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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003 #헤르만_헤세

by 이채준


작성 : 2020년 12월 8일


느낀 점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싱클레어라는 이의 성장기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그는 선의 따뜻한 보살핌 아래서 큰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큰 것이다. 그러다 데미안을 만나면서 어두운 악의 쪽을 알아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점점 어른이 돼간다.
건강한 남자아이라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충동, 유혹에 흔들린다. 그런 삶을 즐기다 어느 순간에부터 그는 그의 삶을 괴로워한다. 그 순간부터 그는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다. 그의 마음이 그를 항상 옳은 길로만 인도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워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고통스럽게 외로워하던 그는 사랑을 하기도 하고 공동체에 일원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그가 그토록 찾던 이상과 매우 가까워진다.

나는 그의 행동을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새"가 "알"에서 나오기 위한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알에서 나오지 못한 새는 죽은 것이다. 어미가 섣불리 알을 깨버리더라도 그 새는 죽을 것이다. 알을 까고 나오는 새는 살기 위해서, 성장하기 위해서 자신의 세계를 붕괴하는 용기를 가진 하나의 건강한 자아다. 이러한 생명체의 행동의 옳고 그름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우리 주변에도 성장통에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고통 속에 잠겨 마음이 하는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흐릿한 목표를 보며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자신의 마음에 경청할 수 있도록,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도록 진정시켜주는 것뿐일 것이다. 알을 깨 주어서는 안된다. 직접 깨고 나올 수 있도록 따뜻하게 품어주고 기다려주는 것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배경인 1차 세계대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무기에 힘없이 사살되었다. 이 책은 그렇게 죽어나간 사람들 하나하나가 자신의 목표를 향해 살아가던 소중한 존재임을 상기시켜줬다. 전쟁에 죽어나가는 사람이 없는 우리 사회에서도 이 책은 우리에게 변치 않은 가르침을 준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알을 깨고 나온다. 그러한 용기를 가진 생명체이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너무 어려웠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뭔가 뿌듯하다. 느낀 점도 많다. 나의 성장 과정이 싱클레어의 성장 과정과 겹쳐 보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내 나름대로 성장통을 겪었고 이겨냈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이 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따랐다고도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 과거가 부끄럽기도 아쉽기도 하지만 후회는 없다. 그때의 모든 생각들, 선택들, 행동들이 나를 현재의 나, 행복한 나가 될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성장통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이 후회 없이 살도록 응원하고 싶다. 성장통을 갓 이겨낸 이들에게도 잘 이겨냈다고, 모든 순간이 헛되지 않았다고 위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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