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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채홍 Jan 06. 2023

초대와 음식

요리 초보가 사무실에서 벌인 '점심 식사 초대 이벤트'

2022년 연말. 송년회 모임을 ‘점심 식사 초대 이벤트’로 만들어 보았다. 사무실에 직접 음식을 차리고 손님을 초대했다. 메인 메뉴는 들깨수제비, 반찬은 얼마 전 담근 김장김치, 그리고 가볍게 곁들이는 술 정도이니 단출한 상차림이었다. 세 차례 손님을 초대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처음에 한 명, 다음은 두 명, 세 번째는 세명으로 한 사람씩 늘어났다. 가족 말고 다른 사람에게 직접 만든 음식을 내놓는 건 처음이라 조심스러웠다. 맨 처음 친한 대학 선배를 초대해 음식을 만들어 함께 먹으며 소박한 송년 모임을 해보니 초대받은 사람도 좋아하고 나도 이 분위기가 좋았다. 그렇게 자신감을 얻어 본격적인(?) '들깨수제비 이벤트'를 이어가게 된 것이다. 사무실에서 송년회 손님 맞고 음식 차리기


들깨수제비는 내가 30분 정도면 준비할 수 있는 일정한 맛을 내는 부담이 적은 메뉴다. 신선한 재료를 준비하고, 밀가루 반죽해 숙성하고, 육수 내고, 재료 다듬어 넣고, 간하고···. 다행히 손님들 반응이 좋았다. 모두들 맛을 후하게 평가해 주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오붓하게 함께 먹고 마셨다. 식사를 마치고 나선 느긋하게 커피를 내려 마셨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두런두런 대화가 이어지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세 번째 초대. 그릇과 술잔 수저 등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이 찍은 사진)


세 번째 초대는 송년회 겸 뒤풀이 모임이었다. 얼마 전 북 콘퍼런스에 함께 참가했던 북디자이너, 기획자가 왔다. 규모가 가장 큰(!) 세 사람 초대는 그릇과 잔, 수저 개수부터 신경 쓸 게 많았다. 큰 행사를 치르고 난 뒤풀이에 어울릴 만한 축하주로 괜찮은 화이트와인을 준비했는데 놀랍게도 들깨수제비랑 상당히 잘 어울렸다. 이날은 손님들이 가져온 케이크와 도넛, 디카페인 커피를 후식으로 연이어 먹으며 오랫동안 웃고 즐겼다. 


늘 일하는 공간이었던 사무실이 아늑한 식당과 카페로 변할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즐거운 경험이었는데 이 모임에서 새로운 계획이 생기고, 사람 사이에 새로운 연결이 생겨나기도 했으니 이만하면 대성공 이벤트 아닐까? 소박하지만 손수 차린 음식을 나눠 먹는 이 느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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