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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개 Oct 22. 2016

언젠가 떠올리면

뜻밖의 도쿄

홍콩을 계획했었지만 나의 변덕으로 결정된 도쿄행.

학교수업때문에 환전도 못했던 나는 급하게 공항에 가기전 신청해뒀던 엔화 25만원치를 은행에서 찾아들고 공항에 들어섰다

난 당일에도 어리둥절했었다. 지금 내가 왜 일본을 가는것인지, 일본에서 무얼 할것인지

사고싶은것도 하고 싶은것도 없었기에 공항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허무함을 떨치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 찾아낸 여행일본어를 소리내어 읽으며 탑승시간까지 기다렸다.

인터넷검색으로 찾아낸 것

하지만 도착한 일본공항에서 쓸수있었던 말은 오직"아리가또 고자이마스"밖에 없었다.

영어로 물어도 일본어로 답하는 통에 당황했지만, 금방 적응했다.

이케부쿠로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냐고 공항 인포메이션에 물었지만, 지하철을 타고 가면 된다는 당황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니까...그게 어디냐구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분의 말이 틀린건 없었지만,결국 지하철로 타고 가는건 포기하고 1000엔 짜리 공항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는데 잘한 선택인거 같다.


이케부쿠로에 도착한건 거의 4,5시쯤이었다.일본에 도착한건 2시쯤이었지만 공항에서 헤매며 한시간 공항에서 도쿄까지 한시간정도 또 지하철타고 이케부쿠로.

첫날은 거의 이동수단에만 갇혀있었다.

역에서 나와 에케부쿠로를 바라보는데.' 뭐지 이 익숙한 느낌은'이런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도 오직 와이파이에만 의존해서 여행하기로 했기 때문에 캡처해둔 숙소의 주소에 의존해 위치를 찾아내야했는데.

그게..쉽게 생각했지만 쉬운일은 아니었다...

거친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이상하게도 도쿄의 밤은 나에게 두렵게 다가왔다. 태국과캄보디아는 오히려 밤이 더 좋기만 했는데.

결국 조바심이 나 주소도 무시한채로 숙소를 찾기에 이르렀고 그러자 이상하게도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미스테리하다. 지도가 나를 거부하나!?

일단은 피곤한 마음에 어서 들어가 짐을 던져버리고 싶었다.그렇게 첫날은 허무하게 BLACKOUT.제대로 씻지도 못한채 잠들어버렸다.

아침이 밝았다.

이 날은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간 동생을 만나러 갔다.약속을 시부야에서 잡고 하치동상앞에서 만나기로했는데 시부야에서 약속을 잡다니 기분이 묘했다. 하치동상은 정말 찾기 쉬운곳에 있었지만 나처럼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넘쳐나 혼잡했다. 동생을 찾을수 있을까 걱정하던 차에 하치동상주변에서 "가와이~"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는데 '하치동상이 그 정도 인가'하며 인파속을 비집고 들어가봤더니 무척 귀엽게도 고양이가 하치동상밑에 자리를 잡고서 잠들어있었다.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기분이 언짢은 듯 보였지만, 그 언짢음이 매력적이었다.

아침을 안먹은 동생과 난 우선 밥부터 먹기로 했고 동생이 추천한 함박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동생이 능숙한 일본어로 주문을 도와줬고 난 그저 옆에서 어색한 미소만 지으며 하하^^웃을뿐이었다.

나의 로망이었던 시부야의 스크램블이다.

시부야역 2층에서 찍은 사진인데, 많은 사람이 창문에 붙어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인지 이 뷰를 보고나니 일본에서 할일이 모두 끝나버린느낌이 들었다.그만큼 무계획이 었다는 거겠지..?

시부야에서 조금 돌아다니다가 동생이 하라주쿠와 오모테산도가 좋다고 해서 동생만 믿고 JR을 타고도착한 하라주쿠는 솜사탕같은 색 천국이었다.

이날 날씨가 그리 맑지는 않았지만,시부야에 비하면  과일시럽두스푼은 뿌린듯한 상큼함 가득했다.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천국 이었던 하라주쿠는 할로윈이 얼마안남아서 인지 할로윈장식이 가득했다.

하라주쿠는 일본의 하급(?)문화를 대표하는 곳이라고 한다.그렇기도 한게 나의 느낌은 이 곳과 비슷하다고 할만한 곳은 전 세계 어느곳도 없을거 같은 자기색채가 가득한 곳이었다. 하라주쿠라면 어떤 복장도 용서 될거 같은 느낌이다.매일이 할로윈인곳! 이정도표현이 적절하다

걸으며 구경하다가 동생이 쟈니스의 hey!say!jump의 팬이라고 나에게 덕밍아웃을 했다. 그래서 얼떨결에 따라간 쟈니스

나도 내안에 덕심이 없는건 아니라 이런경험을 하는 것에 거부감은 전혀 없었다.오히려 두근두근 기대되었다. 쟈니스는 초상권을 중요시 여겨서 촬영이 금지 되어있는데 이사진도 경비아저씨 눈치보며 찍은 사진이다.

