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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Jun 29. 2016

하이 빠이-네번째 이야기

저 정말 괜찮아요?

오늘도 오빠들과 함께 했다. 혼자여행간거라고 생각했는데 돌아와서 생각해보면 난 항상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었다.

아무튼 오빠들과 만나서 역시나 바이크를 타고 달렸다. 이번은 외곽지역이 아니라 그래도 조금은 알려진 곳들을 많이 갔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태국의 드라마에 등장해서 현지인들에게 유명한 곳이라는

커피인럽이다.

아저씨 들이 사진 찍는다고 계속 계셨다. 뭐랄까 지금 이순간만큼은 여행자가 아닌 관광객의 마음으로짜증이 조금 났지만,

어차피 난 사진찍는거에 흥미도 없었고, 찍어도 대충찍은거여서 할말은 없지만 말이다.

난 한국에서도 촬영지나 이런곳에는 크게 흥미가없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의 배경이 아닌 이상은 "이곳이 뭣이중헌디?" 이런 느낌이랄까..그 드라마를 모르니까 감흥이 없었다.

밑의 사진은 또 다른곳! 이곳은 리조트 같은느낌이었는데 가격이 비쌀거 같은 느낌을 마구마구 풍기는 곳이었다. 이런곳에서 묵으면 진짜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는데.. 그냥 그정도였다.

이쁘게 꾸며진건 내 과가 아니다.

이곳은 정말 나의 눈을 반짝이게 한 곳이다. 리조트안을 구경하면서 안속으로 깊숙히 들어왔는데 이런곳이 있었다. 여긴 정말 한번 자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 숙소가 아니라 여기 야외에서!

야외에 조그만 움막같은것들이 줄지어 나열되있었는데 정말 귀여웠다. 불편하기는 정말 불편할거 같았는데

하루쯤은 희생할수있을거 같은 자연이었다. 오늘따라 날씨는 왜이렇게 좋았던지 눈부셨다. 사진으로도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더더더더 빛났다.

관광아닌 관광을 마치고 빠이스트릿으로 돌아왔다.

역시나 빠이스트릿은 극과극의 얼굴을 가졌다. 낯엔 정말정말 한적하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열지않지만 이곳은 거의 매일 아침일찍부터 저녁늦게까지 불이 켜져있는

음식가게였다. 빠이는 여러가지 문화권을 접할수 있었다. 고산족스러운 문화도 있는데 이슬람교도들도 있어서 히잡을 두르고 있는 분들도 볼수있다. 그리고 중국스런 문화까지!새로운 느낌 한가득,

히잡을 곱게 두른 아주머니!정말정말 귀여우셨다. 계속 장난치니깐 웃으면서 장난치시고, 많이 달라고 하니깐 정말 많이 주셨다. 의사소통은 잘 안됐지만 많이 달라고 하는 건 어떻게 알아들으시고♡

난 여기서도 역시나 고수가 들어갈까 노심초사하며 노팍치를 외쳤다.

식사를 끝내고, 또 마치 통과의례라도 되는듯 어제의 그곳을 다시 찾았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더더 끝내줬다. 가슴이 뻥뚫리는듯한 하늘!

그러다 어쩌다 인지는 모르겠지만, 산속으로 바이크를 끌고 들어가게 되었는데

산속으로 들어가니 정말 또다른 느낌의 세상이 나왔다.

하지만 왕초보의 운전자인 나에겐 산속의 운전은 조금 위험했고,아니 조금이 아니라 많이 위험했다.

그럼에도 겁없던 나는 오빠들의 뒤를 따랐다.

그러다 넘어지게되었는데 너무 놀랐다. 다친곳은 없었지만 위험을 감지하고 나니 운전이 소심해졌다. 오빠들은 또 들어갈수있겠냐고 물었고, 내 생각엔 깊숙히 들어가면 오빠들이 찾고있던 그런 오지의 마을이 나올수도 있을것만 느낌에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괜찮다며 웃었다.

마음 한켠에 커다란 부담이 생겼다. 그래도 꽤 괜찮게 운전했던거 같다. 처음사고는 자그마한 돌멩이 때문에 일어났는데, 이번은 진흙길을 만났다. (들은 이야기인데 바이크를 운전하면서 제일 조심해야하는것이 돌멩이와 진흙이라고 하더라, 틀린말이 아니야..라며 크게다치지 않은것을 안도했다. )

아무튼 진흙을 만나 난 또 한번 넘어지게 되었다.

이번에도 다치진 않았고 다행히 넘어졌던 곳 옆엔 넝쿨이 있어서 쿠션 역할을 해줬다. 하지만 넝쿨에 붙은 가시 열매 때문에 여기저기 긁혀 상처가 났다. 이번은 너무 놀란 나머지 운전대를 놓지 않는 바람에 넝쿨속으로 더 깊숙히 들어갔다. 순간 너무나 바보같은 상황에 웃음이 터졌다. 하지만 오빠들은 너무 심각했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저 정말 괜찮아요! 하나도 안다쳤어요.진짜 신기할정도예요"

눈치없어보였을지도 모르지만 이 상황을 만들어낸 당사자로서 할수있는 최선의 일이었다.

