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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근육 세우기

채미자, 하나씩 내려놓으며 산다 산문집중 2013년

by 채미자

10년 전쯤이지 싶다. 척박한 밭처럼 거친 얼굴 피부에 주름살이 많은 편이었다. 콧바람에도 휘날리는 머리카락 숫자도 줄었다. 남편은 귀밑에 주름 가려지게 머리 좀 기르라더니 정수리가 비었으니 길어날 머리카락이나 있겠느냐고 했다. 고생해서 그런 것을 어쩌란 말이냐고 퉁명스럽게 내뱉었지만 정곡을 찔린 상처가 아팠다.

어쩔 수 없이 머리에 가발을 썼다. 여름에 가발쓰기는 너무 덥고, 관리하기도 고역이었다. 견디다 못해 가발을 벗고 외출할 땐 모자를 썼다.

그리고 나름대로 피부 관리를 했다. 일주일에 두세번씩 저녁 먹은 다음 섭취하는 식재료 중에서 야채즙이나 우유, 곡물의 분말, 보약을 조금 남겨 머리와 얼굴에 마사지를 했다. 텔레비전 보며 얼굴피부와 두피 지압으로 근육세우기도 습관처럼 했다. 고운 머리결과 피부는 인상이고 이미지가 아니던가. 귀찮아도 꾸준히 했다. 몇 개월이 지나서다. 미용실원장이 정수리 머리카락이 총총하게 나온다고 했다. 얼굴과 목덜미에도 잔주름이 어느 정도 퍼졌다.

깊어져가는 팔자주름과 늘어진 볼에도 신경을 썼다. '내부가 아니고 눈에 띄는 외부라며 마치 내 얼굴이 실험용인 듯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소파에서 거꾸로 서기, 가랑이 찢기, 가랑이 머리 뒤로 넘기기, 팔걸이에 다리를 걸고 무릎관절근육 운동하기, 윈몸일으키기 등의 스트레칭도 했다. 쇼파에서 거꾸로 양반다리하고 앉은 채로 잠들 때도 있었다. 소파는 힘을 덜 들이고 할 수 있는 나의 푹신한 운동기구인 셈이다.

또한 밤잠 잘 때 배개를 베지 않았다. 베개를 높이 베고 잘 때는 똑바로 누우면 숨이 좀 가빠서 옆으로 누워 자야 편했다. 베개 없이 자니까 숨이 덜 찼다. 늘어지는 피부 예방차원이었는데 편안하기까지 했다.

어린 시절, 어른들께서 '삼천갑자동방석이 백지장을 베고 잤다'는 설을 들려주며 고침단명이라고 베개를 되도록 낮게 베라셨다.

침대 끝에 어깨를 걸고 목을 늘어뜨린 채로 난간을 베고 자기도 했다. 처음에는 거북했지만 점점 어깨가 시원해졌다. 낮에는 머리를 세우고 지내는데 잠 잘 때는 머리를 거꾸로 메달아도 괜찮을 성 싶었다. 그 방법도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이 부었다. 그래서 베개를 어느 두께정도의 높이로 베고 잔다. 그동안 습관이 들어선지 반듯이 자도 편안했다.

텃반 맨 후 샤워하고 물에 소주를 조금 타서 몸을 헹궜는데 요즘은 사과식초를 조금 탄다. 식초는 뼈를 유연하게 하고 피도 맑게 해 준다하지 않던가. 피부도 물렁뼈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가끔 사과 식초로만으로 얼굴피부 마사지한 후 영양을 주기도 했다. 그랬더니 주사 맞은 것처럼 젊어졌다는 둥 얼굴이 작아졌다는 소리도 듣는다.

당뇨 합병증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좋아서 중풍 직전이라는 진단을 받고 물 한컵에 감식초를 조금씩 타 1년 동안 마신 적이 있다.

혈액검사 결과 콜레스테롤이 정상이고 혈액도 맑다고 했다. 기름기 많은 곳에 식초를 한 방을 떨어뜨리면 기름이 분해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피부에 낀 지방을 식초가 분해해서 수축되어 얼굴 폭이 좁아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주하진 않는다. 기름기가 없으면 뼈도 삐걱거리지 않겠는가.

한번은 친구들과 지하철에서 교통카드 찍고 나오고 있었다. 직원이 무임이라면서 주민등록증을 보자고 해서 주었더니 민망해하며 요즘 위조 승차권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기분이 조금 나빴지만 친구들이 한턱내라는 말에 이해했다. 하지만 피부 관리도 한 때, 더 나이 들어 귀찮아지면 못한다. 흘러가는 세월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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