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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 Aug 10. 2023

부커상 최종후보 <고래>는 '이것'의 법칙이었다

천명관의 대표작을 읽고


정말 독특한 작품이다.

불호도 세게 갈리고

뭐라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확실한 건, '법칙'을 빼곤 논할 수 없는 소설이란 거.

뭔 소리냐고? 이 글이 힌트다.


✔️ 수년 전, 이 책을 처음 추천한 이가 있었다. 그 친구 덕분에 신형철 평론가도 알게 된 터라 바로 서점으로 향했지만 몇 장 훑어보곤 발길을 돌렸다. 내용에 흥미를 못 느꼈다기보다는 표지가..... 소장욕이 그야말로 곤두박질쳤다. (한국문학전집 19권의 존재는 몰랐음). 표지로 책을 판단하지 말란 격언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것은 '소 귀에 경 읽기' 법칙이었다.


✔️ 도서관에 가도 다른 책만 빌려보며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에도 이 책을 추천한 이는 여럿 있었는데 리커버는 감감무소식이었다. 결국 포기하고 기존 표지로 소장하니 그제야 특별판이 나오더라.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핑크색에 양장으로... 이럴 줄 알았다. 그것은 리커버의 법칙이었다.


✔️초반엔 성행위 묘사를 포함한 적나라한 어휘 등에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책을 내려놓진 못하는 이율배반의 감정에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는 거북함을 압도하는 힘이 있다. 천명관 작가는 아주 능수능란한 이야기꾼, 제대로 쫄 줄 아는 양반이다. 쪼는 맛 때문에 책을 내려놓지 못했다. 그것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의 법칙이었다.


✔️<고래>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있다. 그중 한 명은 놀랍게도 7kg으로 태어나 열네 살이 되기도 전에 100kg을 넘겼다는 춘희다. 같은 여자로서 안타까움을 느낀 것도 잠시, 그녀가 8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의 범인으로 체포됐었단다. 그저 우량아였던 춘희가 어쩌다 80명도 아니고, 800명이나 죽인 전과자가 됐을까? '붉은 벽돌의 여왕'이란 별명은 또 뭘까? 궁금하다면 펼쳐보자. 일단 펼치면 반드시 완독하게 될 것이고, 취향은 아닐지언정 일독해 볼 만하다고 더러 추천도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고>의 법칙이었다.



+문학동네 독파 앰버서더로서 덧붙임


✔️<고래> 완독 배지를 받아 아주 뿌듯하다. 이 성취감! 그것은 독파의 법칙이었으며 기억에 남는 문장들을 남겨두는 것, 그것은 리뷰의 법칙이었다. 여기까지 날 선 자, 책사였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 -p,188
나는 오른쪽을 택했어요. 왜냐하면 오른쪽은 옳은 쪽이란 뜻이니까.-p.262
사람들은 돈이 죄악의 근원이라고 말하죠. 하지만 천만에요. 모든 죄악의 근원은 가난입니다.-p.276
뭔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만이 세상을 쉽게 설명하려고 한다. 그들은 한 줄 또는 두 줄로 세상을 정의하고자 한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명제가 그런 것이다. 법 앞에서 만인은 평등하다. -p.310
하얀 눈밭에 춘희는 하나의 점으로 남아 울었다. 그간의 기나긴 외로움과 고통을 모두 담아내 울었다.-p.391
진실이란 본시 손안에 쥐는 순간 녹아 없어지는 얼음처럼 사라지기 쉬운 법이다. 그래서 어쩌면 혹, 그 모든 설명과 해석을 유예하는 것만이 진실에 가까워지는 길이 아닐까?-p.406
우린 사라지는 거야, 영원히.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 네가 나를 기억했듯이 누군가 너를 기억한다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p.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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