오빠들은 마을로 돌아가자고 했다.그럼 혼자 돌아가겠다고 몇번말했지만,센척따위 그만하고 말을 듣는게 좋을거 같았다. 오히려 괜찮다고 고집부리는게 더 민폐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사고가 꽤 심각했다는걸 알수 있는 부분은 사이드미러가 부러졌다.

오빠들은 여행자보험도 들지 않은 나를 걱정하며

"혹시나 비싼 값을 부르면 오빠가 부쉈다고 말해,화나서 발로 깠다고"

험악한 분위기에서 빵터지고 말았다.오빠는 되게되게 비싼 여행자보험을 들었다고 했다. 부러운사람같으니라고

하지만 내가 쩔쩔맬까 걱정했었는지, 오빠는 대신 사이드미러를 교체해줬다. 사비를 들여서 말이다.

받는것에 익숙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처음엔 어색했지만 마음들이 너무 고마워서 그런지 몰라도

저 받는거 되게 잘하더라구요.
모두다 갚아야지, 오빠들에겐 갚을수 없었지만...
앞으로의 나의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베풀어야지
그렇게 갚아나가야지.

라는 기특한 생각을 했다:)

오빠들은 너무 바보같이 그리고 대책없이 구는 나를 걱정했지만,씩씩하다고 말해줬다.

"아까 정말 놀라고 당황해서 화내려고 했는데,니가 씩씩하게 웃으니깐 그래서 화내지 않은거야"

걱정과 만류를 뿌리치고 한 결정들,어쩌면 계속 가겠다고 한건 오빠들을 위한 배려보단 나의 욕심이었을수도 있다. 조금 더 보고싶은마음, 조금 더 경험하고 싶은 마음들.

사실 그런 욕심에도 최소한의 경계와 준비는 필요한것이다.


씩씩하다는 말, 내겐 그때 가장 필요했던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땐 꽤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있을때였다. 주위사람에게도 내 자신에게도 인정받고싶은 마음들이 나를 괴롭혔다.주위에서도 염려의 말만을 할뿐이었지,응원의 말이나 격려는 들을 수 없었던 때였다. 혹은 그런말들만 골라들렸던것일수도.

그런데 씩씩하다는말이 너무나 오랫만에 듣는 말이어서, 가장좋아했던 그 말을 듣는것에 너무나 오랜시간과 너무많은 일을 겪었다고 원망하듯 가슴이 뭉클해져왔다.

오빠들 뿐만이 아니다. 비행기에서도 나이가 지긋히 드신 아주머니는 젊은아가씨가 용감하다고 말하셨다.

타인에게 하는 좋은말만 골라 한것일거란 차가운 생각따위는 하기싫었다.

정말로 씩씩하단 말은 이번여행에서 나에게 큰 울림이 되었다.


마치 한국에서 동네친구만나듯

또다시 어제의 그 장소들로 돌아갔다. 하늘로 걸어가는듯한 그 장소도,지금은 어제의 단골 고기뷔페로

오늘은 무슨 날이었을지도 모른다.

걱정의날?이런거.

친구에게 카톡이 하나 날라왔다

"야 니 괜찮나? 태국에 테러났대!"

뭐라고???테러라니.

오빠들에게 말하니 테러가 난 곳음 태국이 아닌 인도네시아라고 했다

'그래.그럴리 없지 만약 테러가 났었던 거라면 오늘하루종일 그런 큰일이 일어난 나라치고는 너무 평화로웠잖아.빠이가 아무리 산중에 위치한 마을이어도 그래도 오늘은 너무 평화로웠어.'

친구의 카톡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당황스러운 마음은 고이 접어두고 고기를 먹었다.

먹던 중 오빠들이 말했다. 내일이 떠나는 날이라고 짐을챙겨 오빠들의 숙소를 찾아올수 있겠냐고 말이다.

그렇구나...떠나는 날이구나, 공짜숙소의 기쁨보다는 테러라는 단어와 이별이 더욱더 공허한 나의 마음을 후벼팠다. 이젠 정말 혼자가 되는 구나!

이젠 언니도 없구, 우연히 만난 인연도 없어.

이틀후면 나도 빠이를 떠나 치앙마이로 가게된다. 치앙마이로 가는 미니밴안에서도 난 혼자겠지

한국말로 조잘댈 대화도없다. 모든것이 실감되었다.

이번여행에서 받은 도움들이 그리고 혼자라는 무게와, 얼마나 내가 자만했었는지 조차.

첫번째날 오빠들과 대화를 하다가 삼일정도 남은 내 여행을 아쉬워했더니,오빠들은 더 머물것을 권했다. 해외러 나오기 쉽지않으니 나온김에 오래 있는게 좋다는 조언이었다. 그리하여 늘리게 된 일주일의 시간.

일주일이라니!

숙소로 돌아가는길 사실은 불안한 내 마음을 숨기려 혼자가 되어서 홀가분하다며, 내 자신에게 센척을 한가득했었다. 내일은 혼자서 이것도 할거야 저것도 할거야 라며,

어쩌면 내 마음속 한가득 "나 정말 할수있을까?"라는 의문을 억누른채로 말이다.

도대체 나 얼마나 사람들에게 기댄것이었을까

여행내내 들었던 박지윤의목소리가 더욱더 서글프게 들려오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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