내부는 더욱더 당황스러웠다.

시스템은 지하로 내려가면 벽들마다 각 그룹의 사진이 붙어있고 사진마다 번호가 있다.
종이와 펜을 집어들고 돌아다니며 자신이 마음에 드는 그룹을 적고 번호를 기입하여 1층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카운터에 종이를 주면 계산을 한뒤 점원들이 사진을 꺼내어 와 포장을 한 뒤 준다.

사실 난 사진 몇장 사는게 '뭐이리 어려워..!'했지만 속으로 체계적인 운영에 감탄하기도 했다.

나도 옛날부터 좋아했던 마츠모토준(도묘지츠카사)

의 사진을 샀다. 초딩시절을 생각하며 말이다.

쟈니스샵에서 나와 샛길로 조금더 걸어가면 오모테산도가 나온다.오모테산도는 딱봐도 하라주쿠와는 대비를 이룬다. 하라주쿠는 키치한 패션들이 주라면 오모테산도는 구찌,샤넬,버버리 등 명품샵이 거리를 따라 줄지어 있다.쇼윈도에 디스플레이 되어있는 마네킹들을 보며 명품스타일링마저도 일본은 자기네 스타일이 있구나 생각하며, 분하게도 일본이 선진국이긴 선진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열린 나라같았다.

일본은 스위트로 유명한데 ,나도 그 유명한 스위트 한번 먹어봤다.가격은 꽤 비쌌지만 양이 굉장히 많았고 데코레이션이 너무 이쁘다. 팬케익은 나에겐 낯선음식이라면 낯선음식인데 폭신폭신한게 느낌이 너무 좋았다.팬케익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다 동생도 도쿄타워를 안가봤다고 해서 도쿄타워를 가기로 정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멀리서 본 도쿄타워의 빛은 보라색.

나도 보라색 참 좋아하지만,이번여행은 내 무드를 맞춰주나 우울한빛의 색채들이 많았던거 같다.

흐린 날씨에 잘어울리던 도쿄타워의 불빛

1000엔을 주고 티켓을 구입했다.

중간정도까지만 가는 티켓으로. 중간에서 내린뒤

더 올라가고 싶다면 그 층에서 티켓을 구입해 올라가면 된다. 나는 온김에 더 높게 올라갔지만,사실 추천하지는 않는다.낮은층의 야경이 더 이쁘고 반짝거린다

이건 낮은 층에서 찍은 야경으로 창문에 기대어 동생과 연애이야기를 꽃피웠다.장소불문하고 우리네 세대에겐 연애와 취업이 가장 큰 문제인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씁쓸해졌다. 좀더 다양한 생각의 경로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말이다. 물론 두문제 모두 중요하긴 하지만!

높은층에서 바라보았더니 도쿄타워를 닮은 도로가 나왔다.

발이 간질간질하던 룩다운윈도우

무섭다를 연발하면서도 저 위를 걷고 재밌어 하는 모습을 보며 사람에게 있어 호기심이란 정말 중요한거구나 싶었다.어떤의미로든.

이케부쿠로로 돌아왔다.이제야 일본에 온 것이 조금 실감이 났다.오늘은 동생이 통역가 역할을 해줘 현장감이 떨어지긴 했지만,내일 혼자가 되면 일본이 더 실감나겠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연습한 일본어를 속으로 되뇌며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냈다.

 도쿄의 지하철은 복잡하다고 악명이 높고, 동생과는 노선이 다른지라 잔뜩 긴장했지만 생각보다 헤메는거 없이 무사히 도착한 이케부쿠로는 내려서 부터가 문제였다.

숙소의 반대편 게이트로 나와버린 것인데

행운이라면 행운일수 있다.진짜 이케부쿠로을 본 느낌이었다.숙소쪽은 휑한 편이라 별 감흥이 없었지만,반대편의 풍경이 너무나 일본스러워서 정처없이 꽤 걸었던거 같다. 묻혀있던 감성이 피어올라와 맥주 한잔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무 가게나 들어가 "나마비루 구다사이!"했어야 하는건데 그렇게 걷다가 난 또 숙소가는길을 찾아버렸고 얌전하게 편의점에 호로요이를 사 마시고는 곧장 취침했다. 내일은 꼭 이곳에서 맥주 한잔 하리라 다짐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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