 하는 참석자들이 스스로 만들어 낸 선물 같은 하루였다.


사실 이 워크숍이 있던 날은 내 생일이었는데, 새벽 일찍 워크숍 장소 인근 편의점에서 차가운 김밥 한 줄을 사서 차에서 먹을 때에는 조금 심란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그런데 진행상황에 따라 계획을 수정하며 참석자들과 함께 춤을 추듯 워크숍을 진행한 뒤, 참석자들이 웃으면서 방을 나서는 것을 보니, 이만한 생일 선물이 또 있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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