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든 타이포그래피 2
작년에 우리 집 둘째가 갑자기 테니스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아주 잘 하긴 했지만, 선수가 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중학교 3학년에 선수가 되겠다고 뛰어들기엔 너무 무모한 일이지 않은가. 잘 구슬려 설득해보려 했지만 뭔가 결심한 듯 요지부동이었다. 하도 답답해서 '테니스 선수되는 법'을 검색해보았다. 어떤 곳에 가서 테스트를 받을지도 알고 싶었다. 우리말로 번역된 해외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테니스 선수는 각종 대회에 입상해서 받는 상금이 주요 수입원인데, 상금으로 선수생활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선수는 전 세계를 통틀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 스폰서 없이 투어 대회에 참가하려면 경비 부담도 크고, 절대다수의 선수들은 년간 수입이 몇 백만 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아시아권 일부 나라의 실업팀에 소속된 선수들은 급여를 받으니 그나마 선수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알지도 못했고, 생각해보지도 못한 사실이었다.
“답이 없네”
그 기사를 보고 난 둘째의 말. 그러고서 그 꿈은 사그러 들었다. 요즘 문득 '그때 전문가를 찾아가 테스트라도 받아보게 할 걸 그랬나' 그런 생각이 든다. 안되더라도 원하는 바를 한 번 두드려나 봐야 후회를 남기지 않는 법인데, 그저 냉혹한 현실을 쓴 기사 하나를 보여주며 아이를 설득한 게 잘한 일일까?
살아보니 꿈과 희망은 계속 바뀌고, 처음 뜻한 방향은 아니어도 현실과 맞닥뜨리며 어찌어찌 돌아가다 보면 엇비슷한 방향을 찾기도 하는 게 인생인 것 같다. 언젠가 둘째도 자신이 원하던 운동을 어떤 식으로 건 하게 될